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최정민(평화인권연대 활동가 duck52@jinbo.net)

“집에 솔직히 얘기하고 나 좀 도와 달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용기… 도저히 용기를 낼 수 없다. … 언니의 울음, 동생의 민망.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도와 주실꺼죠? 하느님, 도와주세요. 이 번만은 꼭!

저 살고 싶어요. 이번엔 정말 제대로…”

– 군산매매춘지역 화재참사 희생자의 일기 中

작년 9월 19일 군산매매춘지역 화재참사는 매춘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 지를 보여주었다. 인신매매와 감금, 금품갈취 등이 횡행하고 끝내는 죽음을 맞아야 했던…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일기장에는 이제 갓 20 나이 젊은이의 고민이라기엔 너무나 고통스런 그녀들의 절규가 배어 있다. 교묘히 늘어만 가는 빚, 이러다가 나도 40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자신을 인간 이하로 대하는 손님들, 외출은 포주의 감시 하에만 가능했던 상황 등이 매일의 일기장 끝머리에 가족과 친구를 잘 보살펴 달라는 기도와 함께 빼곡이 적혀 있었다. 자유를 찾고 싶어했던 그녀들의 소망은 이렇게 억울한 죽음으로밖에 이룰 수 없었다.

군산매매춘지역 화재참사는 분명한 인재(人災)였다. 그녀들이 살았던 무허가 건물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설치해 놓은 것이 분명한 쇠창살이 창문마다 달려 있었고 밖으로 통하는 문 또한 모조리 잠겨 있었다. 무허가 건물은 손님을 많이 받으려고 미로처럼 불법으로 개조를 하였고 건물 내부는 인화성 물질로 되어 있었다. 화재가 일어나자 금방 그녀들이 살던 미로 같은 공간은 합판과 합판을 붙이는데 사용한 아교가 타들어 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로 가득 찼다. 사고가 난 직후 현장은 경찰이 제대로 보존조차하지 않아 감금·폭행 등을 입증할 수 있는 희생자의 일기장과 금전 출납부를 유가족이 발견하게 했다. 이후 수사과정에서도 중요한 목격자가 될 수 있는 화재현장 3층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여성을 조서만 작성하게 한 채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곳이 불법 개조된 매매춘 업소였는지 몰랐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사람이 죽어나갔는데 관련 경찰, 공무원들은 단돈 800만원에 사건을 매듭짓기에 급급했고 대한민국 정부는 인권유린의 현장을 방치했다. 이들을 대신해 이번 사건의 수사에서부터 해결까지 발벗고 나선 것은 여성단체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뜻 있는 시민들이었다. 화재현장에서 살아남은 여성의 증언을 토대로 경찰·공무원과 포주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재 유가족과 여성단체들은 국가와 지자체, 관련 공무원들 그리고 포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칭)성매매특별법”제정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였다.

기존 매매춘 관련 법규의 문제점

대한민국은 일제시대 하에 존재했던 공창제도를 폐지하고 1995년 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으로 매춘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윤락행위등방지법’은 그 기본적인 매매춘을 바라보는 시각과 법적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95년에 선도보호의 대상을 남·녀로 하고 매춘행위자의 사회복귀지원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으나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윤락행위’를 “불특정인을 상대로 하여 금품 기타 재생산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성행위를 하는 것”(제2조1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즉 ‘성을 사는 행위’는 제외되고 ‘성을 파는 행위’만을 윤락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손님을 ‘윤락행위자’가 아닌 그 ‘상대자’로 규정하고 있어 윤락행위의 원인을 실지로 매춘 여성 개인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갖는다. 하지만 실제 매춘은 성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성을 사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 세계적인 매매춘 관련법의 추세는 중간에 착취하는 포주, 보도 등을 처벌하는 규제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따라서 법률의 명칭도 ‘성적 착취 및 폭력, 그리고 매매춘 관련법’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둘째 개정된 현행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용어 사용의 성차별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매매춘 행위자 모두를 처벌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에 따라 상대 남성이 처벌 대상으로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라 남성이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한 현행 ‘윤락행위등반지법’은 매매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과 더불어 매춘 여성들에 대한 상담과 선도를 통해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나 매춘 여성들 또한 ‘윤락행위등방지법’에 의해 처벌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녀들 스스로가 폭력과 착취로부터 빠져 나오기 위한 어떠한 사회적 구조책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이다.

