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육체와 산산이 부서진 정신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1/3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해, 국제사면위원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매우 의미심장한 보

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서 추려낸 이 이야기들은 여성들에 대한 잔학 행위는 가정에서 일어나

며 정부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거의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녀는 울면서 돌아왔어요. 서너 명의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했다더군요. 그리고는 오랫동안

울었습니다. 그녀는 우리도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왜 자기에

게 그것에 대해 거짓말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 코소보 수바 레카에서 온 한 여성, 1999

“그들은 젖은 스폰지를 제 목 아래 넣고, 저를 전기의자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동안

반복해서 전기충격을 가했습니다… 그런 다음 다른 테이블로 데려가더군요… 막대기를 가져와

서는 저더러 무릎을 굽히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막대기를 제 항문에 천천히 집어넣었습니

다. 갑자기 저를 밀어 강제로 그 막대기에 앉게 했습니다. 저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죠… 그들

중 하나가 와서는 저를 덮쳤고 강간했습니다.” – 1999년 말 제이넵 아비시를 고문한 혐의를 받

았던 터키 경찰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G양이 15살 때, 부모들은 농장빚 청산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이웃에게 그녀를 시집보냈다. 남

편은 그녀를 정기적으로 강간하고 때려, 결국 입원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게 했다. G양은 두 번

이나 보호를 요청하려고 경찰서에 갔지만 집안문제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20살 때, 그녀는 두 아이와 함께 도망쳤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와 남편은 그녀를 발견

해 냈고, 그녀가 남편에게 몽둥이로 맞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남편은

아이들을 데려가 버렸고, 그 후로 그녀는 아이들을 볼 수 없었다. G양은 미국으로 도피하여 피

난신청을 하였다. 이민 검사관은 지난 2000년 G양의 변호사에게 G양을 엘살바도르로 돌려보내

라고 명령하려고 하였다.

전쟁으로 파괴된 한 유럽국가 마을의 여성, 터키 경찰에 의해 구금되어 있던 한 쿠르드족

여성, 미국에 난민신청을 한 중미출신의 만신창이가 된 두 아이의 엄마. 표면적으로 이 세 여

성들 간에는 성별과 고통을 당했다는 것 외에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들은 각기 다른 나라,

다른 공동체에서 왔고,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자들은 매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사례를 연결시키는 것은 세 여성 모두 학대의 희생자였다는 점이다. 세 여

성은 모두 육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관계당국의 침묵과 무관심에 맞서야 했다. 이 세 가지의

사례에서 그들을 학대한 남성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세 사례 모두에서

국가는 여성들을 육체적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국가는 가해자가 군인이건, 경찰이건 폭력적인 남편이건 간에, 이러한 여성들이 당한

고통에 대한 책임이 있다.

여성학대는 남성과 동등한 여성의 권리를 부정하고, 개인의 만족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여

성 육체의 폭력적인 사용을 정당화하는 전세계적인 문화에 기인한다. 세계의 여성조직과 인권

활동가들은 최근 수 십 년간 학대를 예방하고 근절시키기 위하여, 그리고 여성의 평등을 쟁취

하기 위해 용감하게 싸워왔다. 많은 나라에서 그들은 엄청난 성과를 이뤘고, 국제적으로도 인

권개념의 논쟁을 뒤바꿔 놓았다. 그러나 전세계의 여성들이 그 권리를 주장하여 이룬 성과물에

도 불구하고 세계의 여성들은 남성보다 적게 벌고, 더 적은 재산을 소유하며, 교육, 고용, 보건

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진다. 이미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차별은 여성의 완전한 정치적 사회적

평등을 계속해서 부정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이러한 차별을 먹고 자라며 그것을 강화한다. 여성들이 구금상태에서

학대를 당했을 때, 여성들이 “전쟁 전리품”으로 무장세력에게 강간을 당할 때, 여성들이 가정

에서 폭력의 위협 앞에 놓일 때, 남성과 여성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명백히 드러나 작동

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인종, 민족, 성적 지향성, 사회적 지위, 계급, 연령을 기반으로 한 차

별과 복합되어 작용한다. 그러한 중층적 차별은 여성의 선택을 더욱 제한하며, 폭력에 대한 취

약성을 증대시키고, 그들이 보상을 받는 것을 훨씬 더 힘들게 만든다.

