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당, 주류의 희망
「뉴욕타임즈」 10/26, 바바라 에렌라이시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 민주, 공화 양당 후보가 접전인 채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랠프 네이더 지지자들에 대한 민주당의 공공연한 비난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는 신의가 없고 무책임하며, 두 후보 사이의 차이점을 무시하고 무의미한 몸
짓에 탐닉한 채 조지 W. 부시에게 선거를 던져주려 하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네이더 지지자들이 모두 상위 중간계급이라는 가정 아래, 우리가
공화당의 승리에 공헌하는 “사치”를 부리면서 결국 가난한 사람들을 고통받게 할
것이라는 조롱도 들려온다.
그러나 네이더씨에 대한 지지는 선거과정에서의 소외 증대와 양당이 이로부터
얻는 이득을 보여주는 하나의 작은 징표에 불과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이더씨
는 6개 경합 주에서 5% 내외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편 유권자들은 세
차례의 TV토론 이후에도 양당 사이의 뚜렷한 차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외를 보여주는 훨씬 명백한 징표는 유권자의 다수가 기권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996년 대선에서는 50% 이상이 기권한 바 있다. 이번 선거, 아니 모든 선
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흔히 분석되는 노동 빈민 대중이 특히 현재 선
거를 기권하는 이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로이터/MSNBC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네이더 지지자들은 정치적으로 소외된
국민들의 극히 작은 부분을 대표할 뿐이며 네이더주의자들 가운데 4분의 1만이 통
상적인 민주당 투표자들이다(나머지는 무소속 및 공화당에 표를 던져온 사람들이
다). 생애 대부분 동안 민주당에 투표해온 우리들의 분위기는 앙심을 품은 반항이
라기보다는 슬픔에 가깝다.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처해있는 민주당을 포기하기로
택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우리를 포기한 것이다.
대부분 비노조원(yellow-dog) 블루칼라 민주당원이었던 우리의 부모나 조부모들
은 빌 클린턴과 앨 고어의 당을 자신들의 당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클린턴-
고어의 기록이 하락하고 있음을 간략히 살펴보자. 경영자층의 연봉이 노동자 평균
의 4백 배 이상으로 급등하는 동안에도 그들은 최저임금을 빈곤선 수준으로조차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들은 노동조합과 대다수 미국인들이 거부한 교역 정책을 추
구했다. 그들은 전국민 의료보장 프로그램을 수립할 기회를 허공으로 날려버리면
서 그 대신 거대 보험회사들에만 유리한 계획을 만들어냈다. 고어씨의 의료개혁
비전은 처방 의약품에 대한 의료보장 확대 제안을 거의 넘어서지 않는, 훨씬 제한
적인 수준이다. 클린턴-고어 행정부는 어마어마한 교도소 체계 확대를 통솔했다
(이는 민주, 공화 양당이 제휴한 몰상식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었
다).
대다수 네이더 지지자들, 특히 여성주의자들에게 있어 민주당의 최대의 배반은
이른바 복지 “개혁”이었다. 클린턴씨는 자신이 처음에 제안한 풍부한 재원의 노동
복지(welfare-to-work) 프로그램 대신 극도로 가혹한 법안에 서명하였다. 이 법안
은 빈민층 독신모와 그들의 어린이들을 (초임이 여전히 시간당 7달러에 불과한)
노동시장의 처분에 내맡겨버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고어씨는 자신이 복지
개혁을 지지한다고 으시대고 있지만, 극빈층을 위한 식량 저장 배급소 협회인 두
번째 추수(America’s Second Harvest)의 의장인 데보라 레프는 미국 전역의 식량
저장소가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복지 부문의 변화가 야기한 추악한 결과들은 랠프 네이더에 대한 투표가 상위
중간계급의 방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근거 없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이 다시 한번
4년을 집권한다고 해서 빈민층의 사정이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할 근거는 없는 것
이다.
그렇다. 네이더씨에게 표를 던지는 대다수 민주당원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조지
부시가 앨 고어에 승리하면 유감스러울 것이다. 나는 대법원 법관 임명 문제 같은
두 후보 사이의 차이를 직시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가 승리한다고 해서 내가 변명
을 늘어놓을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 미몽에서 깨어난 다수 대중을 투표장으로 되
돌릴 수 있는 민중적인 원칙을 고어씨가 거부한 게 내 잘못은 아니기 때문이다.
네이더의 선거운동은 민주당을 왼쪽으로 자극하고 이를 넘어서 미국 민주주의를
다시금 활성화시킬 기회이다. 현재 출마한 모든 후보자 가운데 네이더씨만이 미국
민 절대다수가 소외되어 있는 현실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선거에서 거대 자금
이 행하는 역할 문제와 서로 너무나도 흡사한 민주당과 공화당에 도전할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그 뿐이다.
네이더씨에게 던지는 표는 부시씨를 위한 표도 허무하게 날아가버리는 표도 아
니다. 당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민주당원들과 생기넘치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것은 긍정과 희망의 표명이다.
*『알뜰살뜰하게: 호황기 미국을 헤쳐나가(지 않)기』(근간)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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