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인권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수감자들이 스스로 운영하는‘자치사동’이 국내 4개 교도소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다. 공중전화로 가족과 연락도 할 수 있고 텔레비전이 설치돼 매일 시청이 가능하다. 교도소가 인권보호를 향한 변화의 몸짓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돼 교정행정의 한 획을 그을 전망이다.

지난 11월27일 자치사동을 운영하고 있는 의정부 교도소.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자치사동 10개방에 설치돼 있는 텔레비전에서 요란한 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진다. 방마다 설치돼 있는 두개의 라디에이터에서는 훈훈한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군데군데 보이는 쇠창살만 아니면 ‘여기가 교도소 맞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듯했다. 이곳저곳 채널도 돌려보는 등 채널 선택권도 있었다. 99년 6월에 출소예정인 황모씨(34)는 “오후 7시까지 매일 두 시간씩, 그리고 토요일은 4시간, 일요일엔 6시간씩 시청하고 있다”며 “무료하게 보내던 오후시간이 활기에 차고 무엇보다 사회흐름에 적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가족오락영화 등 비디오 시청도 가능하다.

자치사동의 4.49평되는 각 방은 10명이 사용한다. 가능한 10명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모범수와 우량수를 비롯한 424명이 수감돼 있다. 개인물품 들이 조그마한 가방에 담겨져 정열돼 있었고 컵라면과 음료수 등도 선반 위에 가득했다. 개인 전기면도기도 몇몇 보였다. 먹을거리를 담아놓은 선반 아래로 책꽂이가 놓여있고 100여권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방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단지 화장실 출입문은 있었지만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

이는 투명유리창으로 돼 있어 수치심을 자극할 수도 있을 듯했다. 황씨는 “6개월 정도 자치사동에서 생활했는데 우리 스스로 모든 일과를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앞선다”며 “사회에 복귀하게 되면 이런 경험들이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즈음 특히 신문의 경제면을 주목하고 있다. 어떤 사업쪽이 전망이 밝을 것인지 조목조목 파악한다. 그는 “내년 출소에 대비한 사회복귀 작업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시각, 토론실에서는 방별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의 주제는 ‘겨울철 건강관리’와 ‘독서의 생활화’. 방장이 사회자로 토론회를 이끈다. 방장은 “현재 개인당 15권의 책만을 소지할 수 있는데 더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독후감을 적는 등 독서를 생활화해 마음의 양식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겨울철이 찾아온 만큼 개인별로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치사동은 이러한 ‘자치제 회의’가 세 단계로 만들어져 있다. 우선 평일 일과후 각 방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서 모아진 내용은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반별 자치제 회의’에서 결정된다. 반별 자치제 회의에서 결정된 안건은 다시 ‘전체 자치제 회의’에 상정돼 자치사동의 최종 입장을 정리하게 돼 있다. 이렇게 결정된 사항 등이 자치사동을 움직이는 규율이나 규칙이 된다. 자치사동에는 교도관이 근무를 서지 않고 수감자들이 순번대로 근무를 선다. 불침번 근무를 서고 있던 문모씨(33)는 “2시간씩 돌아가면서 근무를 선다”며 “일반 사동과는 달리 모든 것이 자율적 규제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동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탈바꿈하고 있다. 1주일에 한번은 30분 동안 온수목욕을 실시한다. 김모씨(45)는 “면도도 개인면도기로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면도기가 없는 경우 1주일에 한번씩 교도소측에서 공동면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두꺼운 모포가 개인당 평균 3장씩 지급돼 추위에도 견딜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수감자들은 전화이용도 가능하다. 미리 교도소측에 전화신청을 하면 일정한 시간동안 공중전화로 가족의 안부를 물어볼 수 있다. 전화를 하는 동안 교도소직원이 곁에서 감청을 실시한다. 오래간만에 집에 전화를 건 박모씨(53)는“아이들 잘 있지? 응, 나도 잘 있어. 걱정하지 말고…”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말미에 “잘 있으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추위에 건강 조심하고 또 전화할게”라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짧은 기간동안의 통화였지만 전화기를 통해 가족의 목소리를 들은 그의 얼굴엔 ‘안심과 기대’의 편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박씨는 “교도소에서 전화로 가족과 통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것저것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통화하고 나면 마음이 가볍다”고 밝혔다. 자치사동 아래에는 ‘병동’이 있다. 당뇨와 고혈압·정신지체로 불편을 겪고 있는 22명이 수감돼 있다. 임영균 의무과장(56)은 “아침과 오후 매일 두 번씩 회진을 실시하고 있다”며 “야간에는 당직교도관이 근무를 서면서 위급한 사태가 발생하면 연락을 곧바로 취한다”고 말했다. 온돌로 꾸며져 있어 환자들이 이용하는 데는 불편이 없을 듯했다. 의정부교도소 박청효(朴淸孝 55)소장은 “자치제를 시행함으로써 보통 사회인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며 “12월중에는 책상 270개가 설치돼 수감자들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자치사동의 운영은 ‘질서와 인권이 함께 숨쉬는 교정행정’이 가시화 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박소장은 설명했다. 법무부 김경한(金慶漢 54)교정국장은 “4개 교도소에 시범 운영되고 있는 자치사동을 내년 1월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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