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은 이라크 사태에도 불구,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심의를 18일부터 시작한다.

공화당 지도부는 17일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핵안 심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탄핵안 심의를 당초 에정보다 하루 늦춘 18일부터 시작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적과 교전중인 상황에서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현직에서 몰아내기 위한 탄핵 심의에 나서겠다는 공화당의 선택에는 다분히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라크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는 짙은 의혹이 깔려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태가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면서 이라크 공습과 탄핵심의 강행으로 인해 공화·민주 양당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전쟁이나 교전중인 상태에서 미국 의회는 항상 초당적 태도로 대통령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었다. 지난 90년 걸프전쟁 당시만해도 민주당이 지배하던 의회는 공화당 출신의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결정을 적극 뒷받침해 주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확실히 예외라 할 수 있다. 이라크 공습을 `정치적 술수’로 여기는 공화당이 미군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의 옷을 벗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물론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안 심의를 하루 앞둔 16일 전격적인 이라크 공격을 명령한데서 촉발됐다.

유엔 무기사찰단이 철수하자 마자 안보리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영국과 함께 즉각적인 미사일 공격에 나선 것은 누가 보더라도 탄핵위기를 어떻게든 넘겨보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전날 이라크 사태와 관련, 하원 본회의의 탄핵안 심의를 연기하는 등 초당적 대처 분위기였던 공화당은 하루만에 태도를 돌변했다.

민주당의 리처드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는 이에대해 ”국가안보 문제가 걸린 상황에서 탄핵안 심의와 표결이 이뤄지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공화당의 탄핵절차강행을 비난했다.

양당의 이같은 대립은 나아가 감정싸움으로 까지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찰스 레인절 의원은 자신이 한국전쟁 참전경력을 소개하면서 ”전시에 미군 최고사령관에 대한 공모를 벌이는 사람이야 말로 `중대한 범죄나 비행’에 가까운것“이라면서 공화당을 탄핵대상으로 몰아붙였다.

이에대해 베트남전에 참가했던 공화당의 듀크 커닝햄 의원 등은 ”전쟁터에 나가있는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클린턴 대통령이나 제인폰다 같은 반전시위자들“이라면서 클린턴의 전력까지 들먹였다.

클린턴 대통령도 직접 설전에 가담했다. 그는 탄핵논란이 대통령의 대이라크 전쟁수행 권한을 훼손시킬수 없을 것이라며 ”나는 이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나아가 공화당 지도부는 어떻게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러한 공화-민주 양당의 대립과 마찰이 향후 클린턴 대통령의탄핵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공습 사태 이전에 공화당내 온건파 의원들이 대거 탄핵지지 쪽으로 돌아선데다 클린턴의 군사공격 결정의 배경까지 의혹으로 떠올라 탄핵안이 하원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들이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최종결정은 내년초 대법원장 주재하에 재판 형식으로열리는 상원 본회의 투표로 넘어가게 된다.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는 이와 관련,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할 경우상원은 재판을 시작할 것이며, 이 과정에 서 어떤 협상이나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강조했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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