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정녕 자본과 정권의 시녀인가? 유기만 (군산 노동자의집 소장)
7월 28일 나는 신문을 통해 두 가지의 사건을 동시에 접하고선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비참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열받을 수가 없었다.
그 두 사건은 삼미특수강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9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과 강희복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의 조폐창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혐의 없음’으로 발표된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이런 것이다.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의 5년 동안의 투쟁은 이미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고등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상태이고 진형구·강희복의 파업 유도는 특별검사의 수사에 의해 이미 사실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는 돈 없고 빽 없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이고 다른 하나는 돈과 권력을 함께 가진 자본가와 권력자들의 불법적 행위였다는 것이다.
삼미특수강 해고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시간만 2년6개월이다. 김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씨가 창원을 방문해 해고자 가족대책위에게 복직을 약속했고 김대중 대통령도 복직을 약속한 판에 어디 이런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다만 시간을 끌어 생존에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이 스스로 포기하기를 혹은 대충 협상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포항제철의 잔인한 의도에 이를 악물고 버텨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해 함께 한다고 떠들고 다닌다는 것이 부끄럽고 비참했다. 비록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끈질기게 싸우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며 삼미특수강 고용승계 투쟁을 바라보는 다른 장기투쟁사업장의 동지들에게 이번 판결은 ‘살인’ 그 자체였다.
또한 이번 대법원 판결의 더 큰 문제는 포철의 삼미특수강 인수는 영업상 인적·물적 조직을 포괄적으로 이전 받는 영업양수·양도방식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채무와 함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전북지역에서도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곳이 많은데 위와 같은 판결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더더욱 암담하기만 하다.
벌써 이번 판례를 들이밀며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보일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작태가 눈에 선하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법이란 게 통치수단의 다른 이름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것이다. 정말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것이 기업에게 해고의 자유를 무한으로 주는 정책의 다른 이름이라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노골적일 수 있단 말인가?
노동자가 파업을 하지 않을 상황을 음모적으로 만들고 파업을 하면 불법으로 짓밟아 버리고 법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있는 이 통탄할 법치국가라는 대한민국에 이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원래 존재하지 않았지만 가진 놈들은 속임수로 존재하는 것처럼 흉내만 내왔을 뿐이다. 아무리 욕을 해도 성이 풀리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을 철회하라고 요구해야 하나? 법원의 판결은 번복될 수 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법원의 판결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이다. 그렇다. 이제 정권과 자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이 나라 이 땅의 민중들이 이제 법 알기를 개똥으로 알 것이다. 광주항쟁을 겪은 시민이 국가가 징수하는 모든 세금을 내지 않고 산다는 이야기를 TV를 통해서 들었다. 정권 반대를 넘어 국가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정권과 자본은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정권과 자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는 있을지 모르나 이제 정권을 넘어 법을 부정하고 국가를 부정하는 민중들의 분노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것을. 지금 당장은 노동자들이 무기력하게 당하는 것 같지만 그것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되었다고 후회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당신들이 법의 이름으로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다면 우리는 인간의 존엄으로 당신들을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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