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개입여부 수사, 대선자금 사용처 파헤치면 일파만파 올 수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씨가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을 통해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100여일 동안 계속돼온 ‘세풍’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들어섰다. 검찰은 일단 이씨 구속으로 ‘이회성 연출, 국세청 주연’이라는 불법 대선자금 모금의 밑그림이 거의 완성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단순히 기업인들에 대

한 ‘보증’ 차원에서 돈을 주고받는 자리에 얼굴을 내민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석희 전 차장과 짜고 대선자금 모금에 발벗고 나섰음을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확

보했다”고 밝혔다.

이회창 총재는 사전에 알았는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 이씨는 현대 삼성 진로 삼부토건 삼양사 등 5개 기업으로부터 43억원의 대선자금을 모금하는 과정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삼성과 삼부토

건이 낸 11억원은 이씨가 직접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43억원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드러난 국세청 불법 모금액 150억원 전액이 이씨와 이 전 차장의 사

전 공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 검찰은 지난 9월 말 서상목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뒤부터 회성씨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춰왔다. 검찰은 한나라당에 돈을 낸 기업체 관계자들을 몇차례씩 불러 조사한 결과, 12월 초 이씨가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충분한

혐의를 확보해놓고 소환 시기만을 저울질해온 셈이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빨리 예산안이나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신병처리를 할 계획임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이씨 구속으로 배후 수사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덜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회성씨와 한나라당이 혐의 내용을 부인하며 “정치적 표적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성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차장에게 대선자금 모금을 부탁한 적이 전혀 없으며 모금 사실 자체도 선거가 끝난 뒤에야 알았다”고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삼부토건에서 1억원 받은 사실만 시인하고 삼성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부분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총재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일도 검찰의 과제다. 대선 당시 이 총재의 핵심참모 구실을 한 회성씨가 대선자금 불법모금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형인 이 총재가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총재 조사 여부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조사할 만한 단서가 나오면 조사한다”는 원칙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아직까지 이 총재가 불법모금 과정에 개입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서상목 의원이 대

선 당시 이 총재에게 “이석희 차장이 열심히 뛰고 있다”고 보고한 점에 비춰, 이 총재가 적어도 불법모금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총재에 대

한 직접 조사보다는 그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증거를 재판과정 등을 통해 공개해, 법적 책임이 아닌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묻는 쪽으로 공세를 펴나갈 가능성도 높다.

한나라 반발로 정국 초긴장되나

그래도 아직 ‘뇌관’은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회성씨가 직접 수금한 11억원 중 일부가 이 총재의 사조직 경비로 쓰였다는 혐의가 있다”며 “그가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끝내 부인한다면 불가피하게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성씨가 직접 받은 것으로 알려진 11억원은 모두 수표이기 때문에 계좌추적을 하면 돈의 꼬리표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대선자금의 사용처를 파헤치는 것은 자칫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물론 검찰은 “우리가 알아보려는 것은 이 돈의 정확한 용처일 뿐”이라며 “대선 당시 이 총재의 사조직과 그 활동내역이 수사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돈이 사조직 운영비로 쓰인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치적 파문

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 한나라당 비주류쪽 의원들은 벌써부터 “대선 당시 공조직은 돈이 모자라 죽을 고생을 했는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나라당 대선자금 내역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곧바로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자금은 깨끗하냐”는 한나라당의 ‘사활을 건’ 반발을 불러일으켜, 정국은 그야말로 초긴

장 상태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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