셋째 실제적으로 매춘 여성들이 가장 치명적인 처벌로 인식하는 것은 ‘윤락행위등방지법’의 “상습적인 윤락행위자나 윤락행위의 우려가 있는 자는 선도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보호시설에 수용할 수 있다”는 요보호 여성의 보호처분 조항에 근거하여 보호소 등에 감금되는 것이다. 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에서는 성인 매춘여성들의 ‘자의적’ 입소를 전제하고 수용기간을 명시했으며 ‘시행규칙’에서는 퇴소 조치를 완화하고 있으나 이것은 기존 보호소가 별로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관행대로 업무를 처리해왔던 것으로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보호소 내에서의 매춘 여성들의 인권보장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넷째 ‘윤락행위등방지법’ 외에 현행법상으로 매매춘을 처벌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관련 법규로는 ‘형법’, ‘공중위생관리법’, ‘식품위생법’, ‘풍속영업의규제에관한법률’, ‘청소년보호법’ 등 1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렇게 매매춘 문제를 처벌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법률이 통합되어 일관되게 시행되지 않고 있고 소관 부서도 제각각 이어서 실제 법률의 적용과 잡행에 있어서 중복되는 행정체계, 통일되지 않은 입장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외에도 존재하고 있는 사창가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과 적용의 부실, 공무원·경찰 등과의 유착고리, 매춘 여성을 착취하는 매매춘 시장의 단계적 메커니즘 등에 대한 연구·분석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미 ‘윤락행위등방지법’은 그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매매춘 시장에서 ‘윤락행위등방지법’은 매매춘의 고리를 끊고 매춘 여성을 보호할 만한 어떠한 안전장치도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칭)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러한 ‘윤락행위등방지법’을 비롯한 기존 성매매 관련 법규들은 여러 많은 문제점들과 그 실효성의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발생한 매매춘 지역 화재사건으로 매춘 여성들의 생존과 인권의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몇몇 여성단체들과 여성활동가들이 ‘(가칭)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성폭력특별법’과 ‘가정폭력관련법’ 등의 특별법을 제정했던 역사는 ‘(가칭)성매매특별법’의 입법화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준다. ‘(가칭)성매매특별법’은 그 명칭에서부터 성차별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던 기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의 오류를 뛰어넘어 성매매 관련한 전반적인 범죄를 규제·처벌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복지적 개입을 더욱 확대 강화하는 총체적이고 실효성있는 법률로 제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윤락행위자’로서, 즉 범죄자로서 매춘 여성을 규정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들을 매매춘과 가부장적 사회, 포주와 남성손님들에 의한 피해자로 규정하고 매춘여성을 비범죄화해야 한다. 기존의 법체계에서 매춘 여성은 범죄자로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폭력이나 사기 등의 피해를 제대로 호소할 수 없었고 경찰 혹은 관련 공무원들은 이것을 이용해 뇌물을 상납 받았으며 매춘 여성의 인권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었다.

