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6일 (미국 시간) 이라크에 미사일 공격을 개시함으로써 걸프지역은 또 한번 전쟁의 폭풍이 회오리치고 있다.

이번 공격은 이라크가 유엔특별사찰단 (UNSCOM) 의 무기사찰을 방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므로 1차적 책임은 이라크에 있다. 미국은 공격의 법적 근거로 UNSCOM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를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를 은닉하고 있다는 혐의가 짙음에도 불구하고 UNSCOM 활동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이라크는 지난 95년 UNSCOM의 사찰활동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유엔 안보리 결의 제986호를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는 무기사찰에 관한 유엔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동을 거듭해 왔다. 물론 이라크로서도 가혹한 경제제재로 인한 민생고 (民生苦) 등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일단 지켜가면서 다른 외교적 방법을 강구했어야 옳다.

하지만 왜 미국이 공격을 그토록 서둘러야 했을까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최소한 유엔 안보리 협의는 거치는 것이 ‘상식’ 이었다. 이 때문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프랑스는 이번 공격이 부당하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이들과 의견조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격에 대해 설득력있게 제기되는 추측은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과의 관련설이다. 탄핵안은 이미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으며, 원래 계획대로라면 17일부터 하원 본회의 심의가 시작됐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하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실제 탄핵에 이르려면 상원에서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일단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치도의상 대통령직을 사임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민들의 다수여론이다. 만약 하원 본회의 심의를 막기 위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면 문제해결은 커녕 더 큰 악수 (惡手)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은 교민 안전과 국제유가 (油價)에 미칠 영향이다. 다행히 현지 교민이 8명에 불과하고, 공격목표에서 벗어난 곳에 거주한다고 하니 안심이다. 문제는 유가다.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제유가는 배럴당 12달러대로 치솟았다. 유가의 이런 급등 (急騰) 은 우리의 경제위기 타개 노력에 불리하다는 점에서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지하 핵시설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에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격으로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 제거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이라크 국내에는 후세인정권을 대체할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공격도 과거처럼 애꿎은 민간인들만 희생될 가능성이 크며, 그렇게 될 경우 이라크 국민들의 반미 (反美) 감정만 높일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공격을 단기간에 종료하고 다시 유엔 무대로 돌아와 국제사회 여론조성과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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