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최종 발표 앞두고 1445인 ‘선언’
정부의 새만금간척사업 재개여부 최종 발표를 몇 시간 앞둔 가운데 학계·문화예술계·법조계·시민사회·노동·농민 등 각계 인사 1445명은 5월 25일 11시 ‘새만금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새만금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처럼 특정 사안에 대해 시국선언 형식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주목된다.
새만금간척사업을 반대하는 각계인사들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타 20층에서 문규현 신부와 지하은희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의 낭독으로 발표된 선언문을 통해 “만약 정부가 성숙한 민주주의와 생명평화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을 저버리고 새만금간척사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정부는 권력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새만금간척사업은 생명의 문제이고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퇴행의 위기에 처한 정치적 문제”라면서 “이제 권력이 스스로 결정하고 독단적으로 강행하는 개발독재시대와는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가, 지켜야 할 국토를 앞장서서 파괴하고 오늘의 세대가 미래세대의 자연을 파괴하는 어리석고 우매한 시대는 끝났다”면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우리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윤준하 중앙집행위원장은 “만약 정부가 새만금간척사업 강행의사를 표명한다면 반민주당운동을 전개하고 노벨평화상 문제까지 건드릴 수밖에 없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새만금 시국선언문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결연한 의지로 모였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우리 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농지냐 갯벌이냐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무엇보다도 생명의 문제이고,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퇴행의 위기에 처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성급하게 강행하려는 새만금간척사업은 미래세대의 눈으로 볼 때 망국적 대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사람다운 삶을 꾸려갈 국토를 온전하게 물려줄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의 강행은 그 숭고한 의무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며 우리 후손들에게 재앙과 폐허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입니다.
시화호의 어마어마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정책집단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았습니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가 새만금간척사업은 갯벌을 파괴할 뿐이며 그 어떤 환경대책도 없다고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림부를 위시한 개발부처들은 여전히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새만금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정부는 아직도 민주적인 합의의 절차를 무시한 채 과거 정권에서 보았던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밀실행정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권력이 스스로 결정하고 독단적으로 강행하는 개발독재시대와는 결별해야 합니다.
갯벌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물들이 모여 사는 생물종다양성의 보고입니다. 갯벌은 논보다 일백 배나 경제가치가 높다고 네이처 지는 보도했습니다. 새만금갯벌은 육지의 콩팥일 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가졌고 무엇보다 무수한 생명들이 어울려 사는, 우리가 대대로 물려받은 자연유산입니다. 새만금갯벌에는 삶의 터를 잃고 쫓겨날 어민들이 있습니다. 철 따라 날아오는 물떼새와 도요새가 있습니다. 생명의 아름다운 흔적을 갯벌에 남기는 갯지렁이와 조개가 있습니다. 누구도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권리는 없습니다. 누구도 이들을 새만금갯벌에서 쫓아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마땅히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희망의 신호가 되고 깃발이 되어야 합니다. 국가가, 지켜야 할 국토를 앞장서서 파괴하는 어리석은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늘의 세대가 미래세대의 자연을 파괴하는 우매한 시대도 끝났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생명의 가치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여 새만금간척사업 중단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것만이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길이며, 지역주의의 폐해에서 이 나라를 구하는 길입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부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생명평화의 시대를 선언합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성숙한 민주주의와 생명평화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을 저버리고 새만금간척사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정부는 권력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2001년 5월 25일
새만금 시국선언자 1,44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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