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이 남긴 것
[카운트펀치] 11/27
작년 이맘때쯤 시애틀로 들어가는 버스, 자동차, 비행기들을 관찰한 통찰력있는
사람은 앨 고어의 대통령 출마가 좌파들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을 예견했을
것이다. 오레곤, 캘리포니아 등 다른 주에서 고속도로로 쏟아져 들어온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11월 30일 시애틀 중심가를 마비시키고 WTO회의 개막식을 저지했던 녹
색 거리투사들이었다. 그리고 이 젊은이들은 플로리다와 뉴햄프셔에서 앨 고어와
큰 표차를 내지 않은 랠프 네이더 녹색당 선본의 핵심 주도세력이었다.
WTO 대표들이 소란스러웠던 그 주의 끄트머리에 패배 속에서 시애틀을 떠날 때,
환상은 파이크 거리의 최루탄 만큼이나 짙었다. 많은 좌파들은 클린턴-고어 행정
부의 자유무역주의자들의 굴복에 미친 듯이 기뻐하며 다가오는 새로운 연합의 시
대에 대해 환호했다. 예상되는 구성원들로는 지구 먼저!(EF!)와 열대우림행동네트
워크(RAN), 직접행동네크워크(DAN)와 같은 전투적인 생태주의자들, 시에라클럽,
지구의 벗(FE)과 같은 좀더 주류적인 생태주의자들, 랠프 네이더의 시민무역캠페
인,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깃발 아래 시애틀에 모인 노동자들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도취감 속에서 미국노총산별회의의 존 스위니와 같은 노동계 지
도자들이 자기 조합원들을 소요가 일어난 중심가로부터 안전한 거리에 머물도록
하는, 타산적인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실제로 몇 달전
스위니는 그의 시애틀 지부 사람들에게 미국노총산별회의는 WTO를 저지하는 데는
관심이 없으나, 회의 테이블에서 큰 노동세력의 입지를 담보할 만한 소란을 만들
길 원한다고 말했었다.
마찬가지로 65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시에라클럽은 WTO 공식회의 전날 경찰의 승
인을 받아 “환경주의자와 팀스터 노동조합원(Turtles and teamsters)” 행진을 계
획했으나, 시에라클럽의 사무총장 칼 포프는 갑자기 거리 시위대의 폭력에 대해
비난하였다. 포프는 시애틀 경찰의 무차별적 진압에 대해서는 그런 식의 비난을
하지 않았다.
근 열두 달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광범위한 반(反) WTO 연합의 개념에 대해 의문
을 제기한 사람들이 정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열두 달은 우리에게 매
우 다른 성격의 정치적 우화를 보여준다. 비교적 적은 숫자의 전투적인 사람들이
그들의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체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화를.
결국 WTO가 시애틀을 빠져나간 후 스위니의 노동자 대군(大軍)에 일어난 일은 무
엇이었던가? 당시 통상장관이었으며 지금은 앨 고어의 선거운동 본부장인 윌리엄
데일리를 앞세워 클린턴 행정부가 의회를 통해 중국과의 항구적 정상교역관계를
강행하면서 미국노총산별회의를 조롱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대한 노동
세력이라는 연기가 모락모락 지펴졌지만 클린턴과 고어가 애초부터 생각한 대로
이 연기는 무기력할 뿐이었다. 중국 건으로 한방 먹은 후에 미국노총산별회의는
고어를 당선시키는 데 투신했다.
시에라클럽이나 자연보호 유권자 연맹(LCV)과 같은 주류 환경단체들은 클린턴과
고어의 집권기간이 환경의 측면에서 볼 때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비록 그것을 죽을때까지 인정하지 않겠지만).
클린턴과 고어의 환경 관련 기록에 관해 분명히 발언하려면 고(故) 데이빗 브로어
같은 일생의 반역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스위니의 미국노총산별회의처럼 대
규모 환경단체들은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은 채 고어 선본에 합류했다.
주류 환경운동과 민주당의 관계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고어에 반대하고 브래들리
를 지지한 지구의 벗이 다시 고어 선본으로 기어들어갈 정도로 끈끈하다. 지난 10
월 지구의 벗 사무총장 브렌트 블랙웰더는 네이더 지지자들에게 고어에게 돌아올
것을 촉구하면서 태평양 북서부 지역을 순회했다.
그러나 이제 거대한 심연이 미국 환경단체의 공식 지도자들과 전국의 활동가들 사
이를 갈라놓고 있다. 칼 포프는 이사진을 설득해서 시에라클럽의 재원을 고어 당
선을 위해 바쳤지만 시에라클럽의 활동가들은 포프의 호소와는 달리 네이더를 버
리고 고어선본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일년 전에 시애틀 거리에서 최루탄과 곤봉
세례를 견뎌냈던 젊은이들은 포프나 블랙웰더, 또는 할리우드의 고어 대리인인 테
드 댄슨,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로버트 레드포드 등의 무서운 설교에 협박당하여
민주당을 지원할 분위기는 아니다.
환경운동 내부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클린턴-고어 집권시기에 성인이
된 사람들, 환경보호청(EPA)의 고어측 인사들이나 내무장관 브루스 배빗, 산림청
장 마이크 돔벡 등이 허가한 계획들에 맞서 싸우면서 활동가로 단련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오하이오주에서 WTI사의 독성 폐기물 소각로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갔고, 노던캘리포니아주에서 삼나무에 매달린 채 싸웠던 투사들이다.
지난 11월 시애틀 이후 이러한 전투적 생태주의자들은 금년 4월 워싱턴에서 IMF와
세계은행에 대한 반대투쟁을 계속했다. 그리고나서 그들은 양당에 대한 투쟁을 조
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표적은 필라델피아의 공화당 전당대회
였고 다음은 로스엔젤레스의 민주당 전당대회였다.
혹자는 앨 고어와 그의 전략가들이 LA경찰들이 생태주의 활동가들을 말을 타고 짓
밟고 최루가스와 고무탄환 세례를 퍼부었을 때 위험을 감지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감지하지 못했다. 그들은 당이 얼마나 우경화
됐는지는 생각지도 않고, 이러한 생태주의 활동가들이 돌아올 곳은 민주당 밖에
없다는 가정 아래 오랫동안 전략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은 플로리다주에서 9만 5천명의 생태주의자들의 표가 네이더에게 간
것을 보고 이를 갈고 있다. 플로리다와 같은 남부 주에서 이토록 표를 잃은 것은
시애틀 시장이 일년 전 WTO회의 저지에 대해 생각했던 것 만큼이나 민주당 당원들
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민주당 지도부와 대규모 환경단체의 수뇌에 있는 그들의 친구들은 그러한 행태에
완전히 반감을 갖고 있는 새 세대에 대한 현실감각을 완전히 놓친 채로 너무 오랫
동안 일을 진행해 왔다.
시애틀 이후 일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 한 환경운동
가 로비스트는 최근 네이더의 지지자들에게 부시가 정권을 잡게 됐을 때 “워싱턴
DC의 전선에서” 만나길 기대한다고 훈계하였다. 그러나 전선은 워싱턴DC에 있지
않다. 그것은 태평양 북서부의 삼림 속에, 캔서앨리의 화학공장과 원유 정제소에,
몬태나의 황무지에, 애팔래치아의 노천광산에 있다. 다름아닌 이 곳들이 전쟁터였
으며 일년 전 시애틀에서 WTO 주최측을 굴복시킨 직접행동이 단련된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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