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산별, 17만 노동자의 희망인가?
지난 1월 31일 속리산 유스호스텔에서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금속연맹) 임시대의원대회(대회)가 열렸다.
과도기에는 금속산별, 금속연맹 병존키로
이날 대회는 금속노동조합(금속산별) 건설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했던 지난 8월대회의 연장선에서 진행되었다. 지난 8월대회는 파행적인 금속산별 건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던 대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퇴장한 사태와 이 대회의 결정사항이었던 ‘기업지부 인정’이 문성현 집행부와 국민파간의 야합이라는 주장 등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따라서 금속산별 건설에 대한 최종 결정을 예정하고 있는 이번 임시대의원 대회는 초반부터 대의원들간에 열띤 토론과 팽팽한 대립이 예상됐다.
그러나 대회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금속산별 건설과 관련된 안건은 ‘산별노조 창립대회’와 ‘산별노조 창립대회 준비’건으로 나뉘어져 상정되었는데, 대부분의 세부안건 처리는 오는 8일로 예정된 ‘금속산별 창립대회’로 미뤄졌다.
결정된 사항은 다음과 같은데, 8월대회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지부구성에 관한 건’은 ‘지역단위 또는 기업단위로 설치하자’는 원안이 아무런 반대 없이 통과되었다. 또한, 각 단위노조가 금속산별로의 전환을 순조롭게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올 9월까지를 과도기로 설정하고 금속산별과 현재의 금속연맹이 병존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17만 조합원 중 2만 3000여 명만 산별 전환 결의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금속산별은 이제 역사적 출범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많은 노동자에게 노조의 문턱을 낮춘다는 것과 같은 업종의 노동자들이 단일한 노조로 단결하고 투쟁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실천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보다는 상층 지도부의 논의를 중심으로 출범하는 금속산별이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창립대회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금속연맹의 17만 조합원 중 조직전환을 결의한 노조는 90개 노조, 2만 3483명에 불과하다.
오는 8일까지 금속산별로의 전환에 대한 찬반투표 일정이 확정된 노조는 35개, 조합원 5만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대기업 노조인 쌍용자동차, 한국중공업 등은 현안문제를 들어 조직 전환 결의를 자신하고 있지 못하고, 5일 총회를 여는 기아자동차 또한 현장조직 등의 문제제기로 총회 개최마저 불투명하다. 더구나, 지난 1월 28일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던 현대미포조선은 조합원의 48%만 찬성표를 던져 금속산별로의 전환이 부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금속산별로의 전환이 현장 노동자들까지 포괄하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금속산별 논쟁의 화두가 되었던 ‘기업지부 인정’ 또한 금속산별 출범의 의미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대기업노조를 하나의 지부로 인정하는 방침은 중소기업노조의 활동을 이에 종속시킬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다. 동일한 노동에 종사하는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 격차 역시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업지부를 인정하는 것은 현재까지 유지되어온 대기업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에서 출발한 것이다.
“금속산별의 힘있는 출범 기대할 수 있는가”
한국노동자운동의 역사적 전통은 계급적 관점에 기반한 전투성에 있다. 금속 노동자들이 이러한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해 왔기에, 금속산별의 출범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은 더욱 각별하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치열한 논의와 토론보다는 예정된 창립대회 일정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나,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우차노조에 대해 상급단체로서 책임있는 결정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에서 금속산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힘있게 출범하는 금속산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는 기아자동차 노동자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도 당연하다.
김철호 / kim75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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