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일어난 세상의 일들을 분석하고 간추려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뉴스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 할 때 사실보도는 뉴스의 생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상매체라는 특성에 기반한 ‘보여주는’ 뉴스도 TV 뉴스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그러나 사실보도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과잉정보의 유출과 영상을 이용한 선정주의, 그리고 사건 사고 고발 보도에서의 피의자의 인권무시 등 뉴스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분석대상과 분석방법
이번 분석의 대상은 각 방송국의 메인 뉴스인 KBS 1TV의 KBS 뉴스9, MBC의 뉴스데스크, SBS의 SBS 8시뉴스 중 사건 사고 고발 꼭지이며 기간은 1998년 9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30일 분량을 분석했다.
여기서 사건 사고 고발이라 함은 사건과 사고관련 보도와 고발 꼭지 중 고발의 대상이 명확한 것으로 한정하여 사회고발이나 세태고발은 제외했다.
◆ 분석결과
전체 뉴스 중 사건 사고 고발 꼭지의 비중은 KBS 25.7%, MBC 19.1%, SBS 16.5%로 3사 평균 2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사고 고발 뉴스 중 역기능이 나타나는 부분은 SBS의 경우 32.5%로 세 방송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지만 MBC도 28.4%로 대동소이하다. KBS의 경우도 14.2%로 간과할 수만은 없는 수치. 더구나 SBS의 경우 전체 사건 사고 고발 뉴스는 가장 적으나 사건 사고 고발 뉴스 보도 중 문제점이 발견된 경우가 3분의 1이라는 것은 SBS가 뉴스를 보도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① 모방범죄를 유발하는 정보제공
뉴스가 현실의 정보를 어떻게 선택,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정보가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따라서 사실보도라는 미명하에 지나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모방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분석 결과 3개 방송사 모두 과잉정보 제공의 경우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사례들을 살펴보면
* 불법 오락실 보도의 경우 기자가 카메라와 함께 모든 통로를 쫓아 들어가며 거울을 젖히면 비밀통로가 나오고, 창문을 통해 손님을 대피시킬 수 있고, 감시카메라를 간판 뒤에 숨겨 보이지 않게 하는 것 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MBC, KBS, SBS 9월 21일), * 화가가 몰래카메라로 여성들의 은밀한 행위를 촬영한 것을 보도하면서 카메라를 가방에 숨기는 장면을 재연하고 ‘자신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는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았다’는 기자멘트와 함께 도청기나 몰래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는 장소와 가격대까지 알려 주었다.(KBS SBS 9월 16일)
* 카드복제 사건 보도에서 카드복제기에 카드를 넣어 복제하는 과정을 기자가 직접 재연하고 ‘이들이 이용한 기계는 신용카드에 자기띠를 판독해 복제하는 기계와 카드에 원하는 모양의 문자를 이용해주는 엠보싱기….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라며 원리와 방법을 자세히 설명(MBC, SBS, KBS 10월 10일)함은 물론 복제된 카드를 이용하여 카드할인 등을 통해 현금화하는 방법까지 제시(SBS)했다.
* 60억대 밀수사건의 경우 ‘이들은 이 녹용과 골프채가 마치 수출용 원자재인 스테인레스 스틸 파이프인 것처럼 위장해서 들여왔습니다…. 수출입 통관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도입한 전자우편제도의 허점을 이용했습니다… 서류만 완벽하면 물품검사를 생략해 주는 점을 이용’했다며 밀수의 또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다. (KBS, MBC, SBS 10월 14일)
*고교장추천 입학제도의 자기소개서 대필사건을 보도하면서 ‘백만원을 주고 유명학원 강사에게 부탁해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란 기자멘트와 함께 수험생 인터뷰(SBS 9월 21일)까지 했다.
