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달 째 명동성당 붙박이 농성

명동성당에서 사계절을 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가보안법 관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명동성당 농성단이다. 지난 5월17일 천막을 친 게 엊그제 같은데 꽃이 피고 꽃이 지더니 낙엽도 다 떨어졌다. 지금은 영하를 밑도는 추위가 이들 주변을 맴돌 뿐이다.

그 동안 성당에는 수많은 농성천막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거듭했다. 소파개정운동본부와 축협노조, 민주노총, 민주관광연맹과 호텔롯데노조, 사회보험노조, 보건의료노조, 금융노조, 한전노조, 개혁입법 쟁취를 위한 시민단체연대회의(준), 국보법폐지국민연대와 함께 오후6시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12월18일 아침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한국통신노조의 천막이 쳐지고 있었다.

이미 하루 전날 밤부터 성당에 들어와 있던 한국통신노조 조합원들의 함성과 구호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고 있었으나 오랜 농성에 적응이 된 탓인지 진재영씨를 뺀 나머지는 천막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농성단은 모두 4명. 94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고 김일성 주석 분향소를 차린 탓에 수배된 진씨, 99년 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낸 이동진씨, 97년 한총련 의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유영업씨, 97년 경북대 총여학생회장이었던 최윤진씨다.

4·13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정부는 전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고, 이들은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수배를 해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다. 이들은 성당으로 들어왔고 남북정상이 두 손을 잡은 6·15를 전후로 가슴은 기대로 부풀었다. 그러나 8·15가 이들을 비켜갔고 국가보안법은 정기국회마저 피해갔다. 농성천막 벽에는 남북정상이 마주보며 웃고 있는 사진이 8장이나 붙어있다. 진씨는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타는 장면을 텔레비젼을 통해서 빠짐없이 봤다”면서 “분노스럽고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평화상을 탄 그 대통령은 7개 종단 대표들과 12월21일 이곳 명동성당에서 만나 간담회를 갖는다고 한다. 한동안 잠잠하던 성당쪽은 “당장 나가라”고 협박하고 있다.

“7년 동안 수배생활을 하다보니 제 20대는 사진이 거의 없어요. 성당에서는 사진을 원없이 찍어서 좋아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사회단체 어른들과. 앞으로요? 임시국회가 2월까지는 열릴 테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싸우는 수밖에요.” 진씨의 얼굴은 평화롭게 빛날 뿐이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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