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투쟁은 의무다!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을 박성인 노동자의 힘(준) 대표가 만나다
현상금 500만원, 1계급 특진, 361명의 검거단 편성.
그러나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6월 29일 삼엄한 경비를 뚫고
명동성당에 진입, 투쟁거점을 마련하였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차량의 트렁크까지 검사하는 경찰의 살벌한 경비 속에서,
6월 30일 박성인 노동자의 힘(준비모임) 대표가 단병호 위원장을 찾아,
현 정세와 7월 투쟁의 조직화 방향, 노동운동의 주요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7/5총파업을 앞두고 펼쳐진 두 동지의 견해를 들어보자.
-박성인(이하, 박) 6월 22일 민주노총 비상중앙위에서는 7/5 정권퇴진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는 예상 이상의 결의였다. 이 결의의 의미는 무엇인가?
=단병호(이하, 단) 애초에 집행부는 ‘임단투가 진행 중인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기집중 파업을 하고, 나머지는 2∼4시간 파업 정도를 해서 탄압에 대한 투쟁의지를 밝힌다’는 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논의과정에서 민주노총 산하 모든 조직이 7/5투쟁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현 탄압이 6월 총력투쟁에 대한 대응이란 일시적 탄압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완성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대중적으로 꿰뚫어 본 것으로, 대중들의 신자유주의 분쇄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박: 현 탄압의 성격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탄압과 그 성격이 다르다. 또 총파업 결의 과정도 위로부터 정권 퇴진을 결의했으나, 지역과 현장에서 대중투쟁 동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판단과 극복방향은?
=단: 96·97년 총파업처럼 현장으로부터 투쟁동력이 올라오고 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또 투쟁 준비도 부족하다. 대중투쟁동력을 힘있게 만드는 것은 7/5총파업을 어떻게 위력적으로 조직하는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각 연맹별 조직화를 독려하고 있다. 7/5총파업투쟁, 7/7 지역별 집회, 7/22 10만 조합원 상경투쟁, 이 세 가지를 힘있게 조직하면 하반기 정권 퇴진투쟁의 열기는 고양될 것이다. 즉 현재는 중앙위원회 결정 내용을 일정에 따라 힘있게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민주노총이 ‘신자유주의 분쇄, 김대중정권 퇴진’을 내걸고 투쟁했지만, 사회적 쟁점은 ‘노동운동 탄압’으로만 형성되면서 민주노총의 6대 요구안이 쟁점화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구체적 투쟁목표는 무엇인가?
=단 :우리는 6대 요구를 제시했는데, 이 요구가 정권에 의해 수용되지 않는 한 정권 퇴진을 수정할 수 없다. 6대 요구가 쟁점화 안 된 것은 우리의 한계 문제도 있지만, 한국사회 및 보수언론의 구조적 한계 역시 작용하였다. 수배되었을 때, 청와대가 한국노총 지도부를 초대할 즈음, 민주노총에도 비공식 면담제안을 했다. 그러나 나는 거절했다. 의례적 면담은 필요 없다. 우리는 대화가 가능하려면 ‘체포영장을 철회할 것, 우리의 요구에 대한 실질적 답변’이 있어야 함을 요구했다. 체포영장이 철회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보지 않으며, 탄압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
-박 :6월 총력투쟁 당시, 민주노총의 6대 요구에 대해, 보수세력과 정권은 민주노총이 MD, 건강보험 문제 등 정치적·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투쟁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그런데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치투쟁이 아닌 임단투 시기집중 연대파업’이라며 수세적 대응을 했다. 그러나 수세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노동자가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공세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또 6대 요구에 대해 민주노총이 사안별 대책위 중심으로 시민운동과 같이 하면서 민주노총의 요구를 분명히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6대 요구를 정권 퇴진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사안별 대책위를 정비해야 한다.
=단 :투쟁방향을 후퇴시킨 건 아니다. MD, 건강, 교육 등은 계속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중들은 MD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자기 동의 속에서 투쟁동력이 형성되는 것인데, 대중투쟁 동력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이 상황에서 정치적 공세를 받으면서 정면돌파하는 것에 한계가 드러난 것이지, 투쟁목표를 하향한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와의 연대문제를 보면,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야 하나, 주도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각 단체가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서는 민주노총과 연대하지만, 이를 정권 퇴진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선 사안별 대책위로 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민주노총 역량의 한계 역시 전체를 다 묶지 못하고 있다.
-박 :7/5총파업 결의를 계기로 정권 퇴진을 둘러싼 논란은 대중적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7/5와 7/22의 성사여부 및 강도를 둘러싼 노자간 대립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정권은 분명 이 투쟁을 무력화, 교란시키려 할 것이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단 :정부는 7/5 총파업 무력화를 위해 각 부처를 총동원하고 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사업장엔 검찰까지 직접 전화해 파업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있다 한다. 내가 직접 다니면서 간부들과 토론하고 조직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현 정세의 성격, 이번 파업의 의미를 공유하고 연맹을 독려하고 있지만, 중앙에서 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핵심활동가와 간부들이 현 정세를 제대로 보고 대중을 추동·조직하는 것이다.
박 :투쟁의 관건은 현장활동가라 얘기했다. 그런데 현재 현장활동가들 사이에는 산별노조, 통일·반제투쟁, 정치세력화 등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다. 이 문제들과 이번 투쟁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각각의 문제를 투쟁과정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을 제출해야 내부 차이를 극복하면서 투쟁을 힘있게 조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이나 제안은?
