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무기무역에 대한 이야기:
재래식 무기거래의 변형된 동학,1991-2000
윌리암 D. 하퉁 (2000년 10월)ㅣ번역 : 손상열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alterite@jinbo.net)
2. 무기이전의 통제전망
2절에서는 1990년대 들어 국제무기시장에 등장한 정치적·전략적·경제적 동학의 변화들과 관련지어 무기 및 군사기술 이전통제에 놓여있는 문제점과 전망을 살펴보는 것으로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무기이전의 세 가지 다른 유형에 존재하는 현격한 차이들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무기이전의 세 가지 다른 유형이란 첫째, 주요 재래식 무기 무역, 둘째, 재래식 무기 및 대량파괴무기 생산에 이용될 수 있는 겸용제품 무역, 셋째, 경소형 무기무역(light & small weapons)을 일컫는다. 이상의 영역들은 행위주체, 조절구조, 전략적 귀결, 그리고 경제적 동학이라는 측면에 있어 서로 다른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무기무역통제(잠재적 분쟁지역으로의 폭력수단의 확산 제어)와 관련한 분석을 수행함에 있어 서로 다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주요 재래식 무기무역 : 매수시장(Buyer’s Market)에서의 억제력?
중동지역으로의 무기판매를 제한하기 위해 1950년대 중반 미-프랑스-영국이 체결했던 3자간조약, 혹은 1970년대 후반 미-소간에 이루어졌던 재래식 무기이전회담 같은 소수의 예외들을 제외하고 봤을 때, 냉전시기동안의 재래식무기이전은 ‘통제대책을 강구해야만 하는 잠재적 안보사안’으로서가 아니라 ‘배타적인 안보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고되었던 것 같다.
미국의 무기이전 정책은 잠재적 적국으로 현대식 군사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차단시키면서 동맹국들을 무장시킨다는 사고에 바탕하고 있었고(지난 호에 서술되었듯이 미국은 이를 위해 COCOM 같은 체제를 활용한다), 소련 또한 무기이전을 주로 정치적, 전략적 영향력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비해 유럽의 주요 무기 공급국들(프랑스, 영국, 이태리, 독일)은 무기이전을 결정함에 있어 정치적, 전략적 고려보다는 상업적 산업적 고려를 우선시 해왔다. 왜냐하면, 이들 나라의 국내무기시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으며, 그 때문에 주요 무기시스템을 생산함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기판매라는 측면에는 여러 복잡한 동기들일 얽혀 있었으며, 그로 인해 공식적인 금수조치나 천민체제(인종차별정책을 고수하던 남아프리카,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과 같은)에 대한 무기이전을 제한하자는 비공식적인 공약들은 종종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이란의 콘트라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 혹은 공식적인 무기금수(武器禁輸)결의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에 대해 서방의 많은 나라들이 무기를 이전해왔다는 사실, 80년대 이란-이라크 분쟁시 두 나라 중 적어도 어느 한나라에 24개국이상이 무기를 공급해왔었다는 사실 등을 확인해보면 잘 알 수 있다.
1991년에 발발한 걸프전은 이 같은 냉전적 패턴에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 정치 및 군사지도자들이 무기이전에는 이득뿐만 아니라 여러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 위험성들에는 잠재적 적국을 무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 지역적 분쟁을 야기 시킬 가능성, 현대식 전투기와 같은 무기시스템의 이전이 재래식 폭탄의 수송뿐만 아니라 대량파괴무기의 수송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걸프전 이후 무기이전통제를 향한 초기의 동력들은 펜타곤, 무기산업, 그리고 지역별 무기수입국가들의 경제적, 정치적 반대압력에 부딪쳐 소진되어온 게 사실이다.
