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와 뒤엉켜 벌어진 이라크 공습이 끝나고서 미국 안팎에선 이를 두고 다양한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평자들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모면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절망적 몸부림에서 이라크 공습을 단행했지만 탄핵이란 국내 전선에서는 물론, 이라크와의 싸움에서도 패퇴한 셈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이들이 이라크와의 싸움에서 졌다고 하는 말은 600여대의 전투기와 400여기의 크루즈미사일을 동원해 이라크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라크 현지 기자들은 과거 미국의 공습 때마다 민간인 피해지역을 보여주며 공습의 야만성을 선전하곤 했던 이라크 정부가 이번에는 이런 선전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이번 공습이 대체로 정확하게 군사시설을 겨냥해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고 전한다.

따라서 평자들이 말하는 클린턴의 패배는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정치적 패배다. 공습의 정당성에 대한 불신을 낳아 유엔과 국제사회를 양분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담 후세인 제거 또는 약화라는 미국의 정책 목표와는 반대로 후세인의 위상을 오히려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클린턴 대통령은 이런 결과를 전혀 상정하지 않은 채 공습이란 도박을 감행했을까? 아니라면 클린턴이 염두에 둔 진정한 목표는 무엇일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미국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어느 정도 추론해낼 수 있다. 하원에서 탄핵안 처리일정이 확정됐을 때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선 60% 이상의 응답자가 하원의 탄핵소추에 반대했지만 탄핵소추됐을 경우 클린턴이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과반수를 넘었다. 공화당 의석이 반수를 훨씬 넘어 탄핵안 통과가 거의 확정적인 상태에서 아무 일 없이 탄핵안이 하원에서 처리됐다면, 그는 여론의 사임압력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 공습을 감행해, 이라크와 전쟁상황에 있는 군 통수권자를 하원이 탄핵하는 `초현실적’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탄핵을 주도한 공화당을 미국의 국가이익을 배신한 집단으로 투영시키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은 “가장 협소한 당파이익에 따라” `외국과 교전상태에 있는 군 통수권자’를 미국 헌법학자의 대부분이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개인적 문제를 이유로 탄핵함으로써 “국가이익을 침해하고 미국 정치제도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는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다(뉴욕데일리뉴스 사설)”는 준열한 논고를 듣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 결과, 클린턴에 대한 지지율은 취임 뒤 최고수준인 73%로 올라가고, 공화당 지지율은 사상 최저인 36%로 떨어졌다.

이런 여론 앞에서 탄핵사건을 넘겨받은 상원의 중진의원들은 공화·민주를 막론하고 당파적 이익보다 국가이익을 우선하겠다고 다짐했고, 공화·민주 두 당을 대표해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두 전직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공동 기고문을 통해 양당 합의에 의한 견책방안을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것이 클린턴 도박의 진정한 목표였고, 그는 목표를 달성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그래서 클린턴과 후세인은 어떤 의미에선 `공생관계’로 볼 수 있다.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이 돌출된 올 1월과 르윈스키 증언 테이프의 공개문제로 미국 전역이 들끓던 8월 이라크는 유엔사찰단과 대결상황을 연출해 클린턴에게 공격명분을 제공했다. 이번 경우도 미국의 `사전경고 없는 공격’ 위협이 내려진 가운데 이라크는 바트당 당사 사찰을 막음으로써 빌미를 제공했다.

이는 단순히 우연이 아니다. 오히려 후세인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계산된 움직임이라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후세인에게 미국과의 대결은 걸프전 패배 이후 경제제재 속에서 도탄에 빠진 국민들에게 불만의 배출구를 만들어주고, 자신은 아랍민족주의의 수호자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후세인과 클린턴은 정권유지라는 필요에 따라 서로를 적절히 이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라크 민중들이 그들 나라를 철저하게 파괴하는 독재자를 `사랑’한다는 환각 속에서 자신들과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비극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 98년12월22일21시47분 -한 겨 레- 제공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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