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언론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 합리적 환경 규제 계속돼야
지난 한해 개혁입법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새정부 들어서 잔뜩 기대했던 부패방지법 제정은 정부가 ‘변심’하는 바람에 꼬였고,‘공룡 언론’을 견제할 제동장치 또한 마련되지 못했다.
IMF 1년의 무게를 어렵사리 버티는 서민들의 위태로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부자’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유보되는 바람에 부담을 덜었다. 게다가 경제논리에 밀린 환경 정책 후퇴 조짐도 도처에서 목격됐다.
올 한해는 어떨까. 지난 한해 개혁입법 퇴조현상에 맞섰던 정치인들로부터 기묘년을 조망한다. / 편집자 주
△국민회의 김근태 의원=“조세가 역진적으로 적용돼 사회의 긴장·갈등 여지가 높아졌습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유보조치로 사회 계층간 소득·재산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우려하는 김근태 의원. 그는 참여연대가 입법청원한 금융실명제 개정안을 국회에 소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IMF 체제 편입 뒤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상위층 20%의 소득은 2.2%늘었는데 그외 80%는 10~18%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유보되면서 고액 금융재산을 소유한 사람들과 서민들에게 똑같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결국 현실을 고려치 않고 세율을 적용해 빈부격차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또 차명계좌 포착도 쉽지않다. 금융실명제가 무색해진 것이다.
그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누차 지적했다. 하지만 2천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부활하겠다는 약속만을 받았을 뿐이다.
“경제시책은 한 번 도입하는 데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국민경제를 원활하게하는 게 경제시책의 목표지요. 문제는 정책 도입의 시기입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부활 시기 역시 국민생황에 미칠 영향과 사회적 비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입법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했다.
“국회의원 대부분의 정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지금 당장 시행된다면 경제흐름에 방해를 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 역시 종합 과세 유보 조치에 반대했지만 당장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런 어투다.
오히려 김 의원이 올 한해 정치권의 화두로 제시하는 것은 정치개혁 입법이다.“국민들이 구조조정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데 정치권이 나몰라라 할 수 있나요. 오히려 먼저 앞장 서 나가야지요.” 이같은 문제의식으로 지난해 정기국회 때 정치개혁시민연대가 입법청원한 ‘정치제도 관련 법’을 선뜻 소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겁없는 국회의원’.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 이름 곁에 따라 다니는 칭호다. 그가 정치인들이 금기사항으로 여겼던‘언론 개혁’을 입에 담고부터다. 그는 또 지난해 국감 때‘당론에 항명’한 의원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한나라당이 새정부의 ‘햇볕론’과 함께 문제삼았던 금강산 관광을 적극 찬성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정치인으로서는 첫번째로 금강산을 다녀왔다.
“아직까지 당내에서는 곱지 않은 눈초리입니다. 하지만 모든 당론이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건 아닙니다. 간혹 졸속으로 결정되는 당론에 무작정 따를 수는 없지요.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제 목소리를 낼겁니다.”
시민단체가 그에 거는 가장 큰 기대는 역시 ‘언론 개혁’이다. 공룡 언론의 횡포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주문. “국회의원들은 언론사들의 눈치를 봅니다. 그만큼 막강한 위력을 가졌다는 거지요. 정부 역시 언론의 자유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언론의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하지요.” 언론 개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힘있는 자’들이 언론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 개혁에 대한 소신은 그의 의정활동에 잘 배어있다. 93년 10월 공보처 국정감사에서‘ABC제도 도입’‘언론인 재산 공개’ ‘언론사 기업 공개’‘언론사 세무조사’‘언론사 소유구조 개선’ 등을 거론한 이래 줄곧 언론개혁을 주장해왔다. 지난 국감 때도 박 의원은 “사주가 언론사의 대주식을 독점한 소유 구조는 필연적으로 경영과정에서 사주의 전횡을 불러온다”며“이는 편집권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언론사 부실화의 원인이 된다”는 등의 문제를 집중 거론했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치는 IMF 체계에 편입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공룡 언론은 큰 변화가 없다. 국회 개혁입법 주장도‘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성과로 꼽을만한 것은 최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발족하는 등 시민단체들의 언론개혁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사회도 차츰 언론 횡포의 폐해를 성토하는 분위기다.
