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가 넘는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모 방송국의 주말 드라마 <덕이>.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헤쳐나 가는 주인공 ‘덕이’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경을 보여주는 흔하디 흔한 드라마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그렇듯이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주인공 ‘덕이’의 헌신적인 사랑과 포용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선(善)에는 반드시 악(惡)이 따르는 법. 착하디 착한 ‘덕이’를 괴롭히는 악역은 ‘덕이’의 쌍둥이 언니 ‘귀진’으로 대비된다. 악인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는 이기적이며 약삭빠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덕이’는 물론 가족까지 철저히 외면하는 냉철한으로 그려진다.

사람들이 ‘덕이’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덕이’는 남자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귀진’이가 좋아하는 사촌오빠(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까지 드라마 <덕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덕이’를 좋아한다. 사촌오빠의 안중에도 ‘귀진’이는 없고 오로지 ‘덕이’뿐이다. 마치 7, 80년대 여학생들의 심금을 울렸던 만화 <캔디>를 보는 듯하다. 어찌 보면 상투적이고 뻔한 결론이

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한다.

솔직히 ‘덕이’에 비추어보면 나 또한 아주 나쁜 년(?)이다. 같은 집에 사는 동거인(?)의 증언에 따르면, 난 아주 이기적이고 계산적이어서 남을 배려할 줄도 모르고 손해보는 짓은 절대 안 한단다. 그럼 나도 평생 혼자 살아야 하나? 하지만 무조건 착하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뜻이 아닐까. 예컨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개망나니 같은 오빠와 아버지를 감싸고 돕는 것만이 만사가 아니다. 오히

려 잘못된 점을 뜯어고쳐서라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질고 독하다고 비난받더라도(난 정말 독한 년이야!). 이런 점에서 ‘귀진’이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더욱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귀진’이야말로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사회에 적합한 인간형이지 않을까.

이제 더 이상 <캔디>와 같은 스토리는 싫다. 식상하고 지겹다. 차라리 드라마 <덕이>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덕이’가 아닌 ‘귀진’이를 좋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오지랖넓고 착한 수준을 뛰어넘어 미련 곰퉁이(?) 같은 ‘덕이’보다 약삭빠른 ‘귀진’이가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이제 나도 사랑받고 싶다.

<狂>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