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가 지난 24일 입법체계의 모순이나 국가기관 사이의 중복기능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채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켜 법사위 심사과정에서 한바탕 논란이 예상된다.

여성계의 압력을 의식한 운영위가 대통령 자문 여성특별위원회에 시정명령권 등 준사법적 권한을 갖는 `남녀차별개선위’를 설치하는 내용의 이 법안을 여성의 권익보호에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만으로 처리한 것이다.

그러나 `남녀차별개선위’에 남녀차별 여부에 대한 결정권 뿐 아니라 준사법권인 시정명령권과 직권조사권을 주고, 이를 따르지 않는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법안 내용의 적절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운영위 심사과정에서도 대통령 자문기구인 여성특위의 산하기관에 준사법권을 주는 것은 현행 입법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여성의 주관에 따라 성희롱 여부가 판단되는 등 공정성 훼손의 우려가 높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운영위는 찬반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첨부해 법사위에 회부하는 선에서 손을 털었다.

지난 23일 환경노동위가 의결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과의 기능중복 문제도 쟁점이다. 이 법안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성희롱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이를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노동부 지방사무소가 사업주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법안 사이에는 또 성희롱에 대한 개념 규정에도 차이가 있다.

남녀차별금지법안 제정이 현재 당정간 핵심쟁점인 `국민인권위’의 기능과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권위의 기능 가운데 성차별 부분을 여성특위가 가져가는 데다, 인권위의 위상을 국가기구로 하는 데 반대해온 법무부쪽이 여성특위와 노동위 등 기존 기관들과의 기능중복을 반대 이유의 하나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남녀차별법안만 처리되면 인권위가 검찰과 여성특위, 노동위 등이 보장하지 못하는 인권을 보완해주는 `틈새 기능’만 하면 된다는 법무부쪽 논리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승근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