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여 세계화에 대해 말하라!

-아시아태평양 여성, 법률, 개발에 대한 포럼(APWLD) 회의 보고서-

이지영 (한국청년생태주의자 KEY)

요즘 사무실에 나오는 길이면 가끔 마주치는 할머니가 있다. 아마 집 주변의

조그만 공간을 이용해 채소를 심으시는 것 같다. 지하철 한구석에 한 줌의 채소

를 내다놓고 한숨을 쉬고 계신 걸 보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지난 5월 22일에서 24일 3일간 태국 챙마이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여성, 법률,

개발에 대한 포럼(이하 포럼)의 사업단이 주최한 ‘농촌.원주민 여성이여, 세계

화에 대해 말하라’라는 제하의 회의가 있었다. 말레이시아, 태국, 네팔, 필리

핀,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16개 국가에서 온 우리네 할머니같은 한많은

농촌, 원주민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에 폭풍처럼 몰

아닥친 아시아의 경제 위기로 인해 겪은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그들의 가슴으

로부터 터져나왔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 때로는 분노하면서 그들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의 이야기와 느낌을 담기엔 부족하지만 그 내용을 정리

하자면 다음과 같다.

– “새로운 경제질서”내에서 가정과 공동체를 유지하고 국가와 지역경제에 기여

하는 여성의 다기한 역할들이 오히려 부당한 것, 반인륜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소외되고 있다는 것.

– 삼림벌목 허가, 광산 운영, 수력발전소 프로젝트들로 인해 조상대대로의 자원

들, 대지, 수자원, 삼림과 생활자원들에 있어서 원주민여성들의 권리가 더욱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

– 기름야자수나 코코아, 파인애플, 바나나, 제지업등의 대규모 수출주도형 농업

생산이 식품안전의 문제와 빈곤의 심화, 나아가 여성들의 근거지 박탈과 환경

의 파괴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

– 해외로 이주한 농촌.원주민 여성들은 과중한 빚에 몰리고 남은 재산마저 저당

잡혀 외국으로 일을 찾아 떠난 사람들로 결국은 저임금으로 연명하며 성적, 신

체적 압박을 당하는 가운데 가정은 파탄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

– 경제위기로 실직한 남편이나 아버지로부터 받는 신체적 학대와 비참한 가난으

로부터 벗어나고자 자신들의 공동체로부터 떠나 일을 찾은 농촌·원주민 여성

들에게 또다른 성적 학대와 폭력들이 증가됨에 따라 이들 여성들이 매춘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 소위 신흥공업국(NICs)으로 불리는 수출주도형 산업화전략에 의해 희생당한

농업분야는 여성들이 독립자영농이나 농업생산의 주도적 역할을 방해하며 그들

은 농업교육의 기회나 농기구를 구입할 정부보조금, 농업협동조합 참여, 혹은

재정적 지원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것.

–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의 경제개방과 세계화정책 프로그램 채택은 사회복

지 서비스의 악화와 생산비 증가, 인플레이션을 가져왔으며 이로 인해 농촌

자급자족 경제를 파괴시키고 있다는 것.

– 초기의 지역 제조업과 무역이 파괴되는 반면 국경을 초월한 다국적 기업과 그

들의 협조자들, 그리고 각국 억압자들의 이윤을 보상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적

무질서가 여성의 노예적인 조건과 자원결핍을 증가시킨다는 것.

– 정부가 독점 자본가와의 공모하에 신자유주의, 탈규제, 민영화를 제도화하기

위해 법률과 심지어 헌법까지 수정하고, 민중의 불복과 저항에 대한 국가적

억압으로서의 군사독재가 공공연하게 현존한다는 것.

– 세계화는 강력한 국가들과 초국적/다국적 기업들에 의한 약탈과 경제조정을

통한 광범위한 개방정책을 통해 각국의 장벽을 제거하고 산업화되지 못한 국

가로서의 식민지적 조건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

회의 마지막날, 포럼과 참석자들에 의해 채택된 선언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

음과 같다.

“우리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인한 농촌.원주민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에

분노하며, 무역·투자·수입 자유화 정책과 탈규제, 민영화 등 모든 세계화

정책을 반대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과 같은 세계적 강국들에 의한 우리

아시아국들의 지배와 재정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윤을 획득하고 있는 지역

독재자들과 정부들에 의해 보호되고 지원되고 있는 초국적/다국적 기업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지배에 반대한다.

우리 삶의 파괴를 조장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세계화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저항을 세계화할 것이다. 민중들의 연대와 세계주의의 정신으로 특권계급,

계급독재, 여성의 종속, 환경파괴와 인권침해 그리고 우리의 민중 특히 농촌,

원주민 여성들의 모든 억압에 반대하여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농촌빈곤층과 원주민, 특히 여성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부당하고

불평등한 체계에 효과적으로 저항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자결주의를

조직하며 이러한 이슈들의 조사·교육·연대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모든 전략들을

이용해 싸워나갈 것이다…”

회의의 의장격인 비라다 솜스와스디(Virada Somswasdi)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회의 보고를 마치고자 한다.

“우리, 이 회의의 농민과 원주민과 다른 여성들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가정과

우리의 공동체에 대한 지구화의 영향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바이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생존조건뿐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 대한

전지구적 시장과 외국 독점자본의 맹습에 저항하기 위하여 우리의 자매동지들과

함께 어깨걸고 나갈 것이다. 지금 우리 각각의 힘은 미약하고 여리다. 그러나

오늘 우리 자매들이 쏟은 눈물에 값하기 위해 우리는 물처럼 때로는 불처럼

뭉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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