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한반도 긴장 확대

[세계사회주의웹사이트] 4/6 피터 시몬즈

현재 세계 언론의 관심은 하이난다오에 불시착한 미 정찰기의 운명에 관한 워싱턴과 베이징의 줄다리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조금 더 북쪽으로 눈길을 돌려 한반도를 살펴보자면 부시의 공세적인 임기응변식 외교 정책이 한국의 주요 내각을 개편시키는 한편,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급속히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 행정부가 형식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을 여전히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시는 클린턴보다 평양에 대해 더 대립적인 태도를 보

이고 있음이 이미 분명해지고 있다. 클린턴 집권기에 시작된 북미 회담이 보류되었고,

이로 인해 한국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과의 경제, 정치적 관계를 개방하기 위해 추진했

던 소위 햇볕정책마저 사실상 중단위기에 처해졌다.

3월 초 워싱턴에서 소위 “솔직하고 숨김없는” 논의를 가졌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

시는 평양과의 회담을 시급히 재개해달라는 김대중의 요청을 거부했고 북한과의 협상

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부시는 정상회담 결과를 공식적으로

논평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북한 지도자에 대해 일정한 회의”를 품고 있으며 평양과의

군사 협상이 적절한 것일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입장을 분명히 하지는 않았지만 이

발언은 김대중 “햇볕”정책의 전체적인 근간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

다.

미국은 지난 2월 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남한을 방문했을 때 발표된 성명서 내용에

관해 김대중 정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었다. 공동 성명서는 1972년 체결된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조약을 “전략적 안정성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ABM 조약은 미국과

구소련 양국이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하고 서명한 협정이었다.

이 공동 성명서는 중국과 북한처럼 부시 행정부의 국가미사일 방어 계획(NMD)이 자국

의 군사력을 침식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바라보는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시각

이 전반적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압력하에서, 그리고 김대중의 워싱턴 방

문을 계기로 한국은 급격히 방향을 선회했으며 외교통상부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

에 대해 “어떠한 반대도 표명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대중은 부시와의 회담에 관해 매우 실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고위 정치인사들

의 이러한 떨떠름한 감정은 최근 “꼼짝없이 멈춰선 평화 협상”이라는 [코리아 헤럴드]

기사 제목을 통해 표현되었으며, 그들은 “우리는 부시와 미국의 외교정책팀이 안타깝게

도 북한과 한국의 평화 협상 과정에 대해, 매우 모순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을 우

려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수년간 이어져 왔다. 따라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는 그렇게

우왕좌왕하지 않고도 북한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준비를 더 잘 할 수 있었다”라고

평했다.

미국과의 이러한 간극이 불거지자 김대중은 지난 주 내각의 거의 절반 가량, 그것도 대

부분 국방과 외교 관련 장관들을 교체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호전시키려 했다. 전 미

대사인 한승수 신임 외교통상부 장관과 전 육군참모총장인 김동신 신임 국방부 장관은

미국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화당과도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두 신임

장관들은 취임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친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정빈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푸틴 방문 당시의 “과실”로 인하여 경질당했다. 그러나

이정빈 전 장관의 논평은 성명서 상의 ABM 조약에 관한 언급이 실수가 아니었으며,

한국의 내각이 부시 행정부의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지의 여부를 두고 분열했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사임 이후 이정빈 전 장관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굽신거리지 않아야 한

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위해 우리의 자존심을 희생하거나 팔

아먹을 필요가 없다. 한미관계에 앞서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을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북한도 이미 부시가 “한반도 상황을 긴장시키기” 위해 북한과의 “대결구도를 확대”하

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미국이 북한을 “구시대적이고 매우 불쾌한” 국가로

바라보고 있다고 기술했다. 특히 지난 몇 년에 걸쳐 북한 정권은 경제를 개방하고 해외

투자를 진작시키기 위해 모색해왔다. 지난 달 북한은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시작

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창립자의 장례식에 대형 조화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위문을

전달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북한 방문과 금강산 관광 프로젝트, 그리고 대규모 투자

지역에 대한 계획은 지난 해 남북 정상 회담의 길을 닦았다.

남북 관계는 김대중이 미국을 방문한 바로 그 달 이후 이미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북한

은 지난 3월 다른 무엇보다도 김정일의 한국 방문과 관련한 협의사항들을 논의하기 위

해 개최하기로 했던 남북 장관급 회담을 취소시켰다. 다른 남북간 계획은 철도 복원사

업처럼 멈춰서버렸고, 탁구 단일팀을 일본에 보내기로 한 계획은 무산됐다.

