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민주노총 지도부 명동성당 진입.
민주노총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이 시작된 이래 우리는 농성에 돌입하였다. 어젯밤 농성은 쉴새없는 토론과 함께 지친몸으로 잠을 청했고 뒤척이며 지새듯 농성장에서 눈을 떴다. 몇시인가? 8시. 준비해야 겠다. 어젯밤 비상대기령이 떨어지고 아침 9시까지 명동으로 집결하라는 비상지침이 떨어졌다.
수배중인 민주노총 지도부가 명동에 들어오는 것을 대비하여 모두 깨긋한 차림으로 집결하라는 비상소집….
출발하면서 우리는 걱정스레 나눈다.
” 경비가 만만치 않을텐데… 성공할까”
” 아마도 이미 들어와 있을 거요”
‘그래 한두번 한 우리가 아닌데 그리 서툴게 하진 않을꺼야’ 속으로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명동으로 향한다. 오늘이 지나면 집근처까지 와서 죽치던 경찰들도 다들 물러나겠지… 그렇게 되야지…
성당이다. 정말 오랜만이다. 가난한 자의 편인 성당이 얼마전부터 농성에 몸살을 앓아 거부해서 텐트 친지가 정말 오래된 곳.
역시 경찰들은 요소요소에 깔려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모 연맹의 깃발이 보이고 성당의 언덕빼기 계단에는 벌써 동지들이 앉아 있다. 들어서면서 먼저 궁금함을 참기어려운 질문이 튀어나온다.
“어떻게 됐어?”
” 어, 들어와 있어 “
그렇게 나지막한 대화가 오가자 얼굴에는 웃음이 베인다.
‘그러면 그렇지’ 어떻게 들어 왔냐고 묻고 싶은 생각도 없이 동지들 틈에 앉았다. 눈앞에 사복들이 우글거리는 장면… 그리고
‘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쪽 경비담당하고 이무영청장 오늘 좀 깨지겠구만 ‘
전혀 상관없는 우리 형제들까지 찾아다녔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치밀었는데 야릇한 상쾌함 마져 든다.
아마도 경찰은 아직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다. 우리가 모인걸 보고 웅성대는 걸 보니 어제 들어 왔다는데도 이제야 낌새를 느끼나 보다.
이제 정복경찰들까지 배치되기 시작하고 있다. 들어오는 차마다 검문하느라 시끄럽다. 민주노총의 텐트를 실은차가 들어오다가 제지를 당했다. 고성이 오간다. 심상치 않다. 모두 나간다.
경찰녀석이 차문을 열고 운전하는 동지들 끌어 내리려는 순간, 사태는 험악해 졌다. 숫자가 문제인가 우리는 모두다 이판사판으로 덤빈다.
” 야 ! 경찰이 무슨 근거로 차를 막아 ! 신분증 내놔봐 ! “
몸싸움이 시작되고 사태는 더 이상 정리되기 힘들다. 사복들과 우리는 구분하기도 힘든상황에서 밀치고 싸우고 …. 이제는 더 격해졌다. 밀리고 댕기고 정신없다.
성당의 신부가 나와서 의사를 밝히는 것 같다. 싸우느라 무슨 소린지 알수가 없다. 정복경찰들이 배치된다. 차앞의 우리 동지들이 사정없이 내팽개쳐지고 경찰과 심한 몸싸움, 방패가 날아든다.
민주노총의 간부가 차위에 올랐다. 상황을 제지한다.
” 텐트 하나만 내리기로 했다. 경찰하고 얘기했다 “
그리고 차 뒤쪽으로 가서 우리는 텐트를 꺼냈다. 그러나 이건 뭔가? 상황이 정리가 안된다. 경찰들은 여전히 막고 우리는 텐트를 들고 밀어 붙인다. 쪽수로는 쉽지가 않다.
” 야 임마, 니들이 허락했어. 저봐 임마 들어가라고 하잖아 “
사복 경찰 한명은 들어가라고 하지만 정복과 사복이 우리와 뒤엉켜 정리가 안된다. 어쩔 수 없다 그냥밀고 들어가자.
비로소 텐트가 들어가지만 옆쪽에서 난리가 났다. 경찰녀석은 우리 동지를 붙잡고 늘어지고 서로 난리다. 한동지가 사복에 끌려가면서 맞는다. 이런 ! 싸움이 붙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고함이다.
“사진찍어, 성당에 들어온 경찰들 다찍어 “
갑자기 경비대장쯤으로 보이는 경찰이
” 야 빨리나가 짜식들아 “
소리를 지르면서 경찰대오를 성당 밖으로 뺀다.
…….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다.
아 이놈의 현실은 언제나 …..
예전의 군사독재시절부터 몇 년간인가. 이렇게 수배당하고 짓밟히고…. 그리고 다시 우리는 일어서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억압속에서 살아야 할까?…..
명동성당의 마리아상 근처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친다.
삼미특수강 동지들이 또 우리 지도부를 지키기 위해 달려 왔고 레미콘 동지들.. 공공의 동지들,….
그렇게 또 우리의 사무실은 성당의 차가운 바닥위에 세워지고 있다.
드디어 단병호 위원장과 이홍우 총장이 모습을 보였다.
동지들과 악수를 나눈다.
“고생하셨지요”
기자회견이다.
회견문을 읽어내리는 순간, 하늘에선 소나기가 내린다.
기자들도 많이 모였다. 대통령 면담이 어쩌구 하는 질문과 답변….
우리의 농성은 이제 이곳에서 진행될 것이고 한동안 성당은 시끄러운 상황이 될거다.
다행히 ‘가난한 이의 안식처’인 성당이 보호해 줄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저멀리 울산의 효성노동자들이 있는 성당.
인천의 대우차 동지들이 있는 산곡동 성당.
그리고 여기 명동성당.
우리는 그렇게 이 땅에서 밀려나 깨지고 밟히며 그렇게 또 거점을 만들고 있다.
일계급특진에 눈먼 경찰들의 추적속에서 우리는 또 이렇게 빗속에서 섰다.
…. 7월 5일 ….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 다만 노동자의 이름으로…. 그렇게
(6월 29일 명동성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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