<금융·롯데 호텔·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 파업 관련 모니터 보고서> (2000.8.19)
대상 : 경향신문, 대한매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제목 : 금융·롯데 호텔·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 파업 관련 모니터 보고서
모니터 기간 : 7/5~7/11
– 개선기미 없는 노조파업 보도 : 집단이기주의와 정당한 파업 구별해야 –
노사문제는 자본주의사회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사회갈등의 한 형태이다. 이 갈등에 대해 대다수의 언론은 편파적인 보도태도로 일관해 왔다.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극단적인 집단이기주의나 사회불순세력의 문제로 매도하고 검찰, 경찰 등 공권력의 개입에 대해서는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특히 IMF 사태 이후 언론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경제발전의 장애물처럼 간주하는 논조를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금융노조의 파업을 비롯, 최근 노·정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언론의 보도태도는 변하지 않았다는 평이다.
사실 금융노조 파업의 배경에는 금융 노동자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금융구조조정의 문제가 얽혀 있다. IMF사태 이후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은 부실기업에 110조라는 엄청난 금융비용을 투입하고도 기업 회생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와 있는 실정이다. 결국 부실한 구조조정이 은행권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부실과 신용경색으로 추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가져와 국민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지주회사제 등 2차 추가 구조조정안은 사실상 금융노조와의 마찰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노조 측에서는 대부금의 회수가 어려운 은행이 기업구조 재조정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 조기정상화에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종업원들의 희생과 노력이 은행의 채권회수에만 불공평하게 돌아간다는 점 등을 들어 정부의 추가 구조조정을 반대했으며 결국 집단 파업이라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파업 하루만에 노·정간에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앞으로 정부가 제시한 사안들이 얼마나 제대로 시행되느냐가 여전히 큰 문제로 남은 셈이다. 따라서 이번 금융노조 대 정부의 협상결과는 새로운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 같은 사안의 본질은 간과한 채 단순히 파업 자체를 이익집단의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단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 근본원인은 외면한 채 현상만 부각, 사태해결에 도움 안 되는 보도 여전 –
우선 대부분의 언론이 이번 파업 사태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나 심층 보도보다는 그날 그날의 협상 진행상황만을 ‘일지식’으로 단순나열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한국일보는 7월 3일자 1면에서「7월 파업대란 또 비상」이라는 기사를 비롯, 4일자 1면「결제원도 파업 사태악화/금융권 전체 마비 비상..16개 은행 투표 “파업찬성”」, 5일자 1면「금융노조-“11일 파업강행” 정부-“불법간주 엄정 대처”」 등 단순히 현상을 보여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 같은 사례는 다른 신문들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반면 분쟁의 중심이 되고 있는 관치금융이나 금융지주회사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 당사자인 정부 대변인이나 노조 측의 주장을 단순 기술하는 데 그쳤다.
대한매일의 경우는 7월 5일자 1면에서 「경제도약 위해 금융개혁 불가피」라는 보도가 나간 후 8일과 10일, 11일자에는 주로 노·정간의 협상 진행상황만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정부입장을 옹호하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노사분규의 원인은 묵살하고, 전개 과정과 파급 영향을 과장하는 이같은 구태는 지난 롯데호텔 노조 파업 관련보도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롯데호텔 파업에 대해 언론은 파업의 원인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으며 남북정상회담에서의 걸림돌로만 취급하기에 급급해다. 공권력 투입이 시작되면서부터는 하나의 ‘사건’으로만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6월 9일자 각 일간지의 보도가 이를 말해준다.
경향신문 – 「프레스센터,롯데호텔 노조파업」,
국민일보 – 「롯데호텔 노조,9일부터 파업」,
대한매일 – 「롯데호텔 노조 오늘부터 파업」
중앙일보 – 「롯데호텔 노조 전면파업 돌입」
한국일보 – 「롯데호텔 “9일부터 파업”」
위의 기사들은 제목에서는 단순히 사실전달에 그친 제목을 달았지만 막상 기사 내용을 보면 모두 파업의 원인보다는 노조가 정상회담 프레스센터 장소인 롯데호텔을 볼모로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식의 부정적 시각을 보여주었다.
또한 아니라 대다수 신문보도가 금융노조의 파업의 파급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금융권 파업이 경제위기를 초래한다는 ‘위기론의 부각’이 대표적 사례다.
동아일보 7월 7일자 8면에서는「동남아 화페 가치 하락…’환란’ 또 오나」라는 기사를 왼쪽 상단에 크게 실어 IMF이후 또다시 동남아에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있음을 보도했다. 이는 과거와 같이, 한국에도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고 있다. 이 기사 바로 밑에는「파업불참은행으로」라는 사진을 실어, 고객들이 비파업 은행으로 몰리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엇다. 그리고 같은 면 오른쪽에는 [국가경제 위기 초래…파업은 안된다], [외국인들의 충고..한국 대외이미지에 치명타] 라는 기사가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편집은 은행파업이 한국의 금융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며, 국가적인 손실이므로 반드시 철회해야 하는 것임을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정부측 주장이 여과 없이 반영된 이 같은 기사는 독자들에게 노동자의 집단행동을 단순히 사회불안 요소로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경제위기론 부각, 파업이 경제위기의 원인인가? –
한편 경제위기론을 부각, 파압이 경제위기의 원인인양 몰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대한매일 7월 4일자 사설「금융파업 안 된다」의 경우에도 국가경제위기를 근거로 금융파업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7월 3일 「전문가 100인 여론조사」를 통해 자금흐름이 좋지 않다는 위기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전문가 100인이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사용자의 입장만을 편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한국일보 11일자 27면의「”돈줄 막히나” 중소·벤쳐 애간장」등의 기사에서도 ‘신용장 발급 중단/ 어음할인 안될 땐 최악 자금난 걱정’ 등의 추측보도를 중심으로 ‘중소업체들이 며칠 전부터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는 등의 자극적인 문구가 난무했다. 이 기사에서는 모처럼 수출이 잘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노조의 파업이 생산차질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중소기업 과장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같은 노동자조차도 파업 반대쪽에 무게를 실어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로 옆에는「”우리회사 파업만큼 부담”」이라는 제목의 중소기업 과장의 인터뷰가 소개되었다.