-단 :먼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정권의 탄압은 신자유주의 추진 과정에서 생긴 것이며, 이의 완성을 위해 민주노총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방치·묵인할 거냐, 민주노총 무력화에 투쟁하지 않을 것이냐에 이견이 제출될 수 없다. 즉 현 국면에서 투쟁하지 않으면 이는 운동에 대한 방기이다. 지금 시기, 투쟁은 의무다. 즉 신자유주의 분쇄, 김대중 정권 퇴진에 모든 활동가들은 충실히 복무해야 한다.
산별, 통일, 정치세력화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지만, 이게 통일되지 않으면 이번 투쟁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되어선 안 된다. 산별노조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단 어떻게 만들거냐가 문제다. 이에 대한 의견 차이가 양극화되어 대비되고 있는 게 문제다. 하나는 투쟁을 통해서만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쪽은 조직형식만 전환한다는 것인데, 양 입장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 이번 투쟁의 성과를 산별노조 건설의 성과로 연결시켜야 한다.
정치세력화 문제는 민감한 문제다. 개인 의견을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서는 막연하게 넓은 틀의 진보세력(정당)의 토대가 뿌리내리기에는 만만치 않다. 또 노동자 중심의 진보세력의 세력화라 한다면, 이는 곧 노동자계급의 세력화를 의미하며, 계급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정권퇴진 투쟁의 성과를 통해, 노동배제적 정책이 노동자에게 뭘 의미하는지, 정치세력화와 이번 투쟁을 어떻게 결합해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즉 이번 투쟁을 통해 외적으로는 대정부 요구의 확보와 퇴진 공세를 강화하고, 내적으로는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 문제를 풀어가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박 :산별, 정치세력화, 반제·통일투쟁 등에 이견이 있지만, 이번 투쟁의 중요성을 비추어 볼 때, 노동운동 내 모든 세력들이 투쟁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같이 정치적으로 책임지고 풀어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얘기한 것이었다. 현재 전국민중연대(준) 산하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민중생존권쟁취 투쟁본부’가 구성되어 있고 정권 퇴진투쟁으로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무력화되었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여러 투쟁동력을 결합시켜야 하며, 이를 통해 투쟁하는 상설공투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민주노총이 적극 제기하면서 전망을 제출해야 한다.
-단 :3월 15일 중앙위에서 정권 퇴진을 투쟁목표로 정하면서, 각계각층과 만나 민주노총에 대한 지지·엄호가 아니라, 퇴진투쟁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현실인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퇴진투쟁은 민주노총이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안타깝다. 정권은 날이 가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임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민주세력 전체가 ‘신자유주의 분쇄, 김대중 정권 퇴진’이란 하나의 목표로 투쟁동력을 결집시켜 나가야 한다. 민주노총 내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권 퇴진에 동의하는 부분이라도 투쟁단위(퇴진 투쟁본부)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은가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그랬을 때 민족민주운동진영의 투쟁동력이 이완, 분리되는 것이 우려된다.
=박 :정권은 탄압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노총을 껴안으면서 민주노총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살리기에도 나서고 있다. 물론 현재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태도는 정립했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잠복되어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단 :노사정위는 무기력하다. 대통령이 노사정위에 참여하겠다는 구상이 이를 보여줄 뿐이다. 즉 노사정위 참가는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한국에서 노사정위는 현실화될 수 없다. 서구에선 사민주의 정당의 집권이란 토대와 자본측 역시 노동측을 상대로 인정하는 배경 아래 성립되었다. 그러나 한국처럼 노동배제적이고 일방적 노사관계가 지배하는 조건에서는 노사정위란 틀은 존재할 수 없다. 현 지도부 아래서 입장 변화란 있을 수 없으며, 정부가 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한 정부와의 타협은 없다.
=박 :대중적으로는 정권 퇴진투쟁을 하면 이회창에게 유리한 것이 아닌가, 투쟁해서 승리할 수 있는가 등의 의문이 나오고 있다. 투쟁의 끝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단 :임기(2003년 2월)가 끝날 때까지 퇴진투쟁을 할지, 올해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 퇴진투쟁은 간단한 투쟁이 아니며, 투쟁의 결과 역시 예단하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퇴진투쟁이라는 목표는 정부 정책의 획기적 전환이 없는 한 계속 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우리가 계속 투쟁하지 않았다면 지금 신자유주의는 완성되었을 것이란 점이다. 즉 우리가 투쟁한 만큼 신자유주의 저지와 늦추기가 가능했다. 이런 투쟁의 의의와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퇴진투쟁은 어려운 투쟁이지만 김대중 정권에 대한 20% 안팎의 지지율로 볼 때, 정권도 매우 허약하다. 우리가 제대로 대응한다면 정권 퇴진과 정책전환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이제 ‘투쟁하면 할수록 성과는 있다’라는 관점 아래 대중투쟁 조직화에 나서자.
-박 :대자, 한통계약직, 레미콘 등 장기투쟁사업장이 있었기에, 6월 투쟁이 있었다고 본다. 이들 투쟁이 개별화되지 않고 7월 투쟁으로 결집하는 방안은?
=단 :6월 총력투쟁시기에 이들을 모아 집단화된 투쟁으로 조직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각 사업장마다 구체적 투쟁대상의 차이 및 자기중심적 투쟁계획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집단투쟁을 배치하면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7월 5-22일 사이에 집중투쟁을 배치할 계획이다.
-박 :이번 투쟁을 통해 그동안 쌓인 상층지도부에 대한 대중적 불신을 일정하게 극복해야 한다. 이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가? 그리고 전체 노동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 :중앙의 방침을 투명하게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 또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혹여 투쟁을 방기하는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현 상황을 직시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 줬으면 한다. 김대중정권만한 매국정권은 없다. 결단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 내부의 지난날의 문제점과 갈등, 그리고 김대중 정권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모두 함께 투쟁으로 떨쳐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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