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현재
에서 배급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4일 12시 30분에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리는 비정규직 영화제 ‘어깨걸고’의 상영작이기도 합니다.>
비정규직 영화제 ‘어깨걸고’
2003년 9월 14일 본 조직 출범 1년을 맞이하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비정규직투쟁을 지원연대하기 위하여 조직된 단체입니다. 1주년을 맞이하여 ‘비정규 영화제’로 비정규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의 의미를 동지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와 의미있는 투쟁의 현장을 담은 영화를 보고, 비정규직 투쟁의 전망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노동자뉴스제작단이 함께 준비합니다.(이 글은 철폐연대에서 직접 작성해 보내온 홍보문입니다.)좀더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영화제홍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

스크린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철로 위 노동 현장의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네비게이터>는 영국에서 철도 민영화가 이루어졌던 시기인 1995년으로 돌아가, ‘재난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라는 현재 진행형의 평가를 받고 있는 영국 철도의 쓸쓸히 묻혀진 과거를 상기시킨다.
영국의 철도청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던 한 분소의 노동자들은 여느 때처럼 웃고 떠들며 소란스러운 아침을 맞는다. 그런데 출근길에 그들은 졸지에 철도청 소속이 아니라 민영 기업의 노동자가 되어 버렸음을 알게 된다. 같은 공간에서 응당 자연스럽게 동료로 지내왔던 노동자를 다른 업체에 소속된 ‘경쟁자’로 취급해야 하고, 지난 18개월 동안 산재로 인해 단 한 건의 사망 사고가 없었음에도 불구, 사망사고는 ‘납득할 만한 수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황당한 교육을 받는다. 아직 라스트 씬의 암울한 기운을 감지할 수 없는 노동 현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요구 조건 앞에서,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양,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유연성과 효율성으로 포장된 민영화의 공세가 슬슬 죄어오는 가운데, 철도청과의 합의를 통해 쟁취해 나갔던 노동자들의 권리는 슬쩍 없어진다. 이윤 추구를 위한 자본의 작동 방식에 따라 멀쩡한 새 장비는 부수어 없애야 하고, 노동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던 장비는 더 이상 지급되지 않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은 계속된다. 수익성이 높지 않은 분소라고 일거리를 주지 않으며 퇴사를 종용하는 회사측의 뻔한 수법 앞에서 노동자들은 시급을 좀더 많이 주는 파견업체를 찾아 무기력하게 하나둘씩 떠나간다. 그들에게 ‘투쟁’이나 ‘단결’은 고려대상 조차되지 못한다. 턱없이 적은 인력을 고용하여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파견업체에서 출장비, 휴가비를 줄 리 없다. 현장에서 노동환경에 불만을 품고 문제라도 제기할라치면 당장 일거리가 끊기는 ‘유연한’ 노동시장임은 물론이다. 영화 전반부에서 노동 현장과 교차되며 완급을 조절해주는 듯 비춰주던 노동자들의 일상은 어느덧 노동 환경에 좌우되는 팍팍한 삶으로 변해간다. 여전히 허름한 식당 한 켠에서, 적극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면 더 기회가 많아진다며 스스로를 위안 삼는 노동자들의 담소에는 묘한 불안감이 감돈다.

작업 현장에서 암에 걸린 철도 노동자의 대본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이 영화는 별다를 것 없던 노동자들의 일상에 침투한 민영화의 영향력을 구석구석 파고들며, 익살과 여유가 사라진 고단하고 건조한 삶을 차갑게 응시한다. 이미 저당 잡혀 버린 불안정한 인생은 결국 동료의 죽음에 태평하게 공모하는 쓰디쓴 결과로 치닫는다. 노동자들이 떠나버린 황폐한 작업 현장에서 프레임 밖으로 빠져나가는 노동자들의 뒷모습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음산한 기운을 전하면서 소름끼치는 공포로 다가온다.
<네비게이터>는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파악하여 노동자들의 일상을 복원시키는 영화는 아니다.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노동자들이나 소외 계층에게 힘을 북돋아 주려는 극적인 요소도 거의 배제한 채, 어떠한 희망적 가능성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그저 무기력한 영국 노동계급의 삶을 평면적으로 묘사하면서, 이미 입증된 영국 철도 민영화의 음지를 고스란히 대면케 할뿐이다. 별다른 움직임조차 없이 무너지는 노동자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야 할 국내의 민영화 저지 투쟁 상황과 겹쳐지면서, 더할 수 없는 쓸쓸함으로 오늘을 성찰하게 된다.

감독 켄 로치(Ken Roach)
우리 세대의 마지막‘사회주의’ 감독이라고 칭송 받고 있는 켄 로치는 국내에서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영국의 대표적 좌파 감독이다. 극단과 BBC에서 연출을 시작한 그는 1960년대부터 한 개인이 맺고 있는 사회 정치적인 관계에 천착하면서 영국의 노동계급과 가족, 복지국가의 허상에 대한 관심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표현하였다. 뉴스릴과 다큐멘터리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그의 극영화는 주로 비전문배우들을 기용하고, 작품의 내용 순서에 따라 촬영을 하는 등 리얼리티를 끌어내는 데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그의 작품들을 일컬어 ‘다큐멘터리적 스타일로 미완의 혁명을 성찰‘ 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작 켄 로치 본인은 ’핵심적인 경험 속에서 나온 핵심적인 생각‘을 추구하려는 노력에 따라 다큐멘터리이든 드라마이든 형식적인 요소가 좌우된다고 강조한다. 여전히 일반 대중들과 호흡하며, 역사의 배제된 주체에 대한 녹록치 않은 관심을 피력하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국내에서 비디오로 출시된 그의 작품들은 <레이닝 스톤>(1993),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1994), <랜드 앤 프리덤>(1995), <칼라송>(1996) <빵과 장미>(2002) 등이다. 또한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는
을 배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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