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요한 때에…대의원대회 유회

첫안건 심의 중 정족수미달…주요안건 처리 못해

상반기 투쟁평가와 하반기 사업계획 등 중요한 현안을 다루려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또 유회돼 충격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8월30일 용산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제21차(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당초 10시로 계획된 회의는 전체 대의원 8백83명 중 참가자가 의결정족수(4백17명)를 넘기지 못해 오후1시에야 4백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한때 참가대의원이 4백58명이 이르기도 했으나 첫 번째 안건인 국고보조금 지원에 대한 방침 건을 심의한 뒤 표결을 앞두고 재석대의원이 3백93명만 남은 것으로 확인돼 오후3시30분께 유회됐다.

이날 대의원대회에 상정됐으나 처리하지 못한 안건은 첫 번째 안건말고도 △의무금 인상 건 △상반기 사업보고 및 평가 △하반기 사업계획 건 등 중요한 사안들이어서 남아있던 대의원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다.

특히 하반기 투쟁계획 처리과정과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대의원대회에 참관했던 대우자동차, 태광산업대한화섬, 한통계약직 등 투쟁사업장 노조원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우차노조의 한 대의원은 “동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돌아갔다”며 “하반기투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민주노총은 이른 시일 안에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하반기 사업계획을 포함한 이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고보조금은 역시 ‘뜨거운 감자’…받을지 말지 찬반 격론

국고보조금은 역시 ‘뜨거운 감자’

“국민세금 당당히 받자”…”돈 없어 운동 못했나” 격론

역시 ‘뜨거운 감자’였다.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 결정이 유보돼왔던 국고보조금 문제가 8월30일 임시대의원대회 첫 안건으로 올라 열띤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의원들에게 △국고보조금 수령여부 △지원 받을 수 있는 사업항목 △지원받을 경우 지켜야 할 원칙을 결정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예상했던 대로 “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절대 받아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이날 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다. 정회 도중 구수회의를 진행한 중집위원들 조차 의견이 엇갈리면서 조정안 마련에 실패해 역시 어려운 문제임을 실감케 했다.

이날 찬반토론에서 건설산업연맹 소속 한 대의원은 “국민의 세금이니 당당하게 받아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대의원은 “민주노총 의무금 납부율이 75%에 그쳐 사무총국 성원들의 임금마저 체불되고 있다”며 “재정압박은 운동력 저하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당히 국고보조금을 요구해 세상을 바꿔나가야 하며 정부의 돈을 쓴다고 해서 자주성을 훼손하는 게 전혀 아니다”는 주장을 폈다.

금속산업연맹의 한 대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노조의 기본정신인 정권과 자본에 대한 자주성과 투쟁성을 훼손할 수 있으니 절대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이 없어서 민주노조운동이 질적 발전을 못했느냐”고 반문하며 “민주노총이 정권퇴진을 외치면서 국고보조금을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월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출마한 세 후보 모두 국고보조금을 지원 받지 않는다는 게 공약이었다”고 환기했다.

두 의견에 대한 찬성발언과 반대발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공공연맹의 한 대의원은 “국고보조금 수령을 거부하고 지자체로부터 운영비나 사업비를 지원 받지 않는 것으로 하되, 공공건물에는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 기금 설치를 요구해 전체 노동자를 위한 고용안정사업, 노동상담소 개설사업 등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전교조의 한 대의원은 그러나 “공공건물 입주 역시 받자는 의견에 포함되니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받는 것으로 결정되면 수령 가능한 범위를 논의하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서는 “‘받을 것이냐 말거냐’만 놓고 결정하면 국고보조금의 성격에 대한 미묘한 판단차이가 왜곡될 수 있다. 국고보조란 구체적으로 돈을 받을 것이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더라도 노동복지회관이나 연수원 개설 등은 요구할 수 있다”는 재반론이 뒤따랐다.

회의는 계속해서 찬성 발언과 반대 발언이 오가는 가운데 의사진행과 관련한 다양한 발언이 덧붙여지면서 혼미를 거듭했다. 결국 회의규칙에 따라 표결처리에 들어가려 했으나 의결정족수에 못미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논의를 매듭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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