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노동자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영종도 신공항 건설 공사현장의 경우 불과 8개월 동안 사망 5명, 부상 13명이 발생하는 등 노동부 산업재해 담당자조차 “앞으로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면 중대재해가 급증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고백할 정도.
이러한 가운데 산업재해를 둘러싼 네 가지 쟁점들이 논란시 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산업안전 관련 행정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한 김대중 정부의 의지 천명이고, 두 번째는 삼성건설의 안전관리자 일괄 사표 후 계약직 전환과 관련된 것이며, 세 번째는 산재보험 적립금이 바닥난 사실, 마지막으로 지난 21일 IMF 이후 산재율이 사상 최저인 0.33%를 기록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한 노동부의 발표가 그것이다.
하지만 노동부 자신도 산재율이 낮아졌다고 믿지 않는다. 산재율 감소의 실제적인 이유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두려움을 가지는 데 있다. 고용불안을 이유로 산재를 당하고도 쉬쉬하거나 스스로 공상처리하기 때문. 실제로 한국노총이 실시한 조합원 실문조사에서 공상처리한 경우가 2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사장들의 탐욕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는 눈에 띄게 감소되는 한편 임금이 30%나 싼 사내 하청을 통해 노동강도를 강화함으로써 산업재해 발생률은 원청의 0.74%에 비해 하청은 1.70%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서 산재보험료조차 미납하여 7월말 현재 3천5백억 원이 체납된 상태이다. 또 삼성의 안전관리자 계약직 전환은 곧 대기업 및 중소기업으로 미칠 막대한 파급력을 갖고 있어 노동현장의 목줄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안전관리자를 축소하겠다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기업의 이윤만을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무엇보다 심각한 사실은 노동부가 밝힌 산업안전관련 행정규제 대폭 완화에 있다. 이 달 중 입법예고를 거친 뒤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특별안전교육, 자체안전검사 등을 관리감독자 가운데 아무나 실시할
수 있도록 한 노동악법이다. 노동부는 “앞으로도 근로자들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각종 규제들은 계속 없애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것은 노동부의 책상머리에서나 존재한다.
실제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지난 87년부터 11년간 산재피해자는 모두 116만5,320명으로 이중 장애인이 31만4,145명”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산재발생의 주된 원인을 ▲ 운전조작 미숙(45.7%) ▲ 기계적 결함(24.7%) ▲ 설계결함(17.3%)으로 솝꼽는다.
오늘날 산재의 대부분은 6개월 미만의 미숙련 노동자들에게서 발생한다. 가혹한 노동강도와 장시간 노동, 말도 안되는 저임금, 사실상 전무한 안전시설은 지금도 세계 1위의 산재왕국을 뒷받침하고 있다.이것이야말로 탐욕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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