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라는 단어가 사회 속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 땅에서 ‘인권’을 운운한다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게다가 환자라는 특수한 처지(?)를 감안한다면 과연 ‘인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애매 모호한 측면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

기본적으로 환자는 수술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박탈당한다. 그냥 한숨 편히 주무시고 나면 괜찮을 것이라는 말만 듣고 수 시간 동안을 자신의 몸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를 전혀 모르고 지나간다는 것은, 그 과정에 대한 지식의 여부나 이해의 정도를 떠나 어쩌면 의료진이나 환자 모두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침범한 일인지도 모른다.

‘수술동의서’라는 것은 환자 자신 또는 보호자로부터 미리 받는 것이겠지만, 왠지 그것만으로는 수술대 위에 놓인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전신마취 무방비 상태”에 처하게 되는 이유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나 싶다.

확실히 남다른 직업 윤리가 요구되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잘못된 처치를 하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환자 역시 ‘원치 않았던 수면’을 취하는 동안 적어도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알권리도 있지 않을까?

환자 혹은 보호자가 감당할 수 있고 그리고 실제로 원한다면 수술과정을 비디오로 담아 실시간이든지 녹화를 해 두든지 해서 직접 보여주기를 제안한다면 어떨까? 수술장 안의 카메라는 의료진에게도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수술하는 동안 환자를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다는 일종의 자기 규제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의료소송을 걱정하기 앞서 의사가 꼭 해야할 일이 있다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사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새삼스러운 존재의 의미를 한번 더 상기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수술을 하는 동안 밖에서는 보호자가 지켜볼 수 있게 했던 국내의 사례도 종종 접했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이 모든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김영재 chokimyj@hanmail.net>

<조김영재는 지금 서울대 의대 본과 3년 재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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