이번 주 북한 텔레비전은 한국과 미국의 군사 합동 훈련 계획을 “6·15 정상 회담[지난

해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선언의 정신에 위배되는 배신 행위”라며 비난했다. 북한

언론은 또한 한국의 신임 국방부 장관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그는 남북 화해 과정과

한민족의 협력과 통일을 외국 침략자에게 구걸을 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을 몰고

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우익 분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정책이 아직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김대중과의 회담에서

부시가 발언한 내용과 미 행정부의 초기의 결정사항들은 공화당 우익의 입장이 한결같

이 관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화당 분파들은 북한에 대한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이 “너무 유연하다”고 강력히 비판

했다. 클린턴 정권 시기 미국은 “대량 살상 무기”(우선적으로, 의혹을 사고 있는 핵무기

계획과 다음으로는 장거리 미사일 계획)에 대해 북한을 계속해서 압박했다. 이와 동시

에 오랫동안 전지역에 걸쳐 심각한 기근 상황에 놓여 있는 북한에 대해 클린턴은 북한

정권이 붕괴되거나 혹은 미국이 요구하는 경제, 정치적 개혁을 실행할 것을 기대하면서

장기적인 미국의 봉쇄 정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1994년 한반도에 전쟁위협이 퍼지면서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이 기존의 핵발전 시설을

핵무기의 원재료를 생산할 수 없는 경수로로 대치하고 핵 시설의 사찰을 수용하는 협

상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 “협정안”에 따른 새로운 발전소와 다른 조치들을 위한 비용

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일부 보조와 더불어 일본과 한국에서 대부분을 충당하기로 되어

있었다.

김대중이 1998년 정권을 잡고, 북한을 한국 투자자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화해의 손길을

뻗는 데 목적을 두고 추진되었던 그의 “햇볕” 정책은 미국의 접근 방식에 딱 맞아떨어

진 것이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경제 봉쇄 정책을 신중하게 유연화하는 한편,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과 미사일 생산 시설들을 철수시키도록 강제하기 위한 또다른 협상들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미국 공화당 우익 분파들은 “반역에 가까운

행위”라며 계속해서 맹렬하게 비난했다. 그들의 목적은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이 붕괴하

거나 완전한 항복을 하도록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러한 메시지는 외교적인 언어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그 의미는 분명했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이나 동북아시아의 공식 우방인 일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북한에 대해 완강한 대결 구도를 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대

량 살상 무기를 가진” 완전 무장의 “깡패 국가”로 북한을 규정하는 이유는 미국이 미

사일 방어 체제를 구축하고 전개해나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북한의 몇 안되는 지원국

중 하나인 중국에 대한 압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 주둔

한 37,000명의 미군과 수천 병력의 일본 내 미군 기지를 유지하는 데도 좋은 명분을 제

공한다.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입장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1953년 한국 전쟁이 종

료한 이후 한번도 체결되지 않았던) 남북한 공식 평화 협정을 제안한 김대중의 슬기로

운 처사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2003년 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

지만 내년 말까지도 아직 시공 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새로운 핵발전소를 통해 북한에

전기를 제공하겠다는 한국의 계획을 미국은 강하게 비판했다.

3월 말 토머스 슈워츠 주한 미군 총사령관은 미 상원의회에 출석하여, 약 2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북한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심각한 군사적 위협 존재라고 표현하면서

한반도에서 미군 주둔을 정당화했다. 그는 “내가 하나의 적으로 북한을 바라봤을 때,

그것은 더 크고, 더 많고, 더 가까우며, 더 치명적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증거”는 북한이 “(소규모 국가로는) 세계 최대의 포병부대”를 가

지고 있다는 것이고 북한군이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훈련을 수행하

거나 다른 불명료한 행위들을 했다는 것뿐이었다.

