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에이즈 보고서 : 역사상 최악의 전영병 에이즈
[세계사회주의자웹사이트] 12/4 크리스 탤보트
올해 약 300만 명의 사람들이 에이즈로 사망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상 최대의 수치이며, 이 중 50만 명은 아이들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인 사망자수가 240만 명에 이르기는 하지만, 유엔 HIV/AIDS 공동 프로그램(UNAIDS)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보고서는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구소비에트권 국가들에서도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수가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UNAIDS/WHO 보고서는 12월 1일, 세계 에이즈 날을 기해 발표되었다.
현재까지 에이즈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2,200만 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수인 2,0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에이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이 되고 있다. UNAIDS/WHO 보고서의 여러 통계는 이
질병의 가공할 규모와 확산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에이즈의 범세계적
확산에 대한 지구적 차원의 대처는 형편없음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주
요 서구 정부들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이 보고서는 그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
역에 있어서의 예방 프로그램-교육과 콘돔의 공급-과 기본적인 보건, 감염자에 대
한 지원 등만을 요청하고 있을 뿐이다. 보건복지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빈곤의
확산에 대처하거나, 서구에서 활용되고 있는 바이러스 치료제를 공급하기 위한 그
어떤 시도도 없다. 유엔이 요청하고 있는 한 해 30억 달러의 미미한 액수로는 수
백만의 사람들을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HIV 감염자수는 3,610만 명에 이르며, 이 중 140만 명은 어린이들
이다. 2,530만 명은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인들이다.
동유럽과 구소비에트 블록 국가 전체에서 최소한 70만 명의 HIV 감염자가 있으
며, 작년에는 42만 명 정도였을 뿐이다. 러시아 연방에서는 올해 첫 9개월 동안에
만 5만 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보고되었다. 지난 12년 동안 등록된 감염자수는 2만
9천 명이었다. 이러한 증가는 주로 정맥 주사 마약의 사용에 기인하며, 많은 경우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수치조차 심각할 정도로 낮게 산정되었
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보건성은 2005년까지 인구의 약 10%인 1,400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에이즈에 감염될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가 예상
하고 우려했던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바로 HIV의 폭발이다.” UNAIDS 감독관
피터 피오트는 이렇게 말하며, 이 지역 정부들이 관심을 결여하고 있음을 지적했
다.
현재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는 580만 명의 HIV 감염자가 있다. 이 지역 전체
인구로 보면 얼마 안되지만, 이 수치는 앞으로 급속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
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더욱 심각하다. 베트남에서는 현재까지 에
이즈로 2,371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05년까지 4만 6천 명으로 상승
할 것이며, HIV 감염자는 20만 명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은 2010년까
지 HIV 감염자가 매년 30%씩 증가해 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로이터 통신의 인도 보고서는 인도의 HIV 감염자가 현재 370만 명에 이르며, 이
것은 세계적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다음으로 높은 수치라고 말하고 있다. 보건성
의 한 대변인은 효과적인 바이러스 치료제가 이 나라 예산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비싸다고 밝혔다.
UNAIDS/WHO 보고서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새로운 HIV 감염
자수가 약간 감소했다고 한다. 이것은 그렇게 고무적인 소식이 아니다. 이 수치는
꽤나 큰 오차의 한계를 가지고 추정된 통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에이즈에 노출된 탓에 이 병이 가임 연령층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엔이 제출한 다른 가능한 설명-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이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다는-은 우간다나 잠비아
처럼 “성공” 스토리를 내놓을 수 있다고 유엔이 주장하는 나라들의 비참한 상황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면, 그리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은 에이즈가 인구대국 나이지리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나이지리아
의 HIV 감염률은 인구의 5% 정도로서, 현재 아프리카 남부 지역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까지 증가하고 있다.
UNAIDS/WHO의 통계가 보여주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최근 서구의 HIV 감염 증
가이다. 올해 서유럽에서는 3만 명, 미국에서는 4만 5천 명 가량이 HIV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와 비교해 볼 때 이러한 증가는, 서구의 수치가 여전히
아프리카보다 낮긴 하지만, 에이즈/HIV의 위험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은 결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아프리카의 에이즈
지난 며칠 동안 언론은 아프리카에 미치고 있는 에이즈의 비참한 영향을 그려내
고 있다. “에이즈, 지구적 살인자”라는 영국 채널4 TV의 한 다큐멘터리는 잠비아
리빙스턴시의 상황을 보여주었다. 주요한 트럭 교차점의 높은 HIV 감염률은 많은
수의 섹스 노동자들에 기인한다. 이 지방 한 학교의 모습도 방영되었다. 수많은
교사와 학생을 잃은 교장이 카톨릭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성교육 수업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잠자리도 제대로 없이 지내는 수많은 고아들의 모습도
방영되었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한 어머니가 아이를 자선기관의 보호에 맡길 수밖
에 없었던 이야기도 있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한 관료는 공개적으로 자신이 에이
즈에 걸렸음을 밝히는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지만, 이후 친구들로부터 경원당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감염을 치료할 기본적인 항
생제의 가격도 감당할 수 없었다.
BBC 라디오 월드서비스는 케냐에서 에이즈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케
냐에서는 작년에 20만 명이 에이즈로 사망했다. 한 고아원에서 기자는 최근 사망
한 아이들이 묻힌 근처의 즐비한 무덤들을 둘러보았다. 짐바브웨의 하라레는 에이
즈 관련 사망자들로 묘지가 가득 찼다. 가족들은 전통적인 관습을 버리고 화장을
허용해 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빌리지 보이스}의 기사들은 우간다의 굴루에서 일단의 에이즈 환자들이 처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작년에 최소한 5일을 아무 것도 먹지 못했
는데 이는 빈곤이 에이즈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뷰 대상 중에는
우간다 광고언론회사의 중역도 있었다. 그는 HIV에 감염된 93만 명 중에서 바이러
스 치료제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던 852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의 회사는 현
재 상황이 어려워졌고, 따라서 그 역시 1년에 6,250달러인 치료비용을 더 이상 감
당할 수 없게 되었다.
