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 정경분리정책 바람직 67.5%
우리 국민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에 높은 지지를 보이면서도 추진과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
세를 보였다. 특히 통일에 앞서 선행돼야 할 정책과제로 ‘이산가족 서신왕래 및 상호방문’ 을 우선적
으로 꼽았다.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7주년을 맞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한광옥) 와
본사 통일문화연구소 (소장 권영빈).여론조사팀이 공동실시한 국민통일의식 조사에서 이같은 점이
확인됐다.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햇볕론으로 대변되는 ‘남북공존공영’ 정책, 대북경협. 식량지원 등과 정치
를 분리하는 ‘정경분리’ 정책에 각각 70.9%, 67.5%가 ‘바람직’ 하다고 답해 비교적 강한 정책 지지도
를 보였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래 당국간 대화가 본격화하는 가시적 성과는 아직 없지만 국민으로부터 현
정책기조에 대한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우려해 71.1%가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
망했다.
민간차원의 대북 식량지원도 ‘적당한 범위 내에서’ 가 중론 (74.8%)으로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였
다.
또한 통일 후 예상되는 우려로 ‘과다한 통일비용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40.1%나 꼽는 등 안정심리
를 드러냈다.
한편 4자회담과 관련, 한반도 평화정착문제는 ‘남북이 직접’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52.1%로 절반
을 넘었다.
본 조사는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18~25일 두차례 전화통화 (1차 : 1천9명, 2차
: 1천1명) 를 통해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각각 95% 신뢰수준에서 ±3. 1%.
◇ 4자회담보다 남북 직접대화’52%
남북 합의서의 기본원칙에는 동의하되 접근방식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
다. 91년 12월 13일 남북 총리가 채택한 기본합의서 (남북 화해와 불가침 교류 및 협력에 관한 내
용) 의 적극 실천을 통한 남북문제 해결에 대해 대다수 국민 (84.7%) 은 ‘공감한다’ 는 긍정적 반응
을 나타냈다. ‘공감하지 않는다’ 는 12.5%였다.
또한 이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선 ‘민간교류의 확대’ (44.3%)가 급선무라고 답했고 ‘남북 특사
교환과 고위급회담’ (19.8%) , ‘합의서 이행을 위한 법제도 정비’ (18.6%) , ‘방위비 삭감과 남북 군사
공동위원회 설치’ (13.7%) 순이었다.
그러나 합의서 이행과 관련,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에는 10명 중 7명의 국민 (71.1%)이 ‘시
간여유를 두고 신중히 추진하라’ 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며 2명 (19.6%) 정도가 ‘빠른 시일 안
에 추진하라’ 는 적극론자들이었고 1명 (8.3%) 정도는 ‘아직 시기상조’ 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60세이상 층에서는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하라’ 는 의견이 34.9%로 높아 50세 이하층 (50
대 14.9%, 40대 18.0%, 30대 18.4%, 20대 16.3%)과는 차별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전반적인 여론은 남북화해의 물꼬를 정치적 수순보다 민간차원에서부터 트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것도 서서히. 정부가 협상의 주체가 될 경우에는 남북 당사자간의 직접 접촉 방
식을 우선시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 남.북.미.중이 4자회담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남북간 직접
적인 평화협정 체결’ (52.1%) 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으며, ‘4자회담’ 과 ‘4자회담+러시아’
는 각각 29.2%. 10.1%였다.
남한의 군사력 강화만이 평화체제를 보장한다는 강경입장도 5.0%였다. 남북한 군비축소와 관련, ‘
납북 합의하에 서서히 축소’ (46.9%)가 중론인 가운데 ‘대치상황이므로 축소해서는 안된다’ (27.0%)
가 ‘과감한 군비축소로 경제회생 비용으로 활용해야’ (12.2%) 보다 두배이상 많은 점도 유념해 볼
사항이다.
한편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에는 남북 화해에 ‘기여할 것’ (60.2%) 이라는 쪽이 ‘기여하
지 못할 것’ (38.7%) 의 두배가량 됐다. 흥미로운 것은 60세이상 층과 50세 이하 층의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는 점이다. 장년층까지는 ‘기여할 것’ 이라는 평가가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기여 : 기여하지
않을 것 = 50대 51.6% : 44.6%, 40대 57.1% : 44.6%, 30대 65.0% : 34.3%, 20대 67.9% : 32.1%),
60대이상 층에서는 반대견해 (47.4%:50.1%)가 약간 우세했다. 이는 젊어서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들
이 북측이 관광 및 개발이익을 군사비로 전용할 것을 우려한 탓으로 해석된다.
또한 현대그룹식의 경제협력이 남북 경제활성화에 미칠 영향에는 ‘긍정적일 것’ (62.1%) 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별 영향 없을 것’ 이 30.2%였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은 6.8%였다. 이
또한 60세이상 층에선 ‘긍정적일 것’ (42.7%) 이라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별 영향 없을 것’
40.4%,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13.6%였다.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 일대를 남북 공동으로 개발한다면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평화정착에 가장
도움이 되겠는가에 대해선 ‘남북 공동 생태보존사업’ (28.1%) 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관광자원으로
개발’ (23.5%) , ‘공동의 면회장소’ (16.8%) , ‘합작 생산단지 조성’ (16.8%) , ‘대형 체육 또는 공연시
설’ (13.4%) , ‘현재대로 보존’ (0.1%) 순이었다.
