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견법이 싫어요

이혜연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91fish@hanmail.net)

사례 하나

얼마 전 거의 이길 가능성이 없는 사건을 하나 맡았다. 되든 안되든 해보겠다는 의뢰인의 고집 때문에… 이 사람은 파견노동자였다. 파견업체에 소속되어 D일보(이 사람을 ‘사용’하는 사용업체)로 파견 나가 취재차량 운전사로 일하였는데 계약기간 1년이 되기도 전 약 7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파견업체 본사로 인사발령이 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본사로의 인사발령이 의미하는 것은 거의 해고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사용업체에서 일을 안 하니 사용업체로부터 파견업체로 임금이 지급될 리 없고 그러니 파견노동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사는 파견업체가 이 사람에게 임금을 줄 리 없는 것이다. 다만 본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운 좋게 일당이라도 일을 나가게 되면 시급으로 계산하여 임금을 받지만 이전에 받던 임금에 비해 너무 적고 또 일이 없으면 오히려 자기 돈으로 점심이나 사먹고 들어와야 한다는 거다. 본사로의 전보발령에 대해 파견업체에서 얘기하는 이유는 사용업체에서 교체를 요구했기 때문이란다. 직원과 화합이 안된다나 어쩐다나… 그러면서 ‘그 사람 때문에 우리가 거래처 끊기면 안되지 않냐’ 한다. 파견노동자도 버젓이 서명한 계약서에도 사용업체가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징계사유로 규정되어 있다. 실제 그 노동자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는 묻지 않고… 또 회사 사정에 의해 근무지를 변경할 수 있다는 규정도 어김없이 있다. 자, 거의 빠져나갈 구멍은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이 노동자는 억울한데, 별 잘못 없이 생계가 막막해졌는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니 회사는 언제든지 본사로 나오라는 것이므로 각하 시키겠다고 하고 노동부에서는 근무지 변경은 사업주의 권한이란다. 결정적으로 이 노동자가 법적 절차에 있어서 실수한 것은 본사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람은 나가봤자 손해보는데 왜 나가냐, 부당하다 주장하지만 법은 실제 손해를 입어야 보상해주기 때문이다. 본사로 출근했는데도 이전의 임금을 보장해주지 않았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청구하여 받을 수 있으나 문제는 이 사람은 출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견업체는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는 말을 바꿔 이전의 월급을 보장해주겠단다. 이제 이 사람은 증빙서류 하나 없는 파견업체 측의 무책임을 입증해야 할 책임까지 지게되었다.

사용업체는 사소한 이유로 맘대로 사람을 교체하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파견업체는 사용업체 눈치보며 노동자만 닥달하는게 파견제도다.

사례 둘

역시나 매우 어려운 사건. 또 개떡같은 파견이다. 파견업체에 소속된 많은 파견노동자들이 전국 각지의 모 기업 주유소로 흩어져 근무하고 있었다. 이 경우는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는 파견업체, 사용업체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계약을 도급으로 체결하여 파견법을 피해나가고 있어 더욱 기가 막혔다. 그런 와중에 근부지가 전국에 흩어져 있다는 어려움속에서도 파견노동자 몇십 명은 뜻을 모아 노조를 결성했다. 물론 이 노조는 사용업체의 노조가 아니라 파견업체의 노조다. 거의 모든 근로조건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용업체는 파견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란다. 왜냐하면 이들은 노조에 대한 탄압과 회유·협박, 노조활동 방해는 누가 하냐… 당연히 사용업체다. 실제로 일을 시키고 있는 모든 지시권과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출발당시 조합원이 100명 가까이 되던 노조는 현재 조합원이 딱 2명 남았다. 위원장과 사무국장, 지위가 불안한 파견노동자들은 사용업체를 상대로 뭔가 시도해보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두 명의 조합원은 아직도 고군분투 중이다. 일단 먼저 파견업체와 사용업체의 계약이 도급이 아니라 실질적인 파견이라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 아직가지 인정된 바 없는 사용업체의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후 – .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에 대해 사용업체를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서 사용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고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계류중이다. 불법파견으로 노동부에 진정하여 도급이 아니라 실질적인 파견임을 인정받았지만 노동부는 어이없게도 파견업체에게 불법파견업무 폐쇄, 사용업체에게 완전히 도급으로 하든지 직접채용하든지 선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불법이라도 어쨌든 파견이라면 파견노동자에 대한 보호조항은 적용되어야 하는데, 그리고 분명 사용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파견노동자는 사용업체가 직접 채용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는데(사실 이 조항도 사람만 2년마다 교체하면 현재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이 경우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이미 2년이 넘었거늘 이런 황당한 결정을 내리다니…

파견업체는 법 상 사용자의 감투를 쓰고있어 사용업체가 아무리 노조를 탄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규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성립시켜주는, 아주 꿍짝이 잘 맞는 커플이다.

도대체 이런 그지 같은 법을 민주노총은 왜 합의해 준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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