“언론은 남북 화해라는 세계적 조류를 거스르는 측면도 있습니다.”그에게서 내년 언론개혁의 희망을 본다.
△국민회의 방용석 의원=“무리한 규제로 경제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되겠죠. 하지만 환경정책의 올바른 집행은 배출업소 즉 기업들의 규제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환경단체들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 방용석 의원. 그는 규제 일변도의 환경 정책에 무리가 따를 수도 있지만 경제논리에 환경정책이 뒷걸음질치는 것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IMF 체제에 편입된지 1년. 방 의원은 환경 정책 후퇴 현상을 누구보다도 절감했기 때문.
“경제난의 파국 속에서 환경은 등한시된게 사실입니다. 각종 기업의 규제 완화라는 빌미로 수없이 많은 규제들이 삭제됐습니다. 특히 각종 환경기초시설의 투자비율도 떨어지는 등 환경정책이 후퇴했습니다.”그는 이같은 분위기를 역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의원 중 한명. 지난해 국감장에서도 새만금호의 반환경성과 비경제성을 조목조목 들춰낸 보고서를 작성했고, 무분별한 간척사업을 자제하고 정부가 ‘갯벌살리기’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자연생태계를 수장시키는 댐 건설위주의 수자원 정책의 발상 전환과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이 그간 중점적으로 제기해왔던 문제들이다.
최근 환경 분야의 가장 큰 현안은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정부와 환경단체·지역주민간의 첨예한 의견 대립. 이에 대해 방 의원은 “그린벨트는 구역 설정 당시부터 명확한 근거나 기준을 갖고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구역 재조정일 뿐 해제나 완화는 아니다”라면서도 “충분한 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을 고려해 평가를 면밀히 한 뒤 객관적 근거와 기준에 따라 구역이 재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동안 휘몰아친 IMF 한파와 환경 정책의 후퇴. 하지만 방의원이 그나마 성과로 꼽는 것은 최초로 적용될 ‘팔당호 지역의 수변구역 설정’과‘수혜자 부담 원칙 등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방 의원은 올 한해에는“기업주 인식 변화와 국민들의 환경 의식 제고로 인한 획기적인 한해가 될 것”을 기대한다.
△국민회의 유재건 의원=“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언제까지 뒤집어 쓸 겁니까. 사회 전반적으로 부패가 만연해 있지만 그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하루빨리 부패방지법을 제정해야지요.”
참여연대가 지난해 7월 부패방지법 시민로비단을 출범시키면서 ‘맑은 사회 디딤돌 의원’으로 선정한 국민회의 유재건 의원의 말이다.
유 의원은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마자 당내에서 구성된 부패방지법 특별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당시 그는 특위 위원들과 몇주동안 검토해 특별검사제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제출했다. 96년 12월 5일이다. 하지만 당시 여당의 반대로 지난해 6월까지 취급조차 되지 않았다. 새정부 들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먼지 쌓인 부패방지법안을 꺼내든 것도 유재건 의원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도 이에 한몫했다. 하지만 이 법안 통과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법안통과가 지연된 것은 무엇보다 법과 관련한 정부 조직체들의 이해가 충돌한 때문입니다. 법무부나 검찰, 청와대는 이 법안을 보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대로 이 법안은 법무팀의 검토 과정을 겪으면서 시민단체들로부터‘속빈 강정’이라는 비아냥거리로 전락했다. 검찰이 여전히‘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떼지 못한 상황에서 이 법안의 핵심이랄 수 있는 특검제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도입 부분을 빼버렸기 때문이다.
유재건 의원은 물론 이 법안과 관련 당무협의 과정에서 누차 이 두 조항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부패방지법에 대한 시민단체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의사를 분명히했다.
누구보다 바삐 지난 한해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해 뛰어다녔던 유 의원. 하지만 정기국회 뒤 열린 지난 임시국회에서도 이 법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부패방지법이 공론화됐다는 게 그나마 성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년으로 미뤄진 부패방지법 제정. 그의 최근 고민은 특검제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이다.
유 의원은“이 법안이라도 하루빨리 통과돼야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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