둘째 이러한 기본적인 관점에서 피해자인 매춘 여성들을 위한 사회복지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윤락행위등방지법’에서 제도적으로 마련된 복지시설은 상담과 직업교육 등의 일환으로 마련되었으나 가중처벌이나 사회적 낙인 등으로 오히려 탈매춘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여자기술학원의 방화사건을 계기로 이에 대한 비판이 불거지자 시설 위주의 정부 정책은 후퇴하였지만 그 이후 새롭게 매춘 여성들에 대한 사회복지적 지원체계들은 마련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보통시민으로 제외되어온 이들 매춘 여성들은 대부분 의료보험, 생활보호, 공공근로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이나 복지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가칭)성매매특별법’에는 매춘 여성에 대한 실질적 사회복귀 지원 시스템, 자활교육, 정서적 치료를 위한 지속적 전문상담 체계 마련에 관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셋째 매매춘경영자, 포주, 조직폭력배 등 원 착취자와 기둥서방, 삐끼 등 중간 착취자, 관련공무원·경찰 등 후 착취자들의 유착비리를 제거하고 차단할 수 있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국제적 성매매 방지를 위한 처벌 및 피해자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예술공연 비자로 기지촌 등의 매매춘 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여성들이 당국의 묵인 하에 접대와 매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국경을 넘는 불법 인신매매와 매매춘의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러한 국제매춘은 대규모 브로커 조직들을 통해 납치나 매매, 밀입국이 이루어지며 이들 조직을 통해 매매춘 시장에 유입된 여성들은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긴 상태에서 팔려 다니며 심각하게 인권을 유린당한다.

다섯째 성을 사는 행위나 행위자에 대한 처벌 또는 의무적인 교육의 강화로 매매춘의 수요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여섯째 이른바 신종 매매춘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착취 그룹들 간의 먹이사슬을 근본적으로 끊어낼 어떠한 장치도 없는, 쌍벌죄에 대한 애매 모호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윤락행위등방지법’에 의해 신종 매매춘(전화방, 결혼상담소, 이벤트회사, 생활광고지, 컴퓨터를 통한 사이버섹스, 보도사무실, 주부매춘, 제비방, 은행계좌, 삐삐 등을 통한 매매춘, 원조교제 등)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존 매매춘 시장은 그대로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매매춘들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신종 매매춘은 손쉽게 돈을 벌고 더불어 성적 쾌락까지 즐기고자 매춘을 한다는 사회적으로 지극히 폭력적인 인식으로 인해 이들을 매매춘의 늪으로 내모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간과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가칭)성매매특별법’의 제정을 위한 활동은 성매매의 문제가 국가가 적극 개입하여 예방하고 규제해야 할 사회적 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며 특히 성매매 희생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가칭)성매매특별법’은 여성인권보장법의 기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입법사례를 살펴보면 성폭력, 가정폭력, 매매춘 등의 문제가 각각 다른 법테두리에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을 총망라하여 예방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안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번 ‘(가칭)성매매특별법’의 제정을 위한 활동을 계기로 매매춘 문제도 가정폭력, 성폭력 등과 같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아우를 수 있는 법제화 논의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이러한 법제화 논의와 더불어 매매춘에서 시급히 인식전환이 필요한 가장 큰 문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매춘 여성의 성을 상품과 동일시하는 시각이다. 이것은 매매춘 시장에서 매춘 여성의 성을 사는 문제는 단순히 돈을 내고 여성의 자궁을 얼마간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성전체를, 여성에 대한 통제권을 사는 행위이기 때문에 결코 동일시 될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는 사고 파는 행위에서 이루어지는 어떠한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콘돔의 사용 여부나 체위의 선택 등 모든 것이 남성손님들에 의해 결정되고 여성들은 통제권을 빼앗긴 존재로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매매춘의 현장에서 폭행을 당해도 심지어는 죽임을 당해도 그것은 모두 매춘 여성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매매춘은 분명 정당한 거래에 기반한 자유로운 성적 계약관계가 아니다. 매매춘 현장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죽임을 당하는지를 보라. 성을 사는 남성과 파는 여성에게 돌아오는 비난의 차이를 보라. 여성들 앞에 놓인 힘든 사회경제적 현실을 보라.

군산매매춘지역 화재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 부산 완월동의 너무나 똑같은 참사를 우리는 보았다. 언제까지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게 놔둘 것인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 ‘(가칭)성매매특별법’의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며 시급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벌어진 사건을 대충대충 마무리하는 데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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