대부분의 신문들도 이 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파업 불참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는 한겨레와 경향을 제외한 모든 신문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언론사들의 편가르기식 보도에 대해 노동일보는 10일자 사설을 통해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매우 적절했다는 평이다.
“국내 주요언론들이 금융산업노조의 파업 움직임이 가시화 되자 파업 불참 은행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느니 파업 불참 은행이 늘고있다는 보도를 연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 신문방송기사만 대하는 사람들은 마치 그런 은행들이 파업결의를 철회하고 파업불참을 선언한 것처럼 알고 있다. 자금이동이 약간씩 있고 그 중에서도 정부관련기관의 자금이동이 많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일보 7월 10일 사설)
– ‘노동자 고립환경’ 조성하는 악의적 보도도 있어 –
금융파업에서뿐만 아니라 롯데노조 파업과 국민건강보험공단 파업 관련 보도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신문들이 노사분규, 노동쟁의를 ‘전쟁상황’, ‘병리현상’등으로 묘사하고 폭력행위만을 부각시킴으로서 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99년 지하철 파업, 조폐공사 파업 관련 보도에 이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악의적인 왜곡보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신문이 보인 대로 공권력의 폭력에 대한 비판적 논조 없이 롯데 호텔의 유리창이 파손되는 사진, 노조와 경찰이 대치하는 사진을 부각시켜 집회장면을 묘사한 것은 노동자들의 과격함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악의적 왜곡보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왔던 [노조=집단이기주의]식의 논조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금융노조 파업 사태와 같이 전문적인 사안일수록 외부 인사의 기고가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노동문제의 전문가를 경제학 관련 교수나 정부 관료, 경영자로 국한시키고 있어 균형된 시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비판이다.
일례로 이재웅 성대 부총장이 쓴 동아일보 7월 6일자 「금융지주회사 반대 명분 없다」라는 제목의 칼럼은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폐업, 호텔노조의 불법파업,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등 집단이기주의가 계속 되고 있다.”며 모든 갈등을 집단이기주의로만 파악하는 단견을 드러냈다. 이 칼럼은 노조 측이 금융지주회사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처럼사안을 왜곡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사들의 집단폐업, 호텔노조의 파업, 금융 파업 심지어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까지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다. 외부인사의 기고라 할지라도 이 같은 글들이 신문이라는 공기(公器)를 통해 미치게 될 파급효과를 생각한다면 칼럼 작성자와 내용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와달리 7월 17일자 한겨레에 개재된 정태인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의「집단이기주의와 공공이익」은 의사폐업, 은행·롯데호텔파업의 차이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한 개별적 판단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었다.
– 양비론으로 가장, 알고보니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 –
최근 금융노조 파업 사태, 의사폐업이나 롯데호텔 파업 사태에 있어서 시비를 정확히 가리려는 노력보다는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양비론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비판의 내용이나 대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양비론은 균형된 보도에 근접하기 보다는 노조 측의 집단 행동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적대시하는 반면 정부측에 대한 비난은 주로 무기력한 대응이나 말바꾸기 등의 소신없는 정책집행에 국한되어 있어 롯데호텔 노조 강경 진압에 대한 책임 추궁이나 2차 추가 구조조정안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흡했다.
동아일보 7월 4일자 5면 사설「노-정 갈등의 본질」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문 사설들이 정부의 무능력을 꼬집으면서도 2차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7월 5일자 조선일보 시론에서는 ‘집단이기주의는 공멸’이라는 논리 하에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부실기업 정리, 재벌문제, 거시적 경제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한국일보도 6일자 한국시론「금융지주회사제 도입은 대세」를 통해 한국금융의 선진화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금융지주회사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노조를 압박하는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며, 무조건 파업을 중단하고 정부의 약속을 믿어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는 대다수 국민들로 하여금 사태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노조와 정부간 갈등의 핵심사안이라고 볼 수 있는 2차 추가 구조조정안에 대해서도 추상적인 형태의 지지만 난무하고 있어 대안을 분석하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 최소한의 균형적 시각은 갖추어야 –
롯데호텔 노조 파업과 금융노조 파업사태 등 노동계의 잇단 집단행동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아직도 대부분의 신문이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자체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노사분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현상에 매달리고 노사분규 자체를 최대한 억제하는 데 신경을 더 쓰고 있다. 노조의 파업을 집단이기주의로 규정하고 사회불안이나 경제혼란의 직접적 원인으로 설명하는 공권력 및 사용자의 시각에서 노동문제에 접근하는 편파성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잇단 파업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과 고통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이나 국가경제를 볼모로 하는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에 앞서 언론사 스스로가 그간 노동자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기울여왔는지 반성해 볼일이다. 신문들은 방관자적 입장에서의 양비론이 독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2000/08/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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