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파업 노동자에게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가압류를 강제하는 악랄한 노동탄압이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난한 노동자에게 수십억 수백억의 가압류가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인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실제 배달호 열사의 유서는 가압류가 분신을 결행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보여준다.

“두산이 해도 너무 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말살 악랄한 정책으로 … 출근정지가 끝나고 현장에 복귀하였지만 무슨 재미로 생산에 열심히 하겠는가. 이제 이틀후면 급여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 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손배·가압류 = 반인간적이고 패륜적인 노동탄압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2년 10월까지에만 파업 등 노조활동과 관련해 청구된 손해배상·가압류 액수가 무려 1천 6백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울산에도 효성에서 237명에게 366억원, 태광에서 65명에게 60억원의 가압류 손배소송이 걸려 있다. 발전노조, 건설운송(레미콘)노조, 철도노조 등 투쟁에 나섰던 거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가압류는 남의 일이 아니다.

평생 갚을 길 없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임금·퇴직금·아파트 등 노동자의 재산을 몽땅 가압류로 묶어 버리는 짓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마저 짓밟는 야만이요 패륜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이전에는 노동조합비나 노조 대표자 몇 사람에게 국한되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조합원에게까지 가압류의 칼날이 서슴없이 밀려오고 있다. 요즘엔 입사 보증인의 재산까지 가압류하고 있으니, 기본적인 인간관계마저 파멸로 몰고 가려는 악마의 잔인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압류는 노동자가 자기 양심을 부정하도록 회유하고 협박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노조 활동 중단이나 희망퇴직 등 회사가 제시하는 요구에 응할 경우 가압류를 해제해주는 것이 또한 일반적인 양상이기 때문이다.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

그런데 이처럼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손해배상·가압류가 왜 기승을 부리고 있는가?

현행 노동법에는 적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거의 모든 쟁의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논리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경영권에 관련된 쟁의행위는 모두 불법이라는 논리로 인해, 대량 정리해고를 수반하기 마련인 구조조정·민영화·매각 등에 반대하는 쟁의행위들이 몽땅 불법 딱지를 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굳이 배달호 열사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이미 손해배상·가압류는 너무나 심각한 사태를 만들어 왔고, 반드시 철폐시켜야 할 숙제로 다가서 있다.

손해배상·가압류라는 노동탄압을 철폐시켜 내지 않고서는 더 이상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손해배상·가압류 철폐 투쟁에 떨쳐 일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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