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사업장 64곳서 단체협약에 명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차별개선,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한 사례가 늘고 있다.

21일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교섭에 들어간 892개 노조 가운데 47.6%인 425개 노조가 임단협을 마무리한 가운데, 모두 211개 노조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요구안으로 내걸어 30.3%인 64개 노조에서 이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했다.

특히 예년에는 비정규직 관련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한 곳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동요구안으로 내걸고 집중 투쟁을 벌여온 보건의료노조(병원노련) 소속 사업장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금속, 공공, 건설, 언론, 서비스연맹 등 업종이 상대적으로 다양해져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노동계 대응이 전 업종별로 고루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체결된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계약, 임시, 용역직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임금 및 복지 등 처우에서의 정규직과의 차별 개선 △비정규직 사용 제한 및 채용시 사전 노사합의(협의) 등으로 나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건설산업연맹의 대동건설은 계약직 사원 4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고, 서비스연맹의 호텔리베라는 계약직의 50%를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 금속산업연맹의 대우금속은 3개월 이상 고용된 계약직과 인턴사원을 정규직으로 발령내기로 했으며, 삼화페라이트도 비정규직 16명을 2003년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또한 강원대병원이 6개월 이상 고용된 계약직 14명을 올 11월까지, 중앙대병원은 기존 용역직원 32명을 임시직으로 전환한 뒤 2002년부터 정규직으로 고용키로 했고 소화아동병원은 병원 내 연봉계약직을 없애기로 했다. 전남대병원이나 김천의료원도 각각 20명과 5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고, 화학섬유연맹의 신호제지도 하도급 직원 1명을 연대 정규직화하고 나머지 15명은 워크아웃 이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규직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부산일보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금지키로 했고, 대성산소는 용역을 점진적으로 없애나가기로 했다. 공공연맹의 AC닐슨은 정규직 업무를 시간제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을 금지키로 했으며, 한국금융안전은 연 1회 평가를 통해 성적이 우수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도 했다.

[정규직과의 차별개선]

동아대병원과 울산대병원은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매년 정규직의 임금인상률에 준하여 적용키로 했고, 동국대병원은 퇴직금, 연월차, 생리휴가, 주휴, 경조휴가 등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근로조건 대우를 하기로 했다.

서울도시가스는 비정규직에 대한 후생복지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원키로 했으며, 서울대병원은 단시간 근로자에 대해서 연 3일의 정기휴가를 부여키로 했다. 강원도 소재 4개 의료원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정규직의 단체협약을 적용토록 했고, 전북대 병원은 2002년부터 직원 호봉산정시 비정규직들의 경우, 근무경력을 80% 인정키로 했다.

[비정규직 신규 채용 규제]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채용해야 할 경우 사전에 노조와 합의(협의)할 것을 명시하거나 그 사유와 기간을 제한하기로 합의한 곳도 많았다.

공공연맹 동양기술개발공사는 고문, 기술역, 촉탁직의 경우 90일 이내 단기직을 제외하고서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했고, 금속연맹 대한이연, 일진, 신동광학 등은 비정규직 고용을 제한하되 채용할 때에는 노사합의(협의)토록 했다. 전남지역 3개 의료원과 성남중앙병원, 남원의료원 등도 부득이하게 비정규직을 채용하고자 할 때에는 노조와 사전 합의(협의)하도록 했고, 임시직 등의 사용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제한 시킨 곳도 있었다.

이같이 비정규직 관련 단체협약 체결이 늘고 있는 데 대해 민주노총 김정근 조직2국장은 “올 임단협에 앞서 총연맹이나 각 연맹별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차별철폐를 공동요구안으로 내걸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 국장은 “고용불안, 근로조건 및 임금에서의 차별 등 비정규직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불거진 만큼 정규직 노조가 규약개정을 통해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거나, 비정규직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활동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김 국장은 “늘어나는 비정규직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기존 정규직 노조의 조직력이나 단체행동의 파괴력마저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며 “비정규직 보호방안을 강구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노동운동의 조직력 확보 차원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 단체협약 요구안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구조조정시 노사합의’로 전체 교섭노조의 45.3%인 214곳으로 고용안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수준이 높음을 반영했다. 다음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정리해고시 노사합의’를 요구한 노조가 각각 211곳, 197곳으로 44.7%, 41.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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