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가 초기업 단위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두고 법무부에서 반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법무부 처사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횡포에 가깝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리상 실업자도 근로자 범주에 드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법무부태도는 국제적 노동기준이나 노사관계 관행과 정면으로 어긋날 뿐만 아니라 노·사·정 합의를 뒤집는 것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근로자에 대해 직업 종류를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실업자는 비록 현재 임금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일할 의사를 갖고 있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으며 임금에 의해 생활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실업자도 근로자로해석해야 하며, 현행 법 규정만으로도 실업자의 노조 가입은 인정돼야 마땅하다. 이는 노동법학계의 통설이기도 하다.

특히 실업자의 노조 가입 인정은 1기 노사정위원회가 어렵게 이끌어낸 합의사항이다. 노동기본권 보장을 명분으로 이는 전교조합법화와 함께 정리해고제가 이른 시일안에 시행되도록 합의점을 찾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이런합의사항에 대해 정부 당국 스스로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정부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임에 틀림없다.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펴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법무부 주장은 이렇다. 실업자는 헌법상 근로자가 아니며 실업자만의 노조가 설립될 수 있고, 그럴 경우 정치세력화를 비롯한 공안상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업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헌법 정신을 그릇 해석한 것이고,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다고 해서 실업자 노조가 설립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견해다.

실업자만의 노조는 유지될 수도 없거니와 어느 나라에서도 실업자만으로 구성된 노조는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실업자는 기존 노조에 가입해 여러 가지 지원을 받는 등 힘있는 조직을 통해 활동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은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노동기준이자 관행이다.

국제노동기구 회원국 대부분이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인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업자의 노조 가입 배제는오히려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 하여 국제적 비판 대상이 돼 왔다.

정부 스스로 신노사문화를 부르짖고 있는 마당에, 노동기본권 제약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발상은 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실업자도 근로자라는 사실을 왜 억지로 부정하려 하는가.

[출 처] 한겨레신문

[발 행 일] 1998.11.20

[발 행 처] 한겨레신문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