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첫 해가 될지도
채만수 / 지도위원
노동과 자본 간의 대 전투 속에서 ‘새 천년의 첫 해’가 저물고 있다. 노동자 계급의 선두 부대가 한국노총 소속 금융산업노조의 은행원들이라는 게 유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 7월 이상한 지도부 하에서 소리만 요란한 (은행노동자의 생존권 사수는 뒤로 한 채, 은행자본을 위한 대리전이었던) 이상한 파업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던 바로 그들이 바로 그 구조조정에 저항하여 필사의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존권이 대대적으로 파괴되고 위협받을 때 노동자들은 어떻게 음모와 배신,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전투에 나서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장막 뒤에서 또 다른 배신을 음모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쩌면 내년이면 자본주의 주요 국가의 도처에서 벌어질 전투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파업, 세계도처에서 벌어질 전투의 한 모습일 뿐
‘제2의 IMF 사태(?)’니 뭐니 하는 소리가 시끄럽고, ‘DJ 정권의 개혁의 지체·실패’니,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느니 하는 헛소리가 여전히 요란하지만, 경제위기는 이미 한국 경제의 문제만도 아니고, 어줍잖은 시민운동 단체들이나 자본 지배의 언론이 떠드는 것처럼 결코 ‘개혁’이나 정책의 지체·실패 탓도 아니다. 그러한 헛소리는 모두 자본주의에서 경제공황이란 필연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무지의 발로거나, 노동자 계급에 대한 더 가혹한 억압을 독려하려는 악의의 음모다.
정세 추이를 조금만이라도 눈여겨보면, 97년 하반기 이래 격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동남아 국가들이나 중남미 국가들은 물론, 얼빠진 재벌 개혁론자 등이 모범적이고 튼튼한 경제로 찬양하던 대만 등도 급격히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볼 것이다.
이들 국가의 정세야 세계 차원에서는 부차적일 뿐이라며, 이렇게 말할 지 모른다. ‘경제 대국’ 일본이 10년 째 경제위기의 수렁에서 허덕이는 것은 회피하고 회피하다가 뒤늦게야 ‘리스트라’(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며, 80년대에 일찍이 구조조정을 마친 미국의 호황을 보라고. 구조조정과 경쟁력만이 살길이라고. 실제로 아직도 이런 미친 소리를 신문과 방송에서 피곤하게 보고 들어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노자 간 전투가 전세계에서 격화·빈발하는 해가 될 것
그런데 세계 정세를 주도·규정해가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를 보면, 그 역시 이미 수 개월 전부터 급격히 심각한 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음을 알 것이다. 그 사이 폭락해 버린 나스닥 지수가 상황의 급격함과 심각함을 여실히 보여 주는 가운데, 수많은 ‘전문가들’도 이미 ‘연착륙’하라는 주문 대신에 미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는 절망의 헛소리를 내지르고 있지 않았는가? 수상하게 치러지고 끝난 미국의 대선, 혹은 그 정치적 혼란과 갈등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남아, 중남미, 그리고 러시아 등에서의 심각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호황 덕분에 지체되었던 새로운 세계 대공황. 2001년은 어쩌면 그것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첫 해가 될지도 모른다.
만일 정말 그렇게 된다면, 노동자 계급에 대한 자본의 억압과 도발도, 국가주의·애국주의의 선전·선동도, 제국주의의 횡포도, 노자 간의 대립·투쟁도 세계적 규모에서 격화되고 빈발할 것이다. 이러한 정세에 노동자 계급은 ‘국제주의’와 ‘투쟁’으로 대응해야 한다. 책임감 있는 활동가라면 정확한 전략 구도 속에 투쟁을 배치해가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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