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작은 혁명이었다.” 김환석교수(국민대 사회학과)는 지난 14∼15일 국내 최초로 열린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과 생명윤리에 관한 합의회의’를 이렇게 평했다. 합의회의는 사회쟁점 사안(특히 과학기술이나 의료 등 전문성이 강한 영역)에 대해 시민 주도로 회의를 개최하고, 전문가들을 초대해 설명을 들은 다음 합의를 이끌어내는 회의방식이다. 전문화·대규모화된 현대사회에서 시민참여를 실현하는 좋은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몇몇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됐고 그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이 처음. 국내 최초 합의회의에 참가해 참여민주주의 가능성을 실험한 시민패널들을 만났다.

시민패널들은 합의회의 결과보고서에서 “과학지식이 짧고 표현능력이 부족해도 시민 입장을 대변할 사람은 우리 스스로임을 동의해 가는 과정”으로 이번 회의를 평가했다.

전문가란 불편부당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음을 느끼는 계기였다는 설명이다. 김소영씨(34·주부)는 “전문가도 자신의 위치, 자기가 가진 지식의 대변자일수밖에 없음을 느꼈다”며 “과학기술 등 전문적인 사안이라도 정책결정을 전문가에게만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합의회의에 임하는 시민패널들의 태도가 시종 진지했던 반면 전문가 패널들은 특유의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철순씨(32·정보통신부 행정사무관)는 “전문가들의 연구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데도 시민이 이에 대해 의견을 말할 기회가 없다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며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말을 하느냐는 태도를 보일 때 전문가들과 벽을 실감했다”고 전한다.

합의회의를 준비한 이혜경간사(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 위한 모임)는 “전문가는 많았지만 합의회의에 적합한 전문가를 찾기는 어려웠다”고 말한다. 일반시민 혹은 다른 전문가들과 열린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전문가가 드물다는 얘기. 이간사는 합의회의가“말그대로 여러 집단의 도움으로 완성된다”며 “앞으로 합의회의가 활성화되려면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일반인 그리고 다른 전문가들을 바라보는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패널들은 대부분 주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시민참여가 가능하다는 게 좋아 합의회의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곽성신씨(32·자영업)는 “시민들이 정책결정과정에서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란 공청회·심포지엄이 고작인 상황에서 합의회의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돼 시민패널에 자원했다”고 말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므로 특별한 사명감으로 모두들 밤을 새며 열심히 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공개모집인만큼 실직노동자·주부·5급공무원·보험업자 등 구성원 성격도 다양했다.

이정자씨(45·실직노동자)는 “그동안 이름도 모른 채 유전자조작 식품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에 처음엔 화가 났다”고 충격을 전한다. 그는 “이런 장이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마련돼 시민들이 정보를 접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기회가 생기면 꼭 참가해보라고 권하고 싶단다.

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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