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토론
청소년과 청소년 관련법을 말한다
정리 : porco(평화인권연대 활동가, 대안문화미디어모임 R.exe,pporco@hanmail.net)
◇ 토론자 – ‘청소년의 미래를 정말로 걱정하는 모임’의 대표 심각해 (‘니들도 부모 돼 봐라’의 저자),
검열반대사이트 ‘왜짤러’의 운영자 반가위
청소년 김모군
사회자 : 오늘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청소년관련법안(청소년보호법,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해 이를 둘러싼 제반단체와 관계자들의 의견들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자리가 자리인만큼 찬성과 반대의 두 입장을 조율한다기 보다는 이 둘의 입장을 극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합니다. 먼저, 최근 ‘니들도 부모 돼 봐라’라는 저서를 내서 보수적 부모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심각해씨의 의견부터 들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현재의 청소년과 청소년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심각해 : 정말 심각합니다. 세상돌아가는게 우리 어릴 적 같지 않습니다. 우리 어렸을 적, 애들은 어른들에게 대들지도 않았고, 가출, 원조교제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길거리는 담배꽁초하나 없이 깨끗했고,
범죄는 수박서리정도 있을까요? 이 모든 것은 바로 술을 팔고, 음란물을 파는 저질 어른들 때문입니다.
청소년은 나라를 이끌어갈 새싹입니다. 그런데, 현재 이들의 몸과 정신은 이미 썩고 병들어 있습니다. 저는 차라리 고등학교에 옛날처럼 교련과목이 부활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의 청소년은 몸도 허약할 뿐만 아니라 ‘질서’가 뭔지, 어른이 뭔질 몰라요.
반가위 : 저는 현재의 청소년이 자신의 생각을 과거에 비해 잘 표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옛날의 청소년이 그렇게 보였던 것은 사실은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표현을 하지 못했으며, 어른들이 이를 평가할 대상이 없었다는 거죠. 그런데, 심각해씨는 질서, 질서 하시는데…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질서가 무엇입니까? 저는 질서하면 과거 군사정부시절이 떠오르곤 하는군요.
심각해 : 어허, 이사람 보게..질서가 뭔질 모릅니까? 질서야 말로 세상에 없어선 안되는 척도이자 기준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줄을 어떻게 섭니까? 몸에 해로운 건지 아닌지, 음란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당연히 기준이 있어야지.
반가위 : 저도 기준에 대해선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기준도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또한 그 기준을 누가 정하는가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하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볼때 현재의 심의전반은 특정 관점이 배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사회적 약자의 관점이 배제되었다면, 현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똑같이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문제의 경우도 청소년은 없이 이들은 이럴것이다의 추정만 있지 않습니까? 저는 보호의 논리가 또다른 감시와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심각해 : 그럼, 청소년과 음란물을 같이 보자는 겁니까? 청소년이 심의를 하자면 음란물을 봐야됩니다. 그럼, 그 청소년은 어떻게 됩니까? 그 청소년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습니까?
김모군 : 듣고 있자니 너무 하는 군요. 청소년이 자신의 일에대해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습니까? 모든 청소년이 음란물이면 사죽을 못쓰고 달려든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편견 중에서도 지독한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자 : 네, 청소년문제 일반에 대한 의견은 이 정도로 하고, 청소년과 법적인 규제, 특히 청소년보호와 관련 된 법률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말씀해주시죠.
반가위 : 저는 우리의 논의에 앞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음란물’이라는 단어입니다. ‘음란물’에는 이미 도덕적 판단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이를 음란한가 아닌가는 누구도 정할 수 없기에, ‘성적 표현물’로 바꿔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란물이라는 단어로 말미암아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많은 제약을 받았으며, 엉뚱하게도 얼마나 많은 정치적 검열을 받았습니까?
심각해 : 그래요. 성적 표현물이라고 치고, 정치적 검열이 컸다고 칩시다. 이제 청소년보호법은 다양한 세부기관을 통합하여 자의적 단속을 줄이고, 공신력 있는 심의를 한다고 하니 문제의 소지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통신질서확립법또한 검열이 아니라 ‘자율등급’에 맡기는 것이니 문제는 없어요. 내생각엔 너무 풀어놓는게 아닌가 걱정이지만… 이 법률들은 정치와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을 제공하는 어른들만을 규제하려는 겁니다.
김모군 : 저는 청소년보호법의 시행에, 특히 인터넷 관련법의 경우 청소년이 가장 범법자가 될 확률이 크다고 생각해요. 창작물과 달리 데이타는 쉽게 복제나 배포, 합성이 가능하거든요. 실제, 대부분의 공유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들은 대학생을 포함한 학생입니다. 물론, 공유사이트에는 mp3, 영화도 있지만 음란물도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음란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어른들은 청소년들보다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고작 음란물 판매사이트에서 정보를 살수 있을 뿐이죠. 결국, 음란물의 더 큰 시혜자는 컴퓨터사용초보인 어른이 아닐까요?
반가위 : 제 생각은 심각해씨의 반대입니다. 청소년보호논리의 위력은 개별 법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이들은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합세해야 그 위력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문을 여는데 있어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며, 사회적 파급력은 더욱 클수 있겠죠. 심의와 정치는 별개라는 말씀은 자칫 위험한 소리로 들리는 군요. 저는 심의를 누가 해야 공정한 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심의를 하게 되는 시스템, 바로 그 시스템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마지막으로 청소년관련 법률과 기구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심각해 : 반가위씨는 너무 급진적이며,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음란물에 대한 선전포고는 이미 전세계적입니다. 사회전반적인 테두리가 약화되고 있는 요즘,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음란물규제는 필요합니다. 청소년보호의 강화를 통해 우리의 사회질서와 미풍양속을 지켜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반가위 : ‘우리의 것’이란 그 논리또한 되짚어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것이 미풍양속이라는데, 그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지칭합니까? 우리의 것에 존재한 성적인 민담, 풍자는 누구 것입니까? 우리의 것
에 대해 일률적인 것을 부과하는 것, 이를 정태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보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보호논리야 말로 청소년의 표현을 극도로 억압하고, 이들에게 허위적인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호는 청소년을 위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청소년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이들을 사회의 한 주체로 인정하고, 말하고 행동할 권리를 부여해야한다고 봅니다. 규제중심의 법률이 아니라, 이들의 권리를 신장할 수 있는 법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김모군 : 저는 사회적 이름을 잃어버렸습니다. 청소년에겐 인권, 사회적 권리란 없는 것이죠. 저희들은 누구의 말마따나 염색을 하고, 두발자율화를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청소년관련법과 기구또한 이를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의 의견이 없는 현재의 청소년보호는 기만입니다.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