② 인권침해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의자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거의 모든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이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등 미성년자의 경우 그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세살박이를 물탱크에 빠뜨린 어린이(MBC, SBS 9월 24일), 숨진 엄마 곁에서 열흘을 지낸 어린이(MBC ,SBS 9월 28일) 모두 카메라와 마이크 세례를 받았다. ‘가족해체와 이웃부재 등 점차 소외돼가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고발한다는 미명하에 어린이든 어른이든 가리지 않고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인권 침해 또한 지적할 문제다. SBS와 KBS의 경우 러시아 윤락녀에 대한 사건을 보도(9월 23일)하면서 러시아 윤락녀의 얼굴과 실명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켜 외국인의 경우는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몰래카메라를 사용한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MBC의 경우 청소예산을 빼돌린 청소대행업체 사장과의 인터뷰(10월 3일)와 취업사기를 고발하는 보도(10월 11일)에서 몰래카메라를 이용, 당사자들의 얼굴을 노출시키는 등 몰래카메라를 통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SBS의 경우 러시아 윤락녀 매춘을 보도(9월 23일)하면서 몰래카메라를 이용, 인터뷰를 하며 여성들의 얼굴과 신원을 그대로 드러내고, 술집에서 취객들의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없이 그대로 방영했다. 또한 사기분양을 상담하고 있는 직원들의 얼굴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물론(9월 16일), 거리의 삐끼 취재(10월 4일)에까지 몰래카메라를 사용, 시청자들의 엿보기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KBS의 경우 ‘제작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러한 취재방식을 취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음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도박판된 TV 경마(9월 21일)’와 ‘주택가 마약밀매'(9월 24일), ‘도청장비 유통무방비'(9월 25일)보도에서 몰래카메라를 사용했다. 특히 ‘도청장비 유통무방비’ 보도에서는 기자가 세운상가에 손님처럼 가장하고 찾아가 구입경로와 구매가격 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③ 선정성
보도화면의 선정성이 점차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도무지 뉴스인지 성인 영화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시청자들은 이제 뉴스를 보며 40대 화가가 찍은 몰래카메라도 시청해야 하고 여고생들의 엉덩이도 함께 봐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40대 화가가 몰래카메라로 여성들의 은밀한 장면을 촬영한 사건을 보도하면서 여성이 수영장 탈위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나 화장실에서 용변 후 옷을 추스리는 장면 등 구속된 피의자가 찍은 화면을 그대로 보여준 경우(KBS, SBS 9월16일). 특히 KBS는 이날 어깨걸이 그림에 반나체의 여자 사진(혹은 그림)을 사용한 KBS는 방송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으며 다음날인 9월 17일에도 <몰래카메라가 노린다>라는 기사의 어깨걸이에서도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그림이 등장시켜 공영방송이라는 말을 무색케했다.
*SBS의 경우 교사체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날(9월 15일) 엉덩이를 클로즈업해 보여준 데 이어 멍이 시퍼렇게 든 엉덩이에 약바르는 장면을 다시 방영(9월 16일)하였고
*<화상대화방 윤락>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에서는 ‘남자손님들이 전화를 걸면 피부관리사로 고용한 여자들을 보내 윤락행위를 시켰습니다’란 기자멘트와 함께 바지를 추스리는 여성의 모습 화면에 방영하기도 했다.(SBS 9월 18일)
④ 특정상품에 대한 간접홍보
신창원을 모방한 10대들의 절도사건 보도(9월 22일)에서 3사 모두 탈옥수 신창원이란 만화책을 보여주었으며, 080 전화를 이용한 매매춘을 고발(MBC 10월 10일)하면서 708-2580이라는 전화번호를 두차례 걸쳐 화면 처리했다. 또한 학원강사의 절도 보도(SBS 9월 21일)에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파워에이드라는 음료수를 화면 가득 클로즈업한 것과 여학생 자살 사건(SBS 9월 16일)을 보도하면서 비둘기표 니스를 몇차례에 걸쳐 보여주는 등 특정상품에 대한 간접홍보 또한 우려되는 점이다.
3. 결론
올해 초 각 방송사들은 자사의 운영지표를 발표하면서 KBS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여 2000년대의 비전의 제시’를, SBS의 경우 ‘이 나라가 맞고 있는 어려움의 실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우리 사회가 이를 성숙하게 받아들여 전화위복의 전기를 삼을 수 있는 지향점 제시’를 모토로 제시했고, MBC는 사람을 존중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방송이라는 방송철학을 앞세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적·국가적 통합을 이루는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고 부르짖었다. 이렇게 길게 설명한 각 방송사들의 의지를 간단히 요약해 보면 결국 ‘공영성 강화’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분석 결과로 알 수 있듯이 가장 공영성을 추구해야 할 뉴스 프로그램마저도 시청률을 의식하여 연성화되고 선정주의가 판을 치는 현실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더구나 일본문화의 개방과 앞으로 들어올 수많은 위성채널들 속에서 지금보다 더욱더 감각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범람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 방송문화에 미치게 될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혼란을 타개함에 있어 가장 선도적 역할을 취해야 하는 방송사의 뉴스프로그램마저 감각적 재미만을 찾아가는 추세이다.
한국언론연구원에서 발표한 ‘수용자의식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문 등 기타매체에 대한 신뢰보다 방송에 대한 신뢰가 더 높다고 한다.
더불어 언론개혁시 우선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부분으로 권언유착과 함께 무책임한 보도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것은 뉴스는 진실된 사실을 보도해야 하고 보도된 사실에 대한 사회적 파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수용자들의 요구로 해석된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얘기된 부분이기는 하나, 양질의 뉴스를 전달하는 데 가장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제작실무진들이 기사 하나하나가 가지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는 태도를 견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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