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의 심각성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오죽하면 노동부의 실업자통계조차도 담당자의 책상머리로 조작되고 있을까. 일례로 여천지역의 노동자들 중 62.8%는 정리해고 위협 때문에 안녕히 잠도 못 잘 지경이라 한다.
이중 가장 심각한 파탄에 이르른 노동자는 뭐니해도 몇 달치 임금, 몇 년치 퇴직금도 못받은 상태에서 회사가 도산한 절박한 상황의 그들이다. 너무 ‘열’받아서 분신을 꾀하고 가스통을 날려버리는 등 체불노동자들의 분노는 극한 대립 선상에 있다. 이에 김대중 정부가 조바심을 내며, 생계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을 제시한 게 지난 7월부터 시행한 임금채권보장기금이 그것이다.
하지만 임금채권보장기금은 오히려 노동자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21일 노동부에 따르면, 시행 이후 체불임금 지불을 정부에 요청한 노동자는 모두 3,193명이며, 이들이 지급을 요청한 밀린 임금과 퇴직금은 118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이 제도에 의해 체불임금을 지불받은 노동자는 69명에 불과하고, 지급받은 액수도 1억 3,14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노동부의 접수창구에서는 신청서 접수를 거부하는 등 근로감독관들은 업무처리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노동부 스스로가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고 고백할 정도이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은 “실업자 실태에 대한 사전조사와 철저한 준비없이, 당장 실업자들의 분노를 무마하기 위해 돈 쓸 계획만 짠” 고용보험기금의 재판에 불과하다. 김대중 정권의 ‘미소 작전’이 얼마나 겉치레인지 잘 보여주는 한 예라 하겠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미소작전’에 숨겨진 그 추악한 본질에 대해 이미 기층 근로민중들이 서서히 깨닫고 있다는 점에서 체불노동자들이 얼마나 견뎌낼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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