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경실련·참여연대·한겨레21 장관 능력 공동평가… 홍순영·이헌재·강인덕·전윤철 다섯손가락에
국민의 정부를 이끌고 있는 각 부처 장관들의 점수는 몇점이나 될까.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여가 지나면서 정부 각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개혁 성패의 윤곽이 분명해지고 있다. 일관되고 강력한 개혁으로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개혁의 방향이나 추진과정이 혼선을 빚는 곳도 있다. 김대중 정부도 어느덧 출범 1년여를 맞으며 냉정한 평가의 대상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21>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시민운동단체인 경실련,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의 정부 장관들에 대한 공동평가 작업을 벌였다. 김대중 정부 초기 개혁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토대로 집권 2년째 개혁작업의 전망을 찾아보기 위한 작업이다.
특히 구체적인 정책집행을 관장하고 있는 각 부처 장관들에 대한 평가는 김대중 정부의 개혁작업이 좀더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각 부처 장관들이 얼마나 스스로 개혁성을 갖추고, 소신껏 일했왔는지의 여부는 개혁주체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각료들이 자기완결적인 개혁성을 갖추고,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돼 개혁작업을 밀도있게 추진해 나간다면 개혁의 지평은 좀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때때로 지적되는 김대중 대통령 1인에 의한 ‘나홀로 개혁’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대중 정부 2기 내각 구성에서 이런 점들은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
국민의 정부 장관 중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 ‘베스트 5’는 김성훈 농림부 장관,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강인덕 통일부 장관,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등으로 나타났다. 정책추진 및 업무능력 등을 종합 평가한 것이다.
특히 김성훈 농림부 장관의 경우 거의 모든 평가항목에서 수위를 차지해 종합순위 1위를 거머쥐는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김 장관은 정책 평가 부문 1위를 비롯해 개혁성, 일관성 및 추진력, 전문성, 정책의 실효성, 민주성 및 투명성 등을 묻는 업무능력 평가 부문에서도 단연 선두를 유지했다. 5점 만점의 종합평점에서 4.07이라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결과는 농림부가 김대중 정부 초기 개혁작업 와중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부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뜻밖이라고 할 수 있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농림부’ 뜻밖
구체적인 정책추진 과정을 묻는 정책평가 부문에서 김 장관의 평점은 3.83이었다. 여섯가지의 정책항목 중 4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만도 세가지에 달했다. ‘산림정책 및 친환경농업 육성’ 4.33, ‘농림부 산하기관 구조조정’ 4.22, ‘농·수·임산물 개방정책 등 식량정책’ 4.22 등이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농가부채 경감조처로 3.22를 얻었다. 김 장관은 또 업무능력 평가 부문에서도 개혁성, 일관성 및 추진력, 민주성 및 투명성 항목에서 평점 4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김 장관이 이처럼 단연 선두를 차지한 것은 농업전문가 출신으로 전문성을 갖춘 데다, 비관료 출신으로 나름대로 개혁성과 추진력을 발휘한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개혁의 주된 관심에서 벗어난 농림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장관 스스로 자기완결적인 개혁성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앞으로 김대중 정부의 제2기 내각이 지향할 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장관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데는 공동평가단이 기본적으로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이 그동안 김포 동아매립지 용도변경 문제나 서해안 간척사업 보류 등을 통해 비교적 친환경적인 농정을 펼침으로써 시민단체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경우를 제외하고 베스트 5에 포함된 장관들의 경우 큰 틀에서는 김 대통령이 직접 챙긴 개혁과제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과 강인덕 통일부 장관이 각각 2위와 4위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과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김 대통령이 역점을 두었던 통일·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각각 두명씩 꼽힌 셈이다.