어떤 경우 이러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가해자들은 경찰, 교도관 혹은 군인과 같은 국가

공무원이며, 정부와 싸우는 무장조직의 구성원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여성이 직면

하고 있는 대부분의 폭력은 그들이 가족의 한 사람이든 공동체나 직장내의 한 사람이든 그들

과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여성에 대한 통제력을 갖는 남성들의 권력앞에서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다는 폭력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여성이 구금상태에서 고문당한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기록해 왔다. 무력

분쟁 시, 성폭력이 전쟁 무기로 조직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1997년 이래로

국제사면위원회는 개인에 의해 저질러진 학대사례를 조사해 왔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인권의 틀

을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시키는데 적용하고, 그 폭력적인 행동이 국가 관료들의 교사로 국

가공무원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든 개인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든 국제 인권법 하에서 국가가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구금상태에서든, 가정에서

든 여성에 대한 폭력이 학대를 낳고 있는 환경을 조사한다. 학대를 없애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

으로 국제사면위원회는 국가가 여성에 대한 모든 가학행위에 대해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일어

났는지, 누구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상관없이 책임을 지게 했다.

가정과 공동체에서의 여성 학대

“홧김에 날린 주먹 한방에 부서진 이빨, 악랄한 공격으로 부러진 다리, 한밤중에 공포의 비

명속으로 사그라져 간 생명. 케냐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이 모든 가정폭력의 광경이 고통스런

이야기들로 끊이질 앟고 있다. 불구가 된 빈곤한 희생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집 없는 아이들이

범죄의 길로 빠져들고, 수치심으로 울부짖는 상처받은 마음들이 점점이 산재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사망자의 수를 세고 있다. 왜냐하면 매일매일 치명타를 맞고 죽어가는 희생자들

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권위있는 기자상을 받은 작가의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여

성의 학대에 관한 이야기가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그러한 학대를 없애는 데는

시간, 자원, 상상력, 정치적 의지 그리고 여성의 권리에 대한 확고한 헌신이 필요하다.

여성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한 전 세계의 국가들은 이러한 학대를 간과하고, 은

폐해 왔으며, 묵인하고, 그것들이 아무런 제재없이 지속되도록 용인해 왔다.

가정과 공동체 내에서의 폭력은 매년 수 백 만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다. 2000년 6월,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5년 전 제4차 세계 여성 대회 이래로 여성에 대한 폭력은 거의 모든 지

역에서 불법으로 규정되었으나, 그러한 폭력은 사실상 계속 증가해 왔음을 인정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차별과 차별강화기제에 뿌리 박혀 있다. 국가가 여성이 교육, 주거, 식

량, 고용 그리고 공식적인 국가권력에 대한 동등한 접근 기회를 갖도록 보장하지 못한 것은 여

성의 학대에 대해 국가가 갖는 책임의 또 다른 측면이다. 계속되는 여성 차별은 여성들이 의사

결정에 적절히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다. 여성의 목소리가 정부의 모든 수위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여성이 학대에 반대하고 차별을 없애는 정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수적이다.

빈곤하고 사회적으로 주변화된 여성들은 특히 학대를 받기 쉽다. 많은 경우 인종적, 성차별

적 정책과 관행은 그들이 경험하는 폭력의 정도를 심화시키고, 이후의 폭력에 대해 더욱 취약

하게 만든다.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부정하는 사회, 문화적 규범은 여성을 더욱 육체적,

정신적, 성적 학대에 맥없이 무너지게 만든다. 여성에 대한 차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개개

인의 기본적 인권이 부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가정: 그 공포의 도가니

“예외 없이 여성에 대한 가장 큰 폭력의 위험은 ‘낯선 이로부터의 위험’에서 오는 것이 아니

라 여성들이 알고 있는 남자-종종 남자 식구나 남편-들로부터 온다. … 주의를 끄는 것은 그러

한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얼마나 유사한 양상을 띄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최근

의 주요한 연구 결과이다. 가정 폭력은 실로 지구적 현상이다. 각국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고통

의 경험과 원인은 전세계적으로 비슷하다.

콩고민주공화국(전 자이레)에서 온 “K”는 그녀를 정기적으로, 심지어 아이들 앞에서 때리고

발로 차는 등의 학대를 한 육군장교와 결혼했다. 그는 반복해서 그녀를 강간했고, 그녀에게 성

병을 옮겼다. 그는 또한 종종 그녀를 총으로 위협하곤 했다. 한번은 그녀의 이빨을 부러뜨리고,

턱을 탈구시키고, 눈을 심하게 때려서 몇 바늘 꿰메게 만들었으며, 결국 그녀는 코, 목, 머리,

척추, 엉덩이와 발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해야 했다. 결국 미국에 망명을 요청한 “K”는, 그녀의

남편이 지배 집단과 연결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콩고에서 여성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이민 심사관은 그녀가 겪은 학

대를 “잔학행위”로 규정하였으나, 이민 심사법정이 내린 결정대로 그녀의 망명 신청은 기각하

였다.

