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조종사들의 투쟁과 대의

필리핀조종사연합(PAL) 7/10

필리핀항공 노사분쟁의 핵심 쟁점이 궁극적으로 해결되었지만, 그 반향은 원

대하고 지속적인 것이어서 다음 세대를 위한 고용문화와 기풍을 굳건히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 특히 비행조종사들이 고용안정과 종신고용 보장을

단호하게 주장하고 있는 지점에서, 경영진은 전통적이고 오래된, 은퇴후 노동자

의 삶을 위한 장벽, 혹은 보장의 철폐에 대해 같은 정도로 단호한 입장을 취하

는 것처럼 보인다.

비행조종사들이 결국 이긴다면 이는 아마도 전과 동일한 상황(status quo

ante)일 것이다. 그러나 필리핀항공(PAL) 경영진이 승리한다면, 필리핀 고용 지

형에 격변을 가져올 선례가 만들어질 것이다.

양자간 논쟁의 골자는 강제 퇴직이다. 관련법규와 조종사들의 주장대로 60세

정년퇴직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경영진이 바라는 바와 같이 나이에 관계없이

20년간 종사하거나 2만 비행시간이 되면 퇴직할 것인가?

언뜻 보기에는 참으로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양자의 이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배 경

현재의 아시아 금융위기, 경영손실, 신용위기, 과잉고용 등을 거론하면서, 올

해초 필리핀항공은 98년 하반기에 시작될 긴축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예정된 시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항공사측은 1967년 단체협상 조항에

근거하여 고참 조종사들을 강제로 퇴직시켰다. 이 조항으로 항공사측은 20년간

복무하거나 2만 비행시간을 넘은 조종사들을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퇴직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진실은 문제가 된 조종사가 퇴직한 것이 아

니라 항공사측 간부에 대한 민사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는

것이다. 조종사들은 자신들의 조직인 필리핀조종사연합(ALPAP)을 통해 항공사측

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67년 단체협약과 그 조항은 이미 이후의 단체협약으로 무

효화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이번 조종사 퇴직(사실상 해고)은 아무런 법

적 유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조종사연합과 항공사측간의 협상이 타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문제는 노동고용

부에 넘겨졌다. 유감스럽게도, 아마 노동고용부와 필리핀항공만 알고 있는 이유

들로 인해 노동고용부는 청원을 질질 끌었고 조종사연합은 파업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결 과

언론의 자기 고객들과 친구들이 거의 히스테리칼하게 과장한 항공사측의 주장

과는 반대로, 조종사 파업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었다. 과도한 노동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들은 금전적 보상이나 혜택을 추구하지는 않았

다. 파업을 야기한 유일한 쟁점은 고용의 보장이었다.

조종사연합에 의하면 한 조종사가 보통 20년간 근무하거나 2만시간의 비행시

간을 채우는 연령은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불과하다. 이 연령은 조종사로

서는 한참 일할 나이이다. 다른 항공사들은 조종사가 60세에서 65세가 될 때까

지 그들의 경험을 충분히 활용한다. 게다가 필리핀항공보다 더많은 급료를 주고

있다.

언론에 크게 다뤄진 보도에 의하면, 필리핀조종사연합 조합원들이 방콕에서

운항을 중단해서 수백명 승객들의 발을 묶었다는데 이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멀

다.

마닐라-방콕-프랑크푸르트 항공편은 관리자급 조종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 항공편은 조종사연합이 파업을 선언한 후 마닐라를 떠났었다. 분명 필리핀항

공이 방콕 결항을 뒤에서 조종해서 조종사연합을 곤경에 빠뜨리고 조합원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필리핀항공 조종사들은 항공사측이 직급이 높은 조종사들을 솎아내고 보다 저

임금의 신참 조종사들로 기업을 운영하려고 시도해왔다는 의심을 가졌었고 이는

사태전개에 따라 명백히 드러났다. 이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대중의 안전을 대가

로 하는 것이다.

항공사측의 궁극적 목적은 정규조종사를 고용안정도 없고, 근무연한도 없으

며, 보상체계도 없는 계약직 노동자로 만들려는 것이다. 조종사 파업은 예상외

로 항공사측에게 자신의 사악한 계획을 작동하는 기회를 주었다.

유감스럽게도 정부, 특히 노동고용부는 필리핀항공 경영진이 다른 기업의 전

형이 될 새로운 고용 문화를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 체제는 에스트라다 신 행정부의 절대다수인 노동자들에게 적대적일 것이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노동자들을 계약직으로만 고용될 것이다. 이는 간부, 사

무직, 생산직을 막론하고 진행될 것이다. 노동자는 종신고용도 없고, 안정도 없

고, 미래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자신들만의 고용안정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안정. 이것이 현재 많은 항공사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필리핀항공 조종사들이 싸우는 이유이다. 그들은 만약

필리핀항공이 그들의 태도를 견지하거나 정부의 허가를 받을 경우, 완전히 새로

운 고용문화가 우리나라를 뒤덮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노동자들을 노동동물(work animals)의 지위로 격하될 것이다. 건강하고 힘이

있는 한 이용되는 동물 말이다. 유효일이 지나면 버려지는 전날자 신문처럼 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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