1980년대에 이란-이라크 전쟁이 벌어지고 무기시장이 갑작스럽게 활성화되자,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 이스라엘, 이라크, 이집트, 이란, 대만, 남한과 같은 여러 나라들 또한 무기개발을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했었다. 이 나라들은 전투기, 탱크, 현대식 미사일 시스템과 같은 주요 전투시스템을 자력으로 생산,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쏟아 부었다. 물론 이 나라들이 갖고 있었던 이 같은 야심은 탈냉전이래 국제무기시장의 규모가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실현되지 못했지만, 몇몇 나라들은 하위무기공급자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다.(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1980년대의 군수경기가 끝나버린 지금, 주요 재래식 무기 무역을 주도하고 있는 행위자는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독일과 같은 6개 나라로 좁혀졌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표한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에는 네 나라가 국제무기시장에서 거래되는 무기의 86%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중 미국이 49%, 영국이 18.7%, 프랑스가 12.4%, 러시아가 6,6%의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서 아이러니칼 한 것은 이 4대 무기거래국들은 평화와 군축을 촉진시켜야할 중요한 임무를 쥐고 있는 유엔 안보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통계는 1990년대 재래식 무기시장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거시적 수준의 변화로 무기수출에 있어서 미국의 독주, 소련-러시아의 무기판매 축소, 그리고 국제무기시장의 급격한 규모 축소를 꼽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매년 650억 달러에서 700억달러에 달하던 무기거래규모는 오늘날 매년 300억∼35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무기판매에 대한 통계들은 대부분 만족할 만한 것이 못된다. 탈냉전시기에 들어오면서 무기거래에 대한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흐름이 형성되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에는 결핍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각각의 정보들은 나름의 특이한 결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회연구소의 무기이전 전문가인 리차드 그림메트의 통계서인 ‘제 3세계에 대한 재래식 무기이전 연감을 살펴보자. 이 연감의 기초가 되는 정보들은 대부분 미국의 정부부처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들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이 때문에 이 연감은 아마도 공개된 정보에 의존하는 다른 통계서들 보다는 더욱 포괄적인 통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계방법론상의 불분명함, 다시말해, 통계치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초기정보를 검증하거나 다른 정보들과 비교하여 사용했을 가능성이 거의 적기 때문에 투명성 내지는 공정성에 있어 문제가 존재할 수도 있다. 2000년 8월까지 발간된 그림메트 연감은 그동안 미국의 상업적 무기이전에 대한 통계는 배제해왔다. (무기판매는 사적 기업들이 맺는 계약에 의해 시작되지만, 이 계약은 정부 부처에 의한 인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왜냐하면 인허가를 받은 상업적 무기수출이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는지 미국 정부가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판매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수출허가를 받은 무기의 선적사실만 발표할 뿐, 수출되는 제품의 수량을 발표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그림메트 연감은 현재 상업판매에 대한 정보를 통계치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림메트는, 세계 군사비 및 무기이전에 대한 다른 州정부의 통계들이 상업판매가 허가된 무기의 50%가량이 수출되고 있을 것이라는 임의적인 가정에 의해 집계되는 것과는 다르게, 인도된 무기에 대한 매우 깐깐한 통계만을 사용하고 있다.
탈냉전에 들어와 새로 도입된 유엔 재래식 무기등록제도는 불완전하지만 유용한 측면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이 통계는 주요 재래식 무기를 거래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요국가들에 대해 공식적인 무기수출입통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SIPRI(스톡콜롬국제평화연구소가 발행하는 연감)나 IISS(국제전략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연감)와 같이 공개된 정보에 의존하는 통계들은 일반적으로 국제무기거래 총량 및 미국의 무기수출 총량을 그림메트 연감에 비해 더 높은 수치로 산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1999년도에 발간된 이 연감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SIPRI의 경우 미국이 국제 무기거래량의 54.1%를 공급하고 있다고 집계했는데, 이는 같은 시기에 대한 IISS의 집계보다 5%가량 높은 통계치이다.
이 같은 방법론상의 그리고 정보수집상의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이 주요 연감들의 통계에서 알 수 있는 재래식 무기무역의 기본적인 경향들은 일치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과 서구유럽나라들은 국제무기
무역의 1등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해왔다. 물론 소련이 저하할인 무기이전으로 이들을 앞선던 적도 있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걸프전쟁이후 미국은 무기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독주하기 시작했다. 어떤 통계자료
를 보건간에, 미국은 매년 국제무기이전의 35% 내지 50%가량을 점유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동안의 경험에 의거해 봤을때, 특정나라의 거대계약들(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프랑스의 전투함 이전,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전투기 이전 등)이 한 두 개만 성사되어도 무기이전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은 국제 재래식 무기 무역에서 75%내지 85를 차지해왔다. 종종 독일과 이태리 이스라엘과 같은 다른 하위공급자들이 여기에 도전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주요 재래식 무기무역이 몇몇 나라에 의해 독점되어 있다는 사실은 걸프전이 시작될 당시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그리고 중국이 진행한 무기이전통제에 대한 빅5 회담이 어떤 실질적인 결과를 내올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5대 무기공급국들 모두 새로운 판매활로를 찾기 위해 공격적인 수출전략을 채택했었고, 이에 따라 빅5 회담에서 토론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빅5 회담의 정신, 다시말해 분쟁지역으로의 무기유출을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파괴한 1차적인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 미국은 여전히 중동지역에 대한 가장 큰 무기공급원이었고, 중국과 여러 해에 걸쳐 협약(대만으로 이전되는 무기의 기술수준을 제한하는 협약)을 맺었음에도 핵심전력 전투기들을 대만에 팔아왔다. 미국이 대만으로 F-16 전투기를 이전시키자, 중국은 이를 비난하면서 빅5 회담에 불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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