종합평점 3.16으로 3위를 차지한 이헌재 금감위원장의 경우 업무능력 항목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5개 항목중 4개 항목에서 김성훈 농림부 장관에 이어 모두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관성 및 추진력 항목에서 4.11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비롯해 개혁성, 전문성, 정책 실효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민주성 및 투명성 항목에서는 2.67로 10위에 그쳤다.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노사정위와의 협의에 불성실했다는 등의 비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과 강인덕 통일부 장관의 경우는 김 대통령의 ‘햇볕 정책’과 잇따른 정상외교를 통한 4강 외교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보인다. 홍 장관과 강 장관은 정책평점에서 3.18과 3.20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홍 장관의 경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항목에서 4.00을, 강 장관은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 조처’ 항목에서 4.33의 고득점을 보였다. 업무능력 평점에서도 홍 장관은 3.23, 강 장관은 3.09로 4위와 6위를 차지했다.
전윤철 ‘계좌추적권 확보’ 높은 평가
종합평가 5위를 차지한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책평가 6위, 업무능력 평가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전 위원장은 정책평가의 ‘재벌기업의 부당내부 거래에 대한 감시 및 제재’ 항목에서 4.09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재벌의 부당내부 거래에 대한 계좌추적권 확보 등 이 부분에 대한 정책의지를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업무능력 평가 항목만을 따로 보면 종합평가 베스트 5에 들었던 김성훈 농림부 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이 1위부터 4위를 기록했다. 이 부문 5위는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이었다. 진 위원장은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에 힘입어 종합평가 7위를 기록했다. 전문성과 개혁성, 추진력 등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면에서 2.78로 그다지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정책평가 부문에서도 저조했다. ‘정부산하기관 및 공기업 구조조정’,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구개편’, ‘공무원 인사제도 개혁’ 등 항목에서 3점 미만의 점수를 얻었다. 기획예산위의 과제 자체가 주로 장기과제들이라는 점이 정책의 실효성 등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무능력 평가부문 항목 중 개혁성 베스트 5에는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과 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포함됐다. 이해찬 장관의 경우 개혁성은 평가를 받았지만 나머지 항목에서는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이 장관은 업무능력 평가에서 개혁성, 일관성 및 추진력 항목에서 나란히 3.38를 얻었지만 전문성, 정책 실효성, 민주성 및 투명성 항목에서는 2점대의 비교적 짠 점수를 받았다. 정책평가 부문에서도 ‘전교조 합법화 조처’ ‘교원정년 단축 등 교원인사제도 개선’ 등은 3점대를 얻었지만 ‘사학비리, 촌지 등 교육계 비리에 대한 정책’ ‘사교육비 경감대책’ ‘대학교육구조개혁’ 등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체로 이 장관의 개혁적 업무추진이 대학사회 등 기존 교육계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종합평가 9위를 차지한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의 경우 정책평가와 업무능력 평가에서 9위와 8위를 기록해 비교적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업무능력 평가부문 중 일관성 및 추진력 베스트 5에 박상천 법무
장관이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박 장관은 전문성 및 적성 항목에서도 베스트 5에 포함됐다. 하지만 박 장관은 정책평가 부문에서 2.10로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당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특검제 등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개혁’ 1.75, ‘인권법 제정’ 2.00, ‘정치인 등 공직자 사정’ 2.25, ‘피의자 및 재소자 인권보장’ 2.38 등 극히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최근 특검제와 인권위원회 논란 등에 따른 비판적 평가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이해찬, 개혁성은 높은 평가
개혁성향으로 분류됐던 당료 출신들이 비교적 저조한 평가를 받은 것도 특이하다. 당료 출신인 박상천 법무부 장관이나 이해찬 교육부 장관, 그리고 김정길 행정자치부 장관 등은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군 출신이지만 당료 생활을 했던 천용택 국방장관의 경우 최근 잇따른 군 사고의 영향으로 상당히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또 여성계 출신으로 당을 거쳐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중용된 신낙균 장관도 하위권에 처졌다. 같은 당료 출신인 자민련의 이정무 건설교통부 장관,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최재욱 환경부 장관, 강창희 과학기술부 장관 등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백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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