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습은 미국시간 (동부) 으로 16일 오후 5시49분. 빌 클린턴 대통령의 하원 탄핵 표결을 불과 10여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미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공격 직후 이날밤 비공개 회의를 열고 “나라가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대통령 탄핵을 시작할 수 없다” 면서 표결 연기를 결정했다.
클린턴으로선 일단 시간을 벌게됐다. 지난번 중간선거를 거쳤기 때문에 현재의 하원의원은 임기가 올해말까지다. 이 때문에 이번 탄핵안 처리 연기일정이 길어져 내년으로 넘겨질 경우 새롭게 구성되는 하원에서 처리해야 한다. 지난 중간선거에선 민주당이 과반수에는 여전히 못미치지만 현재보다 5석을 늘려 세력이 그만큼 강화됐다. 클린턴으로선 이같은 상황을 고려했음직하다.
그러나 클린턴의 노림수가 제대로 먹힐지는 미지수. 공화당 차기 하원의장 내정자 밥 리빙스턴 의원은 “이라크 공습 때문에 우리의 권리를 며칠 미룰 뿐이지 탄핵절차는 조만간 시작될 것이다. 이르면 18일에도 시작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차봇 의원 등 다른 공화당 의원들도 “탄핵은 길어야 수일정도 연기될 뿐”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공화당의 연내 처리 의지가 매우 강해 이라크 공습으로 탄핵절차가 장기간 연기되기는 희박해 보인다.
그동안 애매한 입장을 보이거나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해 왔던 공화당의원 20여명 중 17명이 최근 탄핵지지로 돌아선 상태다. 여기에 이라크 공습이 탄핵처리 바로 전날 단행된데서 ‘탄핵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술수’ 라는 공습시기 하자론이 강력히 제기되면서 공화당내 대 클린턴여론은 극히 불리한 상태다.
미국내 정치 관측통들도 “만약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안 표결을 의식해 군사공격을 명령했더라도 현재 하원의 분위기로는 백악관이 시간을 벌어 대세의 흐름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과 민주당 하원의원은 17일 의회를 열고 탄핵결의 대신 미군의 이라크 파견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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