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한데 어울리는 자리에 동서양을 아우를 수 있는 이는윤이상 당신이오.”
72년 뮌헨올림픽 조직위원장 빌리 다우에가 윤이상에게 개막공연을 부탁하면서 한 말이다.
서양 음악기법에 동양의 철학을 심은 현대음악 작곡을 통해 동서양의 다리 구실을 했던 그가 이제 남북 음악인 사이에 다리를놓는다. 그토록 바라던 소망이 그가 떠난 지 3년 만에 빛을 보는 것이다.
오는 11월4일, 그의 기일을 기념해 3일부터 사흘동안 평양 모란봉극장과 윤이상음악당에서 열리는 ‘제1회 윤이상통일음악회’는 남쪽 음악인 11명과 북한의 연주자들이 통일의 씨앗을 뿌리는 자리다. 각각의 연주로 서로의 기량을 뽐내기도 하고, 협연하거나 서로의 곡을 바꿔 연주해 화합의 기운을 북돋운다. 90년남북의 음악인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각각의 연주를 들려줬던 통일음악회에 비하면 한 걸음 나아간 만남이다.
양쪽 통일음악회 준비위원회는 이 소중한 만남의 싹을 키워가기로 이미 뜻을 모았다. 우선 11월3~5일 평양에서 민족통일 기원음악회를 열고, 평양에서 남북을 오가며 이 음악회를 이어가는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올해로 17회째인 ‘윤이상음악회’ 명칭을 ‘제1회 윤이상통일음악회’에 기꺼이 양보했다.
‘서울연주단’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하는 남쪽음악인들은 음악학자, 작곡가·지휘자, 서양음악연주자, 전통예술인들이 고르게섞여 있다. 통일음악회 추진위원회 남쪽위원장인 노동은(목원대교수)씨와 작곡가 박범훈 이건용씨, 윤인숙(성악가) 김현미(바이올리니스트) 안동혁(콘트라베이시스트) 안숙선(판소리 명창)씨, 김덕수사물놀이패(김덕수 박안지 김한복 장현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북쪽에서는 국립교향악단(지휘자 김병화), 윤이상관현악단(지휘자 김일진)을 중심으로 리련홍(피아니스트) 박철남(비올리스트) 남해연(첼리스트) 리향숙(성악가) 등이 참여한다. 북한의 김일진씨는 카라얀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을 수상하기도 했으며차이코프스키 해석에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남북한 연주자들은 사흘에 걸쳐 모두 20곡을 연주하는데 윤이상곡이 절반이며, 라벨 차이코프스키 등 고전음악과 이건용 박범훈 최성환(북한 작곡가)씨 등의 창작곡도 연주한다. 하루 공연에 남북한 독주, 협연 등이 고루 담기며, 매일 다른 곡목을 들려준다.
서울연주단은 윤이상의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이중주 ‘투게더’〉, 가곡 〈그네〉 〈편지〉, 사물놀이, 판소리〈심청가〉 〈춘향전〉의 한 대목을 들려주고, 북쪽은 윤이상의〈하프와 관현악을 위한 ‘서주와 추상’〉 〈광주여 영원히〉〈밤이여 나뉘어라〉 등을 연주한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협연 무대. 개막공연 전에 서로 맞춰볼 시간이 이틀밖에 없어 미리 악보를 주고받는 등 차분한준비를 해왔다.
이건용씨의 〈들의 노래〉, 박범훈씨의 〈사물놀이와 민족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신모듬’〉 등을 북쪽 관현악단이 연주하고, 북쪽 작곡가 최성환씨의 〈아리랑〉을 박범훈씨 지휘로 들려주기도 한다. 라벨의 〈치간〉의 경우, 남쪽 바이올리니스트 김
현미씨와 북쪽 피아니스트 리련홍씨가 함께 연주하고, 윤이상의〈기타, 타악기, 목소리를 위한 가곡〉은 윤인숙씨와 북쪽 연주 자들이 협연한다.
행사의 절정은 5일 폐막공연의 마지막 곡. 출연자 전원이 다시만날 날을 기약하며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는것으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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