지배 계급 내 반대세력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최근의 전략은 아시아 및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지배 세력

내에서의 강력한 반대를 촉발시켰다. 3월 22일 미 외교위원회가 구성한 한반도 전담사

업팀은 이전의 정책들을 갑작스럽게 변화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부시에게 보

냈다. “이전의 한반도 정책은 한반도에서의 제2의 전쟁을 막았고, 북한에게 외교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는 것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 만약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조치를 취하려 하고 있다면 미국은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완벽

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들은 편지에 쓰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는 3월 29일자에서 “부시의 한반도 대실책”이라는 제호 아래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확증할 수 없다는 관념적인 우려 때문에, 혹은 앞으로 수년 내에는 달

성하기 힘든 기술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미사일 방어 체제의 구축을 향해 돌진하

겠다는 결심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최고로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신문은 부시가 북한과의 대화를 속개하고 김대중의 화해 정책을 지원해야 한

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어나갔다. “이것은 대통령이 교조주의적 우익 분파들의

노예로 사로잡혀 있지 않는 한 반드시 채택해야만 하는 현명하고 의지있는 조치이다.”

[LA 타임즈]는 3월 27일자 사설에서 부시가 김대중과 가진 회담을 “외교열차 탈선”으

로 표현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관계 속에 위험한

혼란을 주입시켰다”고 쓰고 있다. 이 신문은 북한의 붕괴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1990년 이후 서독에 의한 동독의 흡수 통일은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부었

지만 아직도 완성되기엔 멀었다. 그러나 독일의 상황과 남북의 상황을 비교해봤을 때,

서독은 동독보다 훨씬 더 부유했고, 훨씬 더 거대했다. 한국의 북한 흡수통일은 양국에

빈곤을 선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서양 다른 한쪽의 영국에 소재한 [파이낸셜 타임즈]는 3월 29일자 사설에서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북한을 향한 미국의 정책에 관해 유럽 지배 세력이 우려를 나타내

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는 백지 상태로 외교정책을 다시 시작하기를 원한다. 공화당원

들은 클린턴의 직감적 개입주의를 고집스러운 미국의 이권 추구, 즉 클린턴의 낭만주의

를 자신들의 현실주의로 바꾸겠다고 단언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물론 적대국들

은 더 거칠고 일방주의적인 태도에 대비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부시 행정부가 많은 지역에서 적절한 전략을 궁리하지 않은 채 외교

에 관한 주요 정책들을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미 행정부가 타이완에 고도의 레

이더를 가진 구축함을 판매할 것이라는, 즉 중국으로서는 위험한 도발로 여길만한 내용

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부시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생산과 판매를 저지할만한 협상을

벌이는 데 있어 아무런 대안을 고안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미 행정부는 클린턴이

러시아에 너무 관대했었다는 평가 이외에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현안들에 관해 미국과 계속 삐그덕거리고 있는 유럽연합은 3월 25일 남북 논의

를 지속하기 위해 외란 페르손 수상을 수장으로 하는 유럽연합 독자적인 중재단을 보

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재단의 목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기인하여 지금껏 남아있

는 분쟁 중 하나를 종식시키는 데 목적을 둔 김대중의 남북 평화 진작 과정에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안나 린드 스웨덴 외무장관은 “미 신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정책을 취

하려한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만큼” 유럽 또한 그에 맞춰 행보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3월 초 북한과 협정을 맺고 외교관, 언론인, 그리고 구제 물자

전달인력에 대해 북한 입국을 허용하고 군사력 확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다른 국가들은 외교 협정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

유럽이 동북아시아에 입김을 행사하려는 것은 결코 이타적인 동기에 의한 것이 아니다.

유럽 강국은 부시의 무모한 대결주의적 정책이 잠재적으로 불안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

른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 그 지역에 대한 경제적 개

입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멘스 AG나 스위스의 애지어 브

라운 보버리와 같은 주요 기업들은 북한에서의 사업 전망을 이미 타진해왔다.

투자자들이 북한에 매료되고 있는 것은 단지 그 나라가 값싼 노동력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일본에 인접한 북한의 전략적 위치는

더 광범위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데서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개방은 상당한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로부터 일본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은 물론이거

니와 일본에서 한반도를 경유하여 중국, 유럽까지 이어지는 수송 연결망의 잠재적 가능

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들에 관한 일부의 논의가 이미 진행 중에 있지만 김대

중의 “햇볕”정책이 붕괴되고 한반도가 정치, 군사적 냉전으로 회귀할 경우 바로 위협받

게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대결주의적 정책은 한반도 내에서의 마찰뿐만 아니라 미국

과 유럽 강국들 사이에서 점점 증대하고 있는 긴장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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