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습니다
아시아태평양 민중정상회의 11/10-15
98년 ‘아시아태평양민중대회(APPA)’를 맞아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의 2인
과 특별연구원 1인은 약 15개의 영역별 포럼 중 ‘민영화와 금융의 탈규제’에 관
련한 포럼에 참석하였으며, ‘IMF지배와 민중들의 대응’이라는 주제하에 김대중
정부하에 진행된 신자유주의 정책과 그에 맞서 진행된 98년 현대자동차, 만도기
계 노동자 투쟁등과, 11월 8일 열린 ‘민중대회’에 관한 발표를 하였다. 이번호
에서는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민중대회에 대한 대략적인 상황과, PICIS가 참석한
‘민영화와 금융의 탈규제’ 포럼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 편집자 주 –
1. APEC과 APPA
98년 11월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는 두가지 정상회담이 열렸다.
하나는 11월 10일부터 6일간 진행된 ‘아시아태평양민중대회(APPA)’이며, 다른
하나는 11월 14일 각료회담으로 시작하여 14일부터 16일까지 기업인회의를 거
쳐, 17일과 18일로 이어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그것
이다.
아펙(APEC) 정상회담은 무역과 투자자유화를 위한 경제적 지역협력체로, 이
지역에서 2010년,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자유무역의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
다. 이에 대항하여 민중정상회담은 95년 일본 교토에서 시작되었고, 96년에는
마닐라에서 그리고 97년에는 밴쿠버에서 회담을 가졌으며, ‘자유무역과 자유시
장’만을 강조하는 경제지도자들의 모임인 아펙에 반대하며 노동자, 환경, 인권,
여성, 원주민, 농민, 빈민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구화가 민중들에게 미치는 영향
들을 폭로하고, 감시하며, 민중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정상회담에 대당하는
민중들의 정상회담인 셈이다.
97년 말부터 시작된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전세계로 파급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비롯하여
다자간투자협정(MAI)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자유무역 블록과 경제협
정을 중심으로 자유무역과 금융의 탈규제화의흐름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각국의 민중들, 특히 제3세계의 민중들은 더욱 피폐화된 생활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모색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98년 APPA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이번 APPA회의를 준비한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민중들은
그동안 너무 오랜기간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우리는 소수 선택된
엘리트들을 위한 권력과 부의 추구에 이용되어 왔으며, 착취받았다. 우리의 권
리는 짓밟혀 왔고 우리의 기쁨은 산산히 부서졌다. 이제 우리는 이것들을 종식
시켜야만 하며, APPA회의는 민중들을 위한, 민중들에 의한, 민중들의 회의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아펙의 대표들로 하여금 우리 자신과 우리의 기본적 권리를 무
시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이번 민중회의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 민중회의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 25개국에서 700여명의 활동가들과 비정
부기구 대표들, 그리고 관련 분야의 교수, 학자들이 참여하였고, 한국에서도 민
주노총, 전농, 민변, 참여연대,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외노협, 한노정연등의
단체에서 약 15명의 참가자들이 노동, 민영화와 탈규제, 금융탈규제, 인권 등의
다양한 포럼에 결합하였다.
10일 개막식에 이어 11, 12일 양일에 걸쳐 콸라룸푸르 시내에서 약 10여개의
포럼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노동, 인권, 민영화와 금융탈규제, 원주민, 환경,
여성, 식량안보와 농업, 이주노동자, 교육, 미-일의 군국화 등의 주제를 포괄하
고 있다. 각 포럼은 주제 발제, 분야별 발제를 하고,
세분화된 워크샵으로 나뉘어 토론시간을 갖고, 공동의 행동지침을 논의한 후
행동결의를 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양일간의 토론을 마친 후에는 13, 14일 전
체회의를 통해 각 포럼의 토론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대해 전체토론을 거쳐 민
중회담의 전체 결의문을 내오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 민영화와 금융의 탈규제에 관한 포럼
‘민영화와 금융의 탈규제’에 관한 포럼은 첫날 1) 보건의료와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2) 공공부문과 교육의 민영화, 둘째날은 1) IMF 지배와 민중의 대응, 2)
지구적 금융구조에 대한 대안을 위하여, 3) 민영화와 금융탈규제 시대에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할 등의 부분으로 나누어 졌고, 필리핀 대학 교수이자 남반구 포
커스(Focus on the Global South)의 간사인 월든벨로(Walden Bello)의 발제로
시작되었다. 월든벨로는 포괄적으로 아시아의 경제위기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해악과 국제적 투기자본의 흐름을 분석
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지역적 연대를 강조하였다. 민영화 포럼에서 논의되
고 결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제적 자본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의 압력으로 아시아태평
양 지역 국가들은 보건의료, 교육과 같은 공공부문의 기구들을 세계시장에 참여
하는 조건으로 팔아넘길 것을 요구받고 있다. 즉, 자유화, 탈규제, 민영화를 선
두로 진행되는 지구화는 공정하고 효과적인 공공자원의 배분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적 이윤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착취하고 있다. 공공자원을 사
적 이윤으로 전환함으로써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등 각지에서는 높
은 학비와 낮은 교육수준의 문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는 교육
수혜자는 13%에 머무르는 반면 1년 예산의 40%가 외채상환에 쓰이고 있다.
