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폐지·인권을 촉구한다
인권활동가들 혹한 속 맨땅 단식농성
인권과 평화에 대한 국제적 지지와 연대의 상징인 노벨평화상은 혹한의 추위 속에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앉아 있다.
대통령이 약속하고 또 약속한 인권국가의 국정지표를 위해 인권활동가 연합 단식농성단이 올 들어 최저라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 속에서 1월4일 현재 8일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 위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성당쪽이 ‘집회와 농성 일체불허’를 밝히며 강제철거 의사까지 공언했으나 이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당초 이들은 12월18일부터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인권위원회법·부패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가 하루만에 중단한 바 있다. 농성장소로 잡은 명동성당에는 한국통신노조(위원장 이동걸)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민영화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한창 진행하던 터여서 발 디딜 틈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대표를 비롯해 20여명의 인권활동가들이 다시 성당 계단에 주저앉은 것은 12월28일. 한기와 습기 탓에 축축해진 담요가 체온유지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가운데 이들은 비닐을 뒤집어 쓴 채 그렇게 겨울밤을 나고 있는 것이다. 1월1일께 함박눈이 내리던 밤 이들은 겨우 눈이라도 피할 수 있도록 천막 한 채를 쳤다. 천막 안에는 그러나 스티로폴조차 깔려있지 않다. 단식 6일째인 1월2일부터는 송원찬(다산인권센터 사무국장)씨와 최재훈(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씨가 탈진해 쓰러지는 등 팔에 링겔을 꽂아야 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첫날부터 단식농성에 참가하고 있는 임태훈(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씨는 “날이 추워선지 물도 잘 안 먹힌다”면서도 “아직은 버틸 수 있고 임시국회가 끝나는 1월9일까지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농성단에 지지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오종렬 전국연합 의장을 비롯해 전농 정광훈의장, 최갑수 민교협 의장 등 민족민주운동 대표들이 이 곳을 다녀갔고, 민주노총 사무총국 성원들과 3기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농성단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불청객도 있다. 민주당 신임 인권위원장인 이종걸 위원이 소금세례를 받고 돌아갔으며, 청와대 민정복지수석실 관계자도 된서리를 맞았다.
단식농성 참가자들은 오히려 점점 불어나고 있다. 전국연합 이천재·노수희 공동의장 등이 1월4일부터 동참했으며, 참여연대에서도 하루에 한 명씩 릴레이단식에 참여키로 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은 3년째 신년사를 통해 보안법 개정과 국가인권기구 설립을 밝히고 있지만 농성단은 인권과 평화가 실현되는 날을 꿈꾸며 길 위에 앉아 있는 것이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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