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더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 우리가 왜색·저질 운운하며 “일본은 없다”고 떠벌릴 때, 일본 대중문화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문화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대중문화에 심취한 중·고등학생들까지 일본어 학습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대중문화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근에 나온 일본 대중문화에 관한 책들은 내용없는 편견과 쓸데없는 오해를 해소하는 구실을 한다. 게다가 그동안 모르고 넘어갔던 일본문화에 대한 시각도 교정할 수 있다. 일본 대중문화하면 으레 떠올리는 섹스와 폭력 등의 선입견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준비된 개방’으로 이끌려는 의도에서다. 일본문화에 대한 주체적인 수용도 주요한 관심사이다. 일본 대중문화의 상품성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경계하면서 우리 문화의 잠재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일본문화비평가 김의찬씨와 <씨네21> 기자 김봉석씨가 함께 쓴 <클릭! 일본문화>(한겨레신문사 펴냄)는 일본 대중문화의 실체와 저력을 유감없이 살펴보는 데 유익하다. ‘고지라에서 에반게리온’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개인의 경험과 판단을 극복하고 객관적인 자료에 충실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어설프게 알고 있던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인물 등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텔레비전, 대중음악, 출판 등의 분야에서 20세기 일본 대중문화를 이끌어온 작가와 작품 위주로 67개의 키워드를 다루고 있다.
헐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된 <7인의 사무라이>를 비롯해 <고지라>, 이와이 순지 등 19개의 키워드를 다룬 영화편에서는 일본영화의 개성을 살필 수 있고, 애니메이션편을 클릭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이유와 최근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장르에서 스타를 배출하는 대중가요편을 클릭하면 일본식 팝을 구현해 아시아와 세계를 공략하는 문화수용 형태의 전형을 찾을 수 있다. 책의 끄트머리에 덤으로 실린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우리의 대응방안’은 일본문화 수용기에 생각해야 할 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문화의 핵심 키워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최고의 문화상품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충실한 안내자 노릇을 한다.
일본문화의 현주소를 편견없이 바라보고, 전체를 꿰뚫고 싶다면 일본대중문화비평가 김지룡씨가 쓴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명진출판 펴냄)를 읽어볼 만하다. 50여편의 주제를 다루며 일본문화의 강점과 문화현상에 스며 있는 일본인의 심리, 고부가가치 마케팅 전략 등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포르노 비디오시장이 전체의 0.5%일 뿐이라는 통계자료를 동원해 우리 내부의 허술한 고정관념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일본 대중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마니아그룹 ‘오타쿠’와 비주류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인디’세계에 대한 폭넓은 탐구는 문화대전을 치러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문화에 대한 거침없는 메시지를 한국적 상황에 적용해 알기 쉽게 들려주는 것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영화감독 겸 저술가로 활동하는 이규형씨가 쓴
(해냄 펴냄)는 일본과 일본문화를 상업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다. ‘메이드 인 재팬’이 판치는 이유를 캐릭터와 기획력, 상식의 전환 등에서 찾은 지은이는 아이디어 문화상품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연예산업의 뒷모습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들어 볼 수 있다. 다만 일본문화의 외형적인 부분에 지나친 관심을 보인 까닭에 흥미위주로 흐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