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경 / 선전위원장

2월 17일 정리해고 명단이 통보되기 전, 정권이 대우자동차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서로 른 전망이 있었다. 하나가 직접 대량 정리해고를 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희망퇴직 방식으로 정리해고를 추진하면서, 노조를 점차 고사·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다른 전망은 대량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투쟁 돌입 시 즉각 공권력을 투입해 투쟁을 조기진압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현실은 후자로 나타났다. 정권은 노동자와 그 어떠한 작은 타협이나 시기 조절을 할 필요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정권의 위기해법 : 신자유주의적 파쇼화

첫째,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파쇼화가 노골화되고 있다. 제 2차 구조조정을 확실히 마무리짓기 위해, 노동자·민중진영에 대해 전면 공격과 폭력이라는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다. 대우자동차 투쟁 진압 직후, 검찰이 ‘집단이기주의,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점,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관철시키기 위해 기획예산처 지침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예산 유보 정책을 취하겠다고 협박하는 점에서 이는 잘 드러난다. 언론개혁(?) 공세 역시 정권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둘째, 정권 출범시 내걸었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은 양립불가능한 것임이 생생히 드러났다. 한국경제를 철저한 시장논리를 재편하는 신자유주의와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생활권)을 보장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신자유주의 공세 아래서는 공정하게 노사정 간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주의’란 설 수 없음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비록 정권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한국노총과의 2·9 대타협(단위사업장 복수노조 허용 유예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유예의 교환)을 통해 노사정위원회의 본격적 복원을 서두르고 있지만, 격화되는 대우자동차 투쟁으로 이는 허구적인 절름발이 사회적 합의주의임이 적나라하게 폭로되고 있다.

그럼, 정권은 왜 이렇게밖에 나올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경제(자본주의)의 위기상황이 그칠 줄 모르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강화와 일상화, 제도화(노동법 개악) 및 이에 저항하는 투쟁에 대한 파쇼적 탄압 외에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정권의 파쇼적 탄압은 과거 군부독재정권으로의 회귀가 결코 아니다. 바로 총자본의 집행권력인 김대중 정권이 자본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취하는 신자유주의 전략의 폭력적 추진형태일 뿐이다.

따라서 보수·수구 세력에 휘둘리는 정권을 압박·견인하여 민주주의 개혁(?)을 앞당겨야 한다는 논리는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망상일 뿐이다.

대중투쟁을 통한 계급역관계의 반전인가, 선거정치인가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공공연맹,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노련 등이 대우자동차 침탈 이후 속속 ‘김대중정권 퇴진투쟁’을 선언하였다. 대우자동차에 대한 대량 정리해고와 폭력침탈은 노동계 전반에 대한 탄압이며, 전면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자본가 정권인 김대중정권과 물러설 수 없는 대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한 투쟁목표로 정식화한 것이다.

따라서 과제는 이런 발전지점을 어떤 방향 아래 모아내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있다. 신자유주의적 파쇼화가 강화되는 가운데, 대우자동차 투쟁을 중심으로 형성된 구조조정 분쇄투쟁을 완강하게 지속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의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힘들 뿐 아니라, 미래 역시 구조조정의 일상화와 제도화, 노동운동의 무력화만 있을 뿐이다. 더욱이 현재 정권의 대노동 공격에는 2002년 상반기 지차제 선거, 하반기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권력재편기에서 권력을 안정적으로 재창출하려는 의도 역시 작용하고 있는바, 올 상반기부터 정권을 공격하는 커다른 대중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올 하반기부터 정세는 지자체 선거, 월드컵, 대선 국면으로 휩씁려 갈 것이다. 그리하여 권력 재창출 또는 권력 장악을 위한 부르주아 여·야당의 더러운 작태들과, 선거를 통한 정치세력화나 대중투쟁을 제도정치권 진출에 활용하려는 일명 ‘진보정치’세력의 선거정치가 정세를 규정해 들어갈 것이다.

따라서 대안은 분명하다. 첫째, 대우자동차 투쟁을 중심으로 형성된 ‘구조조정 분쇄·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을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신자유주의 공세와 정권의 권력재창출 음모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다. 둘째, 현재의 첨예한 계급대립을 그 자체로 강화·발전시켜, 계급역관계의 반전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진전시켜 내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진보정치’ 흐름에 대한 대중적 비판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권과의 전면전을 선언할 정도로 올라온 대중투쟁이 노동자계급의 보다 근본적인 이해를 위한 투쟁으로 발전케 하고, 대중주체의 정치세력화를 이끌어나갈 정치적·조직적 주체인 노동자계급정당 건설투쟁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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