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무력공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즉각적인 적극지지 표명에는 북한 견제의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무력공격 개시 30분 전에 이를 사전통고 받은 뒤 2시간여만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 국내에서도 “경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신속한 일본의 지지표명은, 대북대응체제 정비와 관련해 일본이 6자회담을 제의하는 등 중국, 러시아와의 안보협력관계 강화를 모색해 온 점에 비춰봐도 이례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이라크 무력공격에 반대할 것이라는 점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고무라 마사히코 외상은 17일 제임스 폴리 주일 미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은 핵확산 방지를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국제적으로 테러국가로 간주되고 있는 나라가 핵무기나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는 데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교 및 군사관계자들은 이 말을 북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고 메시지로 읽고 있다. 한 외무성 관계자는 “북한에서 이라크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경우 믿을 곳은 미국밖에 없다”며 노골적으로 이번 사태를 대북정책과 대비시켰다.

이날의 자민당 외교관계합동소위원회에서도 “이라크 문제는 북한이 지하시설 사찰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북한문제와 공통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군사평론가 오가와 가즈히사는 미국이 공격개시 전에 유엔이 무력행사를 다시 결의하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다고 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이미 50년에 이뤄진 유엔결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까지 했다.

“한반도 정세가 일본 외교의 최대 관심사”(외무성 관계자)라는 일본 정부가 신속한 지지표명으로 확고한 미·일 안보동맹체제를 과시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나 핵의혹과 관련한 견제 메시지를 보내는 기회로 이라크 사태를 활용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 언론들도 이라크 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정부, ‘북한을 염두에 두고 지지’ 등의 큰 제목을 뽑는 등 끊임없이 북한쪽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도쿄/한승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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