에이즈가 아프리카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도 이번 UNAIDS/WHO 보고서에서 언급되
었다. 연구에 따르면, 이 병이 아프리카 남부 지역 경제에 미치게 될 파국적인 충
격은 지역 경제의 40%까지 달한다. 국내총생산은 에이즈가 아니었다면 달성하게
되었을 수치보다 17% 정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렇게 날아가 버린 경
제적 비용은 220억 달러에 달할 정도이다. 다이아몬드 광산의 수입 때문에 상대적
으로 경제 사정이 나은 보츠와나에서는 다음 십 년 동안 보건 지출이 세 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구적 파국을 외면하고 있는 서구 열강
UNAIDS의 올해 세계 에이즈 날 캠페인 주제는 서구 정부들이 이러한 지구적 파
국에 진지하게 대처하기를 거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다”라는 주제는 빅토리아식 박애주의 교화라는 입장에 따라 감염 확산에 대한 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남성성에 대한 유해한 문화적 신념”-즉 여성에게
성관계를 강요하고 감염된 가족과 고아들을 돌보는 것을 거부하는 남성-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조적으로 이 보고서는 아프리카인 대다수가 직면한 기
본적인 문제들, 즉 깨끗한 음용수나 영양가 있는 식량 등과 같은 문제들을 비롯하
여, 지난 시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민영화 프로그램으로 급격히 악화
된 보건복지 및 교육 체계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있다.
세계 에이즈 날은 또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에게도 “우리는 에이즈에
대항한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지 않다”는 선언을 하게 되는 기회를 주었다. 올브라
이트는 그리고 “전세계의 원조기구들과 봉사 활동 참여자들이 지원하고 힘있는 지
도력이 뒷받침된 지구적 노력”을 요청했다. 이 말은 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75개
국에 HIV/AIDS와 싸우는데 고작 10억 달러만을 내놓은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다.
연평균 1억 달러 꼴이다. 이런 미미한 액수조차도 다른 서구 국가들이 내놓은 것
보다는 많다. 미 의회는 2001년에 4억 6천만 달러의 원조 예산을 책정했다. 이것
은 HIV/AIDS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감염성 질병까지 포괄하는 원조 예산이다. 이
수치는 미국의 국방비 3,100억 달러와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현재 프랑스가 의장국을 맡고 있는 유럽연합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저 개발도상국과 제약회사, 비정부기구 대표들이 함께
참석하는 또 하나의 유엔회의를 요청했을 뿐이다.
세계은행은 어쩌면 훨씬 더 냉소적일 수도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세계은행 본
부 건물에 약 32피트나 되는 거대한 붉은 리본이 걸렸고, 대변인은 9월 세계은행
이사회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HIV/AIDS 대처 비용으로 5억 달러의 지원
을 승인했다고 허풍을 떨었다. 세계은행은 25개 아프리카 국가들에 보통보다 낮은
상환 조건으로 연화차관(soft loan, 달러 등 국제통화로 빌려주고 현지 통화로 상
환받는 유리한 차관-옮긴이)을 빌려주고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이미 엄청난
채무 부담을 지고 있다.
여러 캠페인 그룹들은 현재 HIV 치료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7월
더반에서 열린 국제 에이즈 회의에서는 제약회사들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치
료제 가격을 80%까지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인하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지금까
지 오직 세네갈만이 에이즈 치료제 가격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다. 비정부기구인
국경없는 의사회는 현재 미국에서 하루 42.60달러(연 15,550달러)에 시판되고 있
는 세 가지 약의 복합 처방이 빈국들에 하루 2.14달러(연 780달러) 정도로 판매될
수 있으며, 여전히 이윤을 남긴다고 말한다.
남아공에서는 치료법캠페인(TAC)이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정부에 맞서서 상당
한 지지를 확보했다. ANC 정부는 HIV에 감염된 보건 노동자와 사적으로 치료 비용
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이들 중엔 개인적인 보험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도 포함된
다) 이외에는 치료제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TAC 부의장 마크 헤이우드는 세계 언
론에, 현재 남아공의 HIV 감염자 400만 명 중 고작 만 명만이 바이러스 치료제를
얻을 수 있으며, 상당한 가격 인하가 있을 경우 2년 안에 30만 명 정도가 더 혜택
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NAIDS/WHO 보고서가 지적하듯이 치료제를 얻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에이
즈의 가장 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들에서 질병과 사망의 증가는 종종 공공 서
비스가 악화되고, 고용 전망도 암울하며, 토착적인 빈곤이 판을 치는 배경에서 일
어난다.” 서구에서 활용되고 있는 복합치료제는 사실 치료약은 아니지만, 에이즈
의 전면적인 발병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직 적절한 보건 서비스
체계를 통해서만 관리될 수 있다. 치료제는 심각한 부수효과를 불러일으키며, 환
자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와 감독이 필요하다. 치료제는 또한 지구적인 긴급한 문
제로 대처되어야 하는 거대한 사회 문제의 해결책 중 일부일 뿐이다. 서구 정치인
들은 지금까지 그 어떤 공동 개입도 철저히 거부해왔다. 공동 개입은 이 치명적인
질병의 충격을 중단시키는데 수 조 달러가 투입되어야 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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