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통제권에 대한 사법부 개입, 심사기준 ‘모호’
-법원 판례, “제명처분은 너무 가혹하다”…12월4일 현대정공건 판결에 주목
최근 노조에 의해 제명 등 중징계조치를 받은 조합원들이 징계무효확인소송을 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조는 헌법상 단결권 보장의 원칙에 따라 조합원들에 대한 내부통제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징계처분에 항의한 조합원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사법부의 개입은 어디까지 가능하며 심사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규정이 없는 상태다.
* “조합원 제명은 너무 가혹하다”
지난 8일 서울고법은 쟁의기금 미납을 이유로 노조에서 제명당한 롯데월드 소속 정모씨가 낸 제명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쟁의기금 미납이 조합 규약에 근거해 징계사유가 되는 것은 명백하지만 제명결정은 부당하다는 것이 당시 사법부의 판단.
제주지법 역시 지난 9월 이 모씨 등 4명이 제주프린스호텔노조를 상대로 낸 조합원 제명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씨 등은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집행부의 조합비횡령설을 퍼뜨리며 명예를 훼손하고 집행부 교체를 꾀했다’는 이유로 징계받은 바 있으나 제명처분은 징계권 남용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 올해 제명당한 오트론의 유모씨가 노조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낸 조합원지위보전 가처분 신청 역시 제출자료 부족 등으로 기각되긴 했으나 결정문에선 “조합원의 자격을 영구히 박탈하는 제명처분에 해당하는 정도에 이르는지에 대해 본안소송에서 재량권의 적정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이와같이 대체로 법원은 조합원의 노조 조직파괴 등 반노조행위가 명백히 드러난 경우가 아니라면 ‘제명’은 너무 가혹한 처분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관련한 법률규정이 없다보니 사례별로 정황근거에 맞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제명되는 조합원의 경우 대체로 단체협약에서 결정된 근로조건에서 배제되며 개개인의 단결권이 제한되는 등의 불이익이 있기 마련이어서 ‘개인구제’쪽으로 손을 드는 경우가 많은 것. 우리나라에는 사례가 많지 않으나 유니온숍제도가 있는 경우 해고로 직결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 조합원 개인의 권리보호이냐, 노조의 단결권보장이냐
결국 문제는 조합원 개인의 권리와 조합의 단결권이라는 양 측면이 충돌하면서 빚어지게 된다. 구건서 노무사는 “노조의 통제권은 인정하되 합리적 타당성이라는 테두리내에서만 인정되어지는 것”이라며 “노조의 재량권 남용 여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고려대 노동대학원의 김명수씨는 ‘단결권 보장의 법리와 노동조합의 내부통제권에 관한 연구논문’에서 “근로자 단결권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보장된 것인
조합의 통제권이 남용됨으로써 조합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 발생한다면 통제처분의 적부는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법원은 조합규약에 징계규정이 상세한 경우 조합의 자주적 결정을 존중하는 한에서 개입해야 한다”고 밝혀, 제한적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조의 쟁의행위가 잦아지면서 롯데월드의 경우처럼 쟁의지침을 따르지않은 조합원 징계에 대한 적법성 여부는 앞으로도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조폐공사노조는 지난해 노조의 파업지침을 무시하고 집단출근했다는 이유로 27명을 제명조치한 바 있고 아시아차노조 역시 무교섭을 결의한 현장감독자 280여명을 무더기 제명한 사례(이후모두 복권)가 있다. 최근에는 지난 97년 임단협 과정에서 무쟁의 서명운
을 벌여 제명 등 징계조치를 받은 현대정공 창원공장 노조원 100명의 소송이 관심사. 이들은 현재 노조 징계에 불복, 창원지법에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냈는데, 오는 12월4일 내려질 선고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노조가 징계한 사람은 회사측에도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는 단협사항으로 이들은 정리해고 1순위대상자로 떠올라 있어 사법부의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저 자] 황보연 기자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8.11.17
[발 행 처]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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