지난 9월 3일 보수.진보를 망라해 1백98개의 정당 및 사회단체가 함께 만든 통일단체인 민족화
해협력범국민협의회 (민화협) 의 결성과 출범에 대해선 ‘바람직하며 모든 국민이 적극 참여해야’
(20.3%) 와 ‘통일의 새로운 통로로 긍정하는 편’ (34.8%) 이 합해 55.1%였고, ‘기대는 되나 아직은
시기상조’ 가 33.6%, ‘남북관계 혼선이 우려되므로 자제해야’ 가 9.2%였다.
민화협을 비롯한 민간통일운동단체들의 중점 추진사업으로는 ‘이산가족 면회.상봉’ (38.5%) , ‘민간
차원의 대북 교류사업’ (20.2%) , ‘남한내 통일에 대한 합의 도출’ (13.1%) , ‘대북 식량지원 등 인도
적 지원사업’ (9.9%) , ‘평화정착 및 군비축소’ (6.7%) 등을 거론했다.
◇ ‘인도적 대북지원 찬성’79%
통일에 대한 열망은 매우 뜨거우나 통일의 과정만큼은 실리적인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국민
의 생각이 확인됐다. 대부분의 국민 (93.1%) 은 ‘통일이 돼야 한다’ 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으며 ‘통
일되지 말아야 한다’ 는 6.9%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같이 높은 국민 열기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남북한
의 상이한 체제 및 이해부족’ (33.7%) 이 가장 큰 장애요소이고 ‘경제력 격차’ (20.7%) , ‘주변 강대
국의 이해관계’ (16.3%) , ‘통일정책의 차이’ (15.9%) , ‘군사적 대결과 군비경쟁’ (12.2%) 등도 걸림돌
로 지적했다.
그렇다면 통일을 위한 선행조건으론 어떤 것들이 있는가. ‘서신왕래와 이산가족 상호방문’ (52.3%)
이 우선이라는 견해가 압도적. 그 외에도 ‘경제.문화.학술 등 정치외적 교류’ (35.6%) , ‘상호체제 인
정’ (25.1%) ,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22.8%) , ‘남북한 이질감 해소’ (19.9%) , ‘군비축소’ (17.9%) , ‘
상호불신 제거’ (11.6%) , ‘방송통신 상호개방’ (9.5%) , ‘경기회복’ (0.2%) 등이 순차적으로 지적됐다
(중요도순으로 중복응답 허용) . 통일정책에 대해서도 상당수 국민 (80.1%) 이 ‘관심있는 편’ 이라는
반응. ‘관심없는 편’ 은 19.5%였다.
현 정부의 통일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여론이 높은 편. 햇볕론으로 지칭되는 국민의 정
부의 남북 공존공영정책에 대해 70.9%가 ‘공감한다’ 며 지지를 표명했다. ‘공감하지 않는다’ 는
26.2%로 소수 견해였다.
또한 현 정부의 경제교류.식량지원 등과 정치를 분리시키는 정경분리 정책에도 ‘바람직하다’ 쪽이
67.5%로 ‘바람직하지 않다’ (30.0%) 보다 두배 이상이었다. 우리 국민의 개방적이면서도 실리적인
접근태도를 읽을 수 있다.
북한 식량난의 실상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 5명중 4명
(80.4%) 이 ‘심각한 수준’ 으로 알고 있으며, 1명 정도 (18.6%) 만이 ‘심각성을 못 느낀다’ 고 토로했
다. 때문인지 우리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하는 것에는 ‘찬성’ (79.1%) 한다는 쪽이
주도적인 여론이며 ‘반대’ 는 19.8%에 불과했다. 하나 민간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 74.8%의 국민이 ‘지원은 하되, 적당한 범위 내에서’ 라는 단서를 달았다. ‘가능한 한 모든 것
을 지원’ (10.1%) 하자는 쪽보다 ‘가급적 지원하지 말아야’ (11.9%) 와 ‘절대로 지원하지 말아야’
(3.1%) 를 합친 쪽이 다소 많다. 과거 쌀 지원 때마다 뒤이어 터진 북측의 도발행위에 국민이 느꼈
던 배신감.분노 탓으로 여겨진다.
탈북자들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대책으로는 다양한 견해가 피력됐다. ‘경제.정치적 부담
이 있어도 조건없이 전원을 우리가 수용해야한다’ 는 견해는 43.0%다. 반면 ‘경제.정치적 부담을 덜
갖기 위해 탈북자를 선별해 일부만 수용해야’ 한다는 선별론이 28.0%, ‘중국 또는 제3국에서 살 수
있도록 외교.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 (21.4%) 거나 ‘여러가지 복잡한 면이 많으므로 가급적 개입하
지 말아야’ (6.1%) 한다는 국내수용 불가론자가 27.5%다. 한 핏줄이므로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당위
보다 경제적 부담과 실익을 따지는 태도가 우세한 것에서도 우리 국민의 현실적인 접근방식을 감지
할 수 있다.
실제로 통일 후 변화된 우리 모습에 대한 밑그림에서도 국민은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다. ‘강대국
의 영향을 벗어난 자주적인 국가의 건설’ (22.2%) 과 ‘남북한의 경제통합으로 인한 경제번영’
(33.6%) 을 꿈꾸는 희망론자들이 55.8%로 과반수이긴 하지만 ‘과다한 통일비용으로 인한 경제 침체’
에 대해 우려를 표방한 쪽도 40.1%나 됐고 ‘지금보다 더 혼란해 질 것’ 을 두려워하는 국민 (0.4%)
도 있었다. 꿈에 그리는 통일과 현실에서의 통일이 보여줄 다른 모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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