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사마천이 <사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20대말경이고 50세가 다 되어 죽을 때까지 수정을 계속했다고 하죠.
사마천은 한무제의 끊임없는 죽음의 협박 속에서도 일평생 <사기>를 완성합니다.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는 싯구절 속에는 이 시인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끊임없이 희망을 도려내어 버리는 아픔의 연속 속에서
배수의진을 치듯이 절망을 짊어짐으로써만 걸음을 내딛던
고통과 절망에 대한 비극적 확인. 그리고 그에 대한 결연한 의지.
그렇게 [토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지난주 광우병규탄 촛불시위,
조류독감등 전국을 뒤흔든 무수히 중요한 사건속에서도,
저의 눈길을 끈 것은 단연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부고였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문학적 소양 때문은 결코 아니랍니다.
젊은 시절, [토지]를 같이 읽고, 문학회집을 같이 만들던,
제 청춘의 전부였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러나, 이제 외로운 산자락,
한 줌의 재가 되어 묻힌 한 친구 때문입니다.
그 아이가 세상과 이별 했던, 유독 따갑던 5월에
박경리 선생의 부음을 다시 맞이하는것이
참으로 묘한 인연처럼 느껴졌다고 할까요.
지난 5월5일, 박경리 선생이 절망과 고독으로부터 해방되던 그 날,
어쩌면 이 시대 근대성의 종언이자,
잊혀진 제 청춘의 마지막 마침표가 되었던 그 날.
문득 아무 이유 없이 김민기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온마음을 다해 그리워 하지만,
결국 도망치는 것 밖에 해주지 못한,
한 친구와 같이 듣겠습니다.
김민기의 봉우리 띄워드리며
우연한 5분 25회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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