전기, 수도와 같은 부분 역시 민영화로 인해 지불비용이 높아지고 있으며, 정
전사고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전국적
정전사고가 빈발할 뿐만 아니라 오클랜드, 뉴질랜드에서는 6주 동안 정전이 지
속되는 경우도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전기시설을 개선할 자원이 부족함에
도 독립된 발전소에 의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여지고 있다.
공공기제들은 공동체와 공공이익에 복무해야 하며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
고 에너지보존을 우선시해야만 하며, 민영화 포럼 참석자들은 초, 중, 고 과정
의 의무교육을 포함하는 민중 중심의 교육제도를 충분히 제공할 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보건의료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의 경우, 이 문제의 개혁을 위한 노력은 이미
94년도에 무너졌다고 말하며, 95, 96년을 거쳐 수많은 병원과 의료시설들이 합
병되거나 매각되어 대부분 이윤 중심의 시설로 전화되었고 이전의 공공자산들은
이제 소수의 주주들이나 보건의료 시설 책임자들의 주머니만 불려주고 있다고
한다.
보건의료는 단지 의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보건의료의 문제는 좀더 폭넓
은 관점 속에서 다루어져야만 하며, 영양, 환경친화적 공중위생설비, 주택, 안
전, 생물적 다양성, 토착민과 원주민 문제 등 사회적 측면에서 접근되어야만 하
는 것이다. 또한 이 문제는 공동체 사회에 근거하여 효과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높은 질의 서비스가 되어야만 한다. 즉 필요에 기반하는 것이지 지
불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민영화 부문 참석자들은 보건의료, 교육,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고,
나아가서 지배, 통제하려는 국제적 자본의 어떠한 시도에도 저항할 것임을 결의
하였다.
둘째날 있었던 금융규제, 시민사회와 국가의 역할, IMF 지배와 민중들의 대응
에 대한 토론은 주제 자체의 무거움으로 워크샵 토론을 통해 사실상 공동의 의
견을 모아내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며 IMF와 민중들의 대응 부분에서는 한
국, 멕시코, 태국의 사례가 발표되었다.
3. APPA 이모저모
‘노동포럼’의 경우, 지구화와 자유화가 노동권을 침식하고 대량실업과 임시직
확대,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노동착취가 강화되고 있으며, 민영화를 통해 사
회안전망이 감소, 파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동자 뿐만 아니라 특히 여성과
이주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선언하며 지구적 자본의 자유화의 저지
와 투옥된 노동활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도시빈민 포럼의 경우 50명의 참가자들이 무단점거 지역인 추바닥 마을을 방
문하였다가 이를 저지하며 참석자 명단을 빼앗으려고 하는 경찰과 대치하기도
하였다. 또한 민중회의에 참여한 200여명은 동티모르 학살 7주년을 맞아 인도네
시아 대사관에서 촛불시위를 가졌다. 이들은 또한 92년에 투옥된 동티모르의 지
도자인 크사나 구스마오의 석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였다.
총회 둘째날인 14일 현재, 각 포럼의 결의문을 모아 아펙에 대항하는 민중회
의 결의문 초안을 토론하였으며,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오전 11시 아펙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콸라룸푸르 KLCC(Kuala Lumpur Cultural Center)빌딩 앞에서 ‘지
구화에 반대하여 민중권리를 되찾자’는 주제 아래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집회를
가졌다.
한편, APEC을 통한 미, 일 중심 자본의 ‘자유화 및 탈규제화’에 저항하는 민
중정상회담은 개최국 진보진영의 정치사회적 지형이나 조건, 혹은 정권에 대당
하는 힘의 역관계에 의해 조건 지워지는 바가 크다. 96년도 필리핀에서 열렸던
APEC 회담에 대항하는 민중부문의 회의가 ‘민중정상회담(Peoples’ Summit)’과
‘민중회의(Peoples’ Conference)로 나뉘어 개최된 것도 이러한 배경하에 있다.
전자가 APEC내에 민중의 기본적 사회권과 환경권에 관련된 조항을 강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후자는 APEC 자체의 자본주의적 파괴성에 전면적인 반대를 표
명했는데 이에 따라 양자에 대한 평가 지점은 차치하더라도 필리핀 내 대중운동
의 강위력한 힘을 바탕으로 좀더 풍부한 논의와 실천을 담보할 수 있었던 것이
다.
이번 APPA회의는 교수, 학자, 정부 관련 인사 등으로 참여영역이 확대되고 각
부문에서 전문적인 의견과 경험들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었음에는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저항의 힘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것은 말레이시아의 진보진영이
독재에 맞선 ‘민주’와 ‘개혁’ 투쟁이 아직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한계는 분명
했다. 아카데믹한 분위기와, 시내 호텔에서 회의가 진행되어 연일 시위가 벌어
지는 콸라룸푸르에서도 이와같은 실상을 직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참가자들 사이에서 나온 것도 이러한 상황
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web : http://www.geocities.com/CapitolHill/Senate/8340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