과거, 가정내 여성에 대한 폭력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가 아니라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어 왔

다. 오늘날 국제 사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국가의 책임이 따르는 인권의 문제로 분명히 인식

하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세계 여성의 최소 20%가 신체적으로 학대받았고, 성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미국의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15초마다 구타당하고 매년 70만 명이 강

간당한다. 인도의 관련 연구들은 결혼한 여성의 40% 이상이 요리나 청소가 맘에 들지 않는다

거나 질투 등 다양한 이유로 남편들에게 발로 채이고, 얻어맞거나 성폭력을 당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98-99년 사이 케냐에서는 최소 60여 명의 여성들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하였다. 그리고 이

집트에서는 여성의 35%가 남편에게 구타당하는 것으로 기록되었다. 수백만의 여성들에게 가정

은 안식처가 아니라 공포의 도가니이다.

가정폭력은 여성의 육체적 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그것은 몇 년간 계속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악화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당장의 상처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신체적 정신적 효과는 축적되어 나타나고, 폭력이 멈췄을 때도 지속될

수 있다. 가정폭력은 위협적이고, 품위를 떨어뜨리며, 굴욕감을 준다. 그것은 자아 존중감을 파

괴한다.

가정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결혼지참금 관련 폭력은 아시아 여성 단체들의 적극적

인 노력으로 최근 주목을 받았다. 지참금과 관련해서 구타당하거나 타죽은 그렇지 않으면 신체

적으로 학대를 받은 인도 여성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1998년 6,929명의 여

성이 지참금 문제로 사망했다는 인도정부의 보고서를 통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모든 계급, 인종, 종교, 연령의 여성은 그들과 삶을 공유하는 남성들의 손에 달린 폭력을 경

험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여성집단들은 가정폭력에 특히나 더 취약하다. 여기에는 가내 노동

자와 강제결혼한 여성들도 포함된다. 국가가 이러한 행동들을 예방하고, 기소하고, 처벌하기 위

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폭력은 학대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법원의 젠더적 편향

인도에서 아동 결혼을 없애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촌락 개발 노동자 반와리 데비는

1992년 9월 22일 라자스탄의 바테리 마을에서 더 높은 카스트의 5명의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

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반와리의 진술을 기록하기를 거부했고, 그녀는 의료 검사조차 거부당했

다. 항의가 빗발치자 정부에 의해 실시된 조사는 그녀에게 엄벌과 유도심문을 받게 했다고 한

다. 그 조사에서 그녀의 진술은 사실임이 밝혀졌고, 그 다섯 남자들에 대한 고발장이 발부되었

다. 그 소송은 1994년 11월 하급법원에서 시작되었다. 1995년 11월 나온 평결에서 법정은 그녀

가 경찰과 의료 검사를 받는 것에 대한 소송을 늦게 제기한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라고 밝혔다. 법정은 더 높은 카스트에 있는 남자들이 너 낮은 카스트의 여성을 강간할 리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사건은 일어날 수가 없다고 보았다. 그 남자들은 집단강간죄에 대해 무죄

로 방면되었다.

판사들도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한 부분이며, 사회적 가치와 도덕적 규범과 편견을 반영

한다. 편견을 넘어서는 것은 사법기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러나 인권문제로써 여성에

대한 차별과 여성 폭력에 대한 이해부족은 종종 소송이 수행되는 방식에 있어서, 결정과 판정

에 있어서의 편견으로 귀결된다.

1999년 2월 이탈리아에서 대법원은 18세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운전강사의

항소심에서 판결을 뒤집었다. 희생자가 공격받을 당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것을 안 대법원

은 이렇게 말했다. “청바지는 입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으면 부분적으로라도 벗길 수 없

는 것이… 상식이다… 그리고 만약 희생자가 사력을 다해 싸웠다면 그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법정은 이것이 그녀가 섹스에 동의했다는 의미라고 판단했으며, 다른 항소심을 사례를 참고해

볼 때, 강간이라고 증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 이 글은 국제사면위원회 보고서 {짓밟힌 육체, 산산이 부서진 마음: 여성의 고문과 학대},

2001.3.8 (ISBN:0 86210 2960, ACT 40/001/2001)를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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