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와 과천세계마당극큰잔치는 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대표적 지역문화예술축제다. 95년에 시작해 2000년 3회 전시를 바라보고 있는 광주비엔날레나, 97년 세계연극제 행사의 하나로 생겨나 지난해 독립행사로 재탄생한 뒤 올 가을 3회 잔치를 기다리고 있는 과천마당극큰잔치나, 다 한국이 세계 문화계에 내놓을 만한 굵직한 문화예술행사라 할 수 있다. 이제 주춧돌을 막 놓고 돌아서서 전통을 쌓아가며 내실있는 세계적인 지역축제로 발돋움해야 할 두 축제가 지금 삐걱거리고 있다. 각 지역 살림을 맡고 있는 공무원 조직과 문화계에서 들어간 전문 인력이 행사 주체권과 운영권 등을 놓고 옥신각신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문제는 지난해 5월 전시총감독으로 임명된 최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이 연말에 갑자기 해임되면서 곪은 종기 터지듯 불거졌다. 1, 2회 전시가 드러낸 문제점을 잘 알고 있던 최 전시총감독은 지난 몇달 동안 제대로 된 비엔날레 운영을 위해 예산편성권과 인사제청권을 요구해왔고, 이를 계속 거부하던 광주비엔날레재단(이사장 고재유 광주시장)이 느닷없이 해임이란 일방적 처리로 대화의 문을 막음으로써 미술인 전체의 문제로 퍼져나갔다. 특히 최 감독을 해임하고 난 직후 재단이 새 전시총감독으로 오광수(환기미술관장)씨를 전격 임명함으로써 모양새는 우연히도 80년대까지 치열했던 민중미술권 대 모더니즘권 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지난해 12월 말 구성된 ‘광주비엔날레 정상화와 관료적 문화행정 철폐를 위한 범미술인 위원회’(이하 범미위·위원장 김용익)는 “재단과 시립미술관으로 이원화돼 있어 가뜩이나 중복된 인력배치로 문제점이 많은 공무원 조직이 200억원에 이르는 재단기금을 내놓지 않으려는 횡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범미위는 1월11일 오후 출판문화회관에서 연 공청회에서 “문화행사를 왜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는가. 문화지원행정이 문화훼손·억압행정으로 가서야 되겠는가. 문화정책이 공익·민주적인 쪽으로 회복 안 되면 소통과 향수라는 중요한 문화행위가 이뤄질 수 없다”고 공무원사회의 발상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재단쪽에서는 “우리가 만들어놓은 걸 1년 단위 계약직들이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사사건건 물고늘어지는 실무진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천마당극큰잔치 역시 민간단체가 잘 꾸려온 행사를 관이 이끌어보겠다고 뒤늦게 나서 문제를 만들었다.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와 한국연극협회가 뼈대를 세우고 과천시는 경기도와 함께 예산만 대주던 1, 2회와 달리 과천시가 1월6일 새삼스레 마당극큰잔치에 대한 새 운영규정안을 내놓으며 공무원 입김을 불어넣으려하자 연극인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시의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사무국을 철수한 마당극 집행위원회(위원장 임진택)는 “만약 과천시가 지원본부를 신설하고 집행위를 들러리로 만든다면 우리는 따로 나가 우리가 주최하는 마당극큰잔치를 벌이겠다”고 나섰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하루가 다급하게 다가오는 행사 개최일이다. 두 행사 모두 세계 문화계에 격년제 또는 매년 열린다는 약속을 해놓은 국제적 행사이기 때문에 분초를 다퉈 행사 준비에 매달려야 할 처지다. 성공적인 지역행사로 자리매김되면서 역사를 쌓아가려는 바로 그 도약의 시점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쓰러질 수는 없다는 것이 바로 그 축제를 즐겨야 할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