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40분┃니콜라스 릴(Nicholas Roiil)

▲<핵발전소 단지, Nuclear Ginza>는 인권영화정기상영회 ‘반딧불’ 2월 상영작입니다.

▲클릭! ‘반딧불’ 2월 상영작 소개

▲클릭!관련 영상 보기-<부안군민 촛불집회 100일 기념영상>┃제작: 전북인터넷 대안신문[참소리]

‘인권영화정기상영회 2월 상영’
-부안을 가다, 핵을 넘다-
상영작:①<핵발전소 단지, Nuclear Ginza>
②<광장을 지키는 사람들-
부안 핵폐기장 반대투쟁 영상기록>
날짜 : 2월 28일(토) 오후 3시 30분
장소 :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

전파를 점령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공익광고들의 구절처럼, 과연 핵이 인류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뒤늦은 산업화의 강박에 시달린 일본의 노동자들에게 마치 생채기처럼 ‘미나마타병’의 흔적이 남아있듯, <핵발전소 단지>의 출혈과 권태, 신체장애에 시달리는 피폭노동자들의 모습은, 핵폐기장 반대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엄연한 ‘현재’로 자리한다.

<핵발전소 단지>는 오사카 근방의 핵발전소 시설에서 일했던 피폭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핵’이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리고 그 핵이 어떤 과정을 통해 그 ‘노동자’들에게 피폭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를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인터뷰로 엮어 나가면서 말한다. 오사카 근방의 핵발전소 시설에는 1년에 한두 번씩 핵발전소의 온도를 낮추고 점검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때는 높은 열과 높은 방사능 수치로 어떤 기계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원자로 내부로 사람들을 보내 ‘제염’작업(온도를 통제하는 작업)을 시키고 점검을 해야하는데 1인당 피폭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여 돌아가면서 제염작업을 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각각의 피해자들에게 피폭된 시간이라고는 2시간 남짓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불과 며칠 후 그곳에 갔던 노동자들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치아가 함몰되거나 무력감에 빠지는 듯 신체적 장애를 겪게 된다. 핵발전소 측에서는 핵 안전교육도 하지 않았고, 후에는 노동자들의 ‘산업재해’가 드러나지 않도록 돈으로 입막음하려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핵발전소 단지>는 오사카 지역 노숙자 밀집지역에서, 왜 노숙자들이 피폭 노동자로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기 위하여 핵시설 피라미드 구조를 언급한다. 피라미드 구조의 꼭대기에 일본의 대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즉 현상적으로 보이는 문제를 깊숙이 확장시키면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을 시도한다. 그러나 어디까지 ‘시도’로만 존재한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피폭 노동자들에 대한 의료기록을 꼼꼼히 짚어주거나 피해자가 아닌 관련자 증언을 시도하는 등 핵폐기장에 대한 르포타쥬를 통해 보다 신랄하고 예리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가능성이 다분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폭자 인터뷰와 증언을 ‘녹취’하는 데에 집중했다는 점이 <뉴클리어 긴자>의 가장 큰 아킬레스 건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핵문제는 환경이나 인권의 문제인 것과 아울러 세계자본의 질서와 법칙이 개입되어 현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 물론 극도의 보안성을 담보로 하는 핵시설에 대한 접근도가 용이하지 않았을 터이고, 증언자의 대부분이 개인적 의료기록을 남기기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들이었다는 점 등 한계가 존재하지만, 다양한 논거와 표현을 통해 좀더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피폭 노동자들의 틀니와 앙상한 몸이 상징하는 바는, 단지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인체에 끼치는 해악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노동자들의 인체에 새겨진 깊은 상처는 핵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거대자본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또 다른 재앙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피폭노동자들이 피라미드 구조의 맨 밑바닥에서 생명을 착취당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규명한다. 이런 점에서 <뉴클리어 긴자>는 ‘부안’이란 화두를 감싸안고 있는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제3세계가 제1세계의 폐기물처리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노동자들이 -공익광고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른- 냉혹한 자본의 구조가 떠미는 사지死地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복되는 메아리이다.

황정현 기자 (forkino@dreamwiz.com)

*이 글은 인권영화제 